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달 31일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를 치르고 있다.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첫 캠프로 고참들까지 대거 참가해 강도 높은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최고참 선수가 바로 포수 이재원(36)이다.
시즌을 마친 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이재원은 일찌감치 신청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시즌 종료 후 3일만 쉬고 대전에 나와 팀 훈련을 함께 소화했다. FA 자격 선수는 빠져도 되지만 FA 신청 생각이 없었던 이재원에겐 훈련이 먼저였다.
그는 “후배들과 호흡하는 게 좋다. 나뿐만 아니라 고참 선수들 모두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1년, 1년이 소중하다. 힘든 줄 모르고 운동하고 있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2023년 시즌을 마친 뒤 18년 몸담은 SSG로부터 코치 제안을 받았으나 현역 연장을 위해 방출을 요청한 이재원은 연봉 5000만원에 한화로 왔다. 몸값이 대폭 깎였지만 한화에서 어느 정도 반등을 했다.
72경기 타율 2할3푼9리(134타수 32안타) 1홈런 16타점으로 전성기 같은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득점권 타율 3할대(.306)로 꽤 쏠쏠했다. 주전 포수 최재훈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40경기에 선발 마스크를 쓰고 나섰다. 투수 리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도루 저지율도 전년도 15.4%에서 27.9%로 끌어올렸다.
이재원은 “작년 이맘때만 해도 어색함과 두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팀 적응을 잘했다. 후배들이 잘 도와줘 문제없이 적응했고, 즐겁게 야구할 수 있었다”며 “성에 차는 성적은 아니지만 자신감을 되찾은 한 해였다. 원래 내 모습대로 파이팅도 적극적으로 내고, 재미있게 했다. 2~3년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찾았다”고 돌아봤다.
6월초 시즌 도중에 부임한 김경문 한화 감독도 이재원의 경험을 높이 사며 “야구를 잘했던 선수다. 이렇게 서운하게 끝내면 안 될 선수”라고 용기를 북돋았다. 이재원 역시 “감독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됐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힘을 실어주신 것에 감사했다. 감독님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생겼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비록 올해 한화는 8위로 가을야구에 실패했지만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1년간 한화 투수들의 공을 받으며 개개인 특성을 깊이 파악할 수 있었다. 이재원은 “1년간 투수들의 볼을 받고 호흡하면서 볼 배합이나 이런 것을 어떻게 끌고가야 할지 데이터가 생겼다. 내년에는 조금 더 확신을 갖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SK, SSG에서 무려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이재원은 “더 높은 곳에서 희열을 다시 느끼고 싶다. 포스트시즌에 뛰는 팀들이 부러웠다. 가을야구와 우승을 수없이 해봤지만 해도 해도 또 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 어린 후배들도 지금 훈련을 흘려보내지 않고 분한 마음을 갖고 독하게 했으면 좋겠다. 밑에 후배 포수들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같이 경쟁해서 다들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렇게 팀에 녹아들며 애정도 커졌으니 FA 신청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당연히 저를 받아준 팀인데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생각으로 해야 한다. 박찬혁 전 대표이사님, 손혁 단장님을 비롯해 김경문 감독님까지 많이 도와주셨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년에 팀에 올 때는 5강에 가고 싶은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선수 막바지에 꿈이 생겼다. 한화에서 5강이 아닌 그 이상 성적으로 우승 반지를 끼고 싶다”고 큰 포부를 드러냈다. 한화가 FA 시장에서 선발투수 엄상백과 유격수 심우준을 영입했고, 이재원의 꿈도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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