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타이베이(대만), 이후광 기자] 타격훈련에서 장외홈런을 날리며 경기장 밖에 주차돼 있던 대표팀 버스의 뒷유리를 박살냈지만, 들뜨거나 흥분된 모습은 없었다. '제2의 이정후' 이주형(키움 히어로즈)은 “버스를 넘기는 형들도 있다”라고 말하며 다시 묵묵히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지난 9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펼쳐진 류중일호의 2024 WBSC 프리미어12 대비 첫 현지 훈련. 훈련은 오후 3시에 시작해 5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선수들은 웜업에 이어 캐치볼, 수비, 타격 등 기본 훈련을 통해 조별예선 3경기(쿠바, 도미니카공화국, 호주)가 열리는 티엔무야구장의 인조잔디 및 분위기를 익혔다.
해프닝은 타격 훈련 때 발생했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새긴 이주형이 배팅케이지에서 친 큼지막한 타구가 티엔무 야구장의 우측 외야를 넘어 장외홈런이 됐고, 불운하게도 타구가 주차돼 있는 대표팀 야수조의 버스 뒷유리를 직격했다.
이주형의 강한 타구에 유리가 순식간에 박살이 나면서 야수조 버스는 운행 불가 상태가 됐다. 이는 대만 '야후스포츠' 메인을 장식할 정도로 현지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주형의 좋은 타격감을 확인한 장면이었지만, 곧바로 대표팀 이동에 문제가 발생했다. 프리미어12 주최 측인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가 티엔무야구장으로 대체 버스를 바로 보내주지 않으면서 대표팀 선수들의 발이 묶인 것.
투수조 버스는 정상 운행이 가능했으나 ‘모든 선수단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라는 대회 규정에 따라 야수조는 물론 투수조까지 대체 버스가 올 때까지 약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류중일호는 결국 해가 모두 진 뒤에야 경기장을 떠나 약 16km 떨어진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토요일 저녁이라 호텔로 향하는 길이 정체가 심했다는 후문이다.
이튿날 티엔무야구장에서 유리창을 깬 범인(?) 이주형을 만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주형은 “나도 기사로 확인했는데 내가 깬 게 아닌 거 같다. 모두들 타구를 많이 넘겨서 모르겠다”라고 웃으며 “나는 타격감이 좋지 않아서 타구가 버스로 간 거 같다. 다른 형들은 버스도 다 넘긴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타격훈련에서 장외홈런을 날릴 정도로 컨디션은 좋은 상태다. 이주형은 “연습할 때 타격감은 좋다. 경기를 많이 안 해서 힘이 많이 남아있다”라며 “맨날 고척돔에서 하다가 야외로 나오니까 너무 좋다. 시원하다. 음식도 항상 한국 도시락만 먹고 있어서 문제없다. 날씨가 조금 습한 거 말고는 다 좋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내, 외야가 모두 인조잔디로 이뤄진 티엔무야구장 적응과 관련해서는 “타구의 바운드가 길고 생각보다 많이 튀어서 조심해야할 거 같다. 바람도 저녁에 많이 불어서 신경 쓰면서 연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류중일호는 대만에 오기 전 구자욱, 김지찬이 부상으로 낙마하며 이주형을 비롯해 홍창기, 최원준, 윤동희 등 4명으로 외야 엔트리를 꾸렸다. 이에 따라 생애 첫 국가대표 승선의 기쁨을 안은 이주형도 조별 예선 5경기에서 제법 많은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책임감이 막중해진 이주형은 “(신)민재 형도 외야로 올 수 있고, 컨디션 좋은 사람이 계속 나가고 있다. 감독님이 내보내주시는 대로 전부 다 책임감을 갖고 하고 있다”라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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