[OSEN=이상학 기자]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23)가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다. 2년 더 기다리면 엄청난 거액 계약을 노릴 수 있지만 사사키는 이른 도전을 택했다. 사사키와 깊숙하게 연결된 LA 다저스가 유력 행선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바 롯데는 지난 9일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허용했다. 7시즌을 뛰어야 해외 진출 자격이 생기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구단 동의하에 언제든 도전할 수 있다. 지난겨울부터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가 강했던 사사키의 뜻을 지바 롯데 구단이 존중해줬다.
마쓰모토 나오키 지바 롯데 구단본부장은 “입단할 때부터 사사키는 미국에서 뛰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올해까지 5년간 종합 판단한 결과 그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했다. 일본 대표하는 선수로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사사키는 “구단이 입단 후에도 계속 메이저리그 도전에 귀를 기울여줬다. 정식으로 포스팅을 허가해줘 감사하다. 5년간 지바 롯데 프런트, 동료, 스태프, 팬들 덕분에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한 번밖에 없는 야구 인생에서 후회 없이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사키의 포스팅 소식은 미국에도 빠르게 전해졌다. 사사키의 고교 시절부터 관심을 보인 LA 다저스가 영입 1순위 팀으로 꼽힌다. 지역지 ‘LA타임스’도 10일(한국시간) ‘일본 에이스 사사키가 다저스의 FA 최고 타깃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저스는 지난달 초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사장과 갤런 카 선수담당부사장이 사사키를 보기 위해 일본에 방문했다. 다저스도 포스트시즌을 앞둔 중요한 시기였지만 사사키 체크를 위해 먼길을 움직였다. 지난달 1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전에서 사사키는 9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1실점 완투승으로 데뷔 첫 10승을 달성, 프리드먼 사장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LA타임스는 ‘지난 몇 년간 다저스 프런트는 100마일 패스트볼을 앞세운 사사키의 눈부신 레퍼토리에 푹 빠져 있었다. 유일한 의문이 언제 태평양을 건너올 것인가 여부였는데 마침내 답을 얻었다’면서 ‘다저스의 오프시즌이 훨씬 더 흥미로워졌다. 사사키는 해외 FA에 관한 MLB 규정으로 적은 비용에 계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개정된 미일선수협정에 따라 만 25세 또는 프로 6년차 미만 선수의 경우 국제 아마추어 선수로 적용돼 메이저리그 계약이 허용되지 않는다. 계약금과 첫 3시즌 연봉은 최저로 제한된다. 2년 뒤 25세가 되면 이런 제한에 묶이지 않지만 사사키는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 메이저리그에 먼저 가기로 했다.
LA타임스도 ‘사사키가 2년만 더 기다렸다면 일반 FA처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겨울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다저스와 3억2500만 달러(12년)라는 기록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사사키도 이에 맞먹는 위치에 있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사사키는 25세 미만이고, 오타니 쇼헤이가 23세 때 LA 에인절스와 단 230만 달러에 계약한 것처럼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소액의 계약금을 받게 될 것이다. 오타니와 마찬가지로 사사키도 6년간 구단 소속으로 묶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사키는 재능이 있고 젊으며 관리가 잘된 팔을 가졌다. 다저스에 있어 꿈의 타깃이 될 것이다’며 ‘사사키에게 구애를 보내는 팀들이 줄을 설 것이다. 오타니와 마찬가지로 사사키는 저렴한 몸값과 뛰어난 기량으로 수많은 잠재적 수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다저스를 가장 유력한 사사키 영입 팀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오타니를 잡았고, 야마모토도 있다. 몇 년 동안 사사키를 스카우트하며 그가 오는 순간을 기다렸다’고 강조했다.
다저스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선발진에 부상자가 끊이지 않았다. 타일러 글래스노우, 클레이튼 커쇼, 개빈 스톤 등 주축 선발들이 부상으로 빠진 채 가을야구에선 고정 선발이 3명만 돌아갔다. 잭 플래허티와 워커 뷸러가 FA로 풀렸고, 커쇼와 스톤이 수술과 재활로 복귀 시점을 장담할 수 없어 FA든 트레이든 선발 보강이 필요하다. 브랜든 곰스 다저스 단장도 “투수 영입이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다”고 예고했다.
한편 고교 시절부터 최고 시속 163km 강속구를 뿌려 괴물 탄생을 알린 우완 투수 사사키는 2019년 드래프트에서 4개팀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은 뒤 추첨을 통해 롯데에 입단했다. 2020년 입단 첫 해 구단의 특별 관리 아래 1~2군 등판 없이 트레이닝에 집중한 사사키는 2021년 1군 데뷔 후 올해까지 4시즌 통산 64경기(394⅔이닝) 29승15패 평균자책점 2.10 탈삼진 505개를 기록했다. 올해는 18경기(111이닝) 10승5패 평균자책점 2.35 탈삼진 129개.
2022년 4월10일 오릭스 버팔로스전에선 9이닝 19탈삼진 무실점으로 일본 최연소(20세5개월) 퍼펙트 게임과 함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우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 13타자 연속 탈삼진은 세계 신기록이었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평균 시속 100마일 포심 패스트볼로 일본 우승에 기여한 사사키는 4월28일 오릭스전에서 시속 165km를 뿌렸다. 2016년 오타니가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기록한 일본 최고 구속과 타이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2년간 특별 관리를 받으면서도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오른손 중지 물집, 내복사근 손상, 고열 증세로 3차례나 1군 엔트리에 말소돼 91이닝에 그쳤고, 올해도 오른팔 피로 증세로 6월부터 두 달가량 결장했다. 규정이닝 시즌이 한 번도 없는 내구성이 불안하지만 무한한 잠재력으로 메이저리그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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