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타이베이(대만), 이후광 기자] 종신 두산 베어스맨을 포기하고 수원행을 택한 허경민(34). 지난 7월 두산 팬들 앞에서 한 발언 때문에 이적이 논란에 휩싸였지만, KT 위즈 선수들은 허경민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KT는 지난 8일 내야수 허경민과 4년 총액 40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18억 원, 옵션 6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 주전 3루수였던 허경민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5일 공시한 2025년 FA(자유계약선수) 승인 선수 20명에 이름을 올렸다. 2024시즌 종료 후 두산과 3년 20억 원의 선수옵션을 포기하고 데뷔 후 두 번째 FA 권리를 행사, 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다.
허경민은 지난 2020년 12월 10일 원소속팀 두산과 생애 첫 FA 계약을 체결했다. 조건은 4+3년으로,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25억 원, 연봉 40억 원 등 총액 65억 원을 받고, 4년 뒤 두산 구단 최초로 3년 20억 원의 선수옵션 조항을 넣었다.
어느덧 4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 허경민. 관건은 선수옵션 행사 여부였다. 허경민은 4년 계약이 끝난 뒤 구단이 아닌 선수가 재계약 주도권을 갖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허경민이 두산 잔류를 원할 경우 3년 20억 원을 추가로 받고, 더 높은 금액을 원한다면 FA을 선언하고 다시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는 계약 조건이었다.
3년 20억 원을 포기한 허경민은 지난 7일 원소속팀 두산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3+1년 3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제안 받았고, 은퇴식, 지도자연수 등 매력적인 옵션이 더해졌으나 허경민의 선택은 추가 10억 원과 함께 순수 계약기간 4년을 보장한 KT였다.
허경민의 KT행은 두산 팬들에게 그야말로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16년 베어스맨’ 허경민은 그 누구보다 두산을 향한 애정 및 충성심이 높은 선수였기 때문.
첫 FA 계약 당시 “금액보다 7년이라는 기간에 너무 감사했다. 내 잔류를 원했던 두산 팬들의 마음을 7년 동안 가슴 깊이 간직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여름 홈구장 단상 인터뷰에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두산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말하며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KT 선수들은 통산 1548경기 출장에 빛나는 국내 정상급 3루수의 합류를 그 누구보다 반겼다. 허경민은 자기관리, 워크에식, 리더십 등 그라운드 밖에서도 타의 귀감이 되는 선수로 유명하다.
대만에서 프리미어12 준비에 한창인 KT 에이스 고영표는 취재진과 만나 허경민 합류 소감에 대해 “타 팀에서 봤을 때 수비도 잘하고 타격도 잘하는 선배가 우리 팀에 왔다. 뒤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내야수 선배가 와서 좋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허경민은 고영표의 1년 고향 선배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시절 광주에서 함께 야구를 하며 프로의 꿈을 키웠다. 고영표는 “어릴 때부터 광주에서 야구를 같이 하면서 쭉 봐온 선배다. 이제 한 팀에서 같이 뛰게 됐는데 너무 즐겁게 경기할 수 있을 거 같다. 기대가 된다”라고 2025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인왕 출신 소형준 역시 허경민과 함께 야구하는 그날이 빨리 오길 기원했다. 소형준은 “허경민 선배는 내가 던질 때 두산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 중 한 명이었다”라며 “이제 같은 팀이 돼서 든든하다. 공격, 수비 모두 내가 던질 때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라고 설렘을 표현했다.
허경민은 KT 입단이 확정된 뒤 “내 가치를 인정해준 KT 구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KBO리그 강팀으로 자리 잡은 KT에서 두 번째 우승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