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친자' 감독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우중충 느낌 의도했죠''[★FULL인터뷰]
입력 : 2024.11.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한해선 기자]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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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친자'는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참고하면서 촬영감독님과 많이 얘길 나눴어요. 영국 공기 같은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촬영했죠. 전반적으로 우중충한 느낌도 주고 싶었어요."

"저희가 드라마를 만들 때 스태프들, 배우들이 정말 많이 투입돼요. 힘들고 어렵게 해도 같이 했던 분들이 '이 시간은 가치가 있었다'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송연화 감독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로 첫 메인 연출만에 시청자의 '극 호평'을 이끌어낸 비결은 이것이었다. 장르물이 쏟아지는 요즘,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연출 송연화, 극본 한아영, 이하 '이친자')는 뭔가 다른 아우라, 촘촘한 긴장감, 미장센으로 시청자를 매료시켰고, 마니아 '미친자'까지 양산했다.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2021년 MBC 드라마 극본공모전 당선작으로, 심사위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촘촘하고 매력적인 극본으로 알려졌다. 연출은 '옷소매 붉은 끝동' 공동 연출과 4부작 단편극 '멧돼지 사냥'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입증한 송연화 감독이 맡았다.

극 중 한석규는 딸을 의심하는 아빠 장태수로 분했다. 장태수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의 단서들이 예상치도 못한 딸에게 향하자 혼란에 빠졌다. 채원빈은 의심받는 딸 장하빈 역을, 오연수는 태수의 전 아내이자 하빈의 엄마인 윤지수 역을 맡았다. 한석규, 한예리, 노재원은 '범죄행동분석' 팀으로 함께 수사를 했다. 한예리는 언제나 감정보다는 사실, 사람보다는 사건을 우선하는 이어진 역을, 노재원은 반대로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수사를 펼치는 구대홍 역을 맡았다. 윤경호는 강력반 팀장 오정환으로 분했다.

'이친자'는 특별출연 유오성까지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 차력쇼, 치밀하게 설계된 극본과 감각적이고 디테일한 연출이 큰 몰입감을 선사하며 '수작'이란 호평을 얻고 9회까지 최고 시청률 7.6%를 기록했다. 지난 방송에선 가출팸 숙소 집주인 김성희(최유화 분)가 송민아(한수아 분)와 최영민(김정진 분) 모두를 죽인 진범으로 밝혀져 소름을 유발했으며, 남은 10회에선 장태수가 '이수현 살인사건'의 진범과 전말을 밝힐 예정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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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친자'에 대한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제일 큰 건 촬영하면서 배우들이 가장 많이 범인을 물어보더라. 그걸 끝까지 숨기면서 촬영하느라 고생했다. 배우들도 재미있게 대본을 봤고 시청자들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다. 저희가 처음엔 5부 정도의 대본을 갖고 시작했고 거의 막판에 배우들이 범인을 알게 됐다.

-최유화 배우는 촬영 내내 자신이 범인인 걸 알고 연기했는지.

▶마지막에 어떤 연기를 하려면 더 자세히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범인인 걸 알고 연기했다.

-'이친자'가 매니아 시청자 '미친자'도 양산했다. 드라마의 어떤 매력이 시청자를 사로잡은 거 같은지.

▶저나 작가님이나 대본에 관련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사실 이렇게 많이 봐주실지는 감히 상상은 못 했다. 저희 안에선 자신은 있었다. 과한 애정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일단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고 배우분들의 호연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친자'가 첫 메인 연출작이었다. 연출에 부담은 없었는지.

▶부담이 사실 많이 됐다. 제가 이 작품에 합류한 후에 대본을 한번 크게 수정하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이야기의 큰 줄기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 작가님이 믿고 잘 해주셨다. 한석규 선배님을 모시고 촬영하는 것도 부담이 있었는데 선배님이나 배우분들이나 제가 너무 큰 도움을 받아서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에 비해서 더 잘 나올 수 있었다.

-원래 이야기에서 어떤 점이 크게 바뀐 건가.

▶공모전 이야기를 개발하면서 인물도 많이 바뀌었고 스토리도 프로파일러 아버지와 딸이란 점에서 바뀐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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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친자'는 한석규 배우의 출연 자체로 큰 관심을 끌어모았다. 한석규 배우의 섭외 과정은?

▶장태수란 인물을 생각했을 때 한석규 배우님이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대본을 보냈을 때 선배님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답이 금방 왔다. 선배님은 이 작품을 할 때 신인 감독과 작가와 해서 부담이 있었을 텐데, 저는 이 작품이 선배님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선배님과 사담을 즐겁게 나눴고, 저는 선배님을 처음 만났을 때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아서 일기를 썼다. 당시에 제가 일기에 쓴 내용이 '내가 꿈꾸던 이상향과 가까운 사람을 만났다'라는 것이었다. 캐스팅 여부보다는 개인적으로 선배님을 본 게 기억에 남았다. 선배님이 작품에 임하는 자세와 배우로서의 고민이 잘 느껴졌다.

-극본 수정 과정은 어떻게 됐나.

▶극본 당선이 2021년에 됐던 걸로 기억한다. 작가님이 원래 8부작에서 1년 넘게 작업을 해서 3, 4개 짜리의 대본을 보고 다시 6개월 정도 수정을 했다. 저희 EP님이 그 부분을 굉장히 잘 이해해 주셨다. 제가 얘기한 부분도 이야기 전체를 바꾸는 수준이어서 EP님 덕분에 이 프로젝트가 잘 될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한석규 배우가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고 제작발표회 때 말했는데.

▶촬영을 할 때 배우와 맞아야 하는 부분도 있어야 했다. 기술적인 성취를 제가 해내고 싶었는데 선배님이 그걸 양해해 주셔서 촬영하기 수월했다. 감정을 세세하게 표현해야 해서 선배님과 이것저것 시도했다. 그래도 10테이크 안에서는 해결하려고 했다.

-연출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스토리도 그렇고 아빠와 딸이 대칭하는 부분이 많았다. 아빠와 딸은 비슷해 보이지만 대척점에 있는 것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림을 표현할 때 대칭으로 잘 표현하고 싶었다. 대칭 구도를 통해서 묘한 긴장감도 주고 싶었다.

-토막살인 등 극 중 살인사건이 디테일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그려진 게 특징이었다.

▶저는 실제로 보는 것보다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게 훨씬 공포감이 크게 올 거라 생각했다. 제가 찍기에도 무서운 부분도 있어서 조금씩 피하면서 찍으려고 했다. (토막살인은) 심의보다도 시청자들이 그것까지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이 정도의 일이 있다라는 걸 상상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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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그림자를 잘 활용한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그림자나 빛 같은 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재다. 3회에선 그림자로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빈이도 그림자로 다른식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극 중 미술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집과 취조실은 저희 작품 안에서 가장 신경 쓴 공간이었다. 집을 취조실과 비슷하게 만들고 싶었다. 식탁도 취조실 책상과 같은 길이, 프레임이었다. 유리창도 거의 동일한 사이즈로 구현하려고 했다. 하빈이가 긴 복도 안에 있는 걸 보여주면서 숨겨진 아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저희는 학교를 찾을 때도 옥외계단이 있는 장소를 찾으려 했다.

-채원빈 배우의 섭외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원빈이는 제가 하빈이 역할로 배우 오디션을 보고 있을 때 만났다. 익숙한 얼굴보다 낯선 이미지를 찾았다. 원빈이는 보고서 1시간도 안 돼서 '이 친구랑 같이 할 수 있겠다'란 확신이 들었다. 하빈이랑 굉장히 잘 맞는 캐릭터라 생각한다. 하빈이 역할 캐스팅이 제일 부담이었는데 피사체로서 사람들이 계속 봐야하는 매력이 있어야 했다. 원빈 양이 나타나줘서 큰 고민 없이 캐스팅했다. 원빈이 눈을 봤을 때 서늘하기도 하고 신비하면서 매력적이었고 연기도 안정적이었다. 배우가 감정을 절제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원빈이는 기본적으로 촬영할 때 그런 점이 좋았다.

-유오성의 등장 전까지 '헬멧남'에 대한 정체도 미스터리였다.

▶유오성 배우님이 캐스팅이 된 후에는 홍보팀에서도 '이건 완벽히 보안에 부쳐야 한다'고 했다. 배우 분들에게도 '절대 다른 데서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신경을 많이 썼다.

-유오성, 오연수 배우의 캐스팅 과정도 궁금하다.

▶중요하게 나오는 회차가 5회차인데 처음에 대본이 나와있었다. 저는 오연수 선배님이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고 꼭 캐스팅을 하고 싶었다. 지수란 캐릭터가 갖는 이미지가 오연수 선배님과 너무 잘 맞을 것 같았다. 선배님이 우아한 외모이시지만 스릴러를 너무 좋아한다고 하셨다. 지수가 정신과에서 상담하는 신을 보고 작품을 너무 하고 싶다고 하셨다. 유오성 선배님도 키플레이어로서 나오셨는데, 아내와 자제분에 대해 갖고계신 마음이 너무 좋으셨다. 제가 오히려 선배님을 만나고 인물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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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빈, 김정진 등 신예의 발견이 있어서 뿌듯함도 있겠다.

▶촬영장에서 '너네 내가 낳은 것 같다'라고 말도 한다.(웃음) 그들이 좋은 표현을 할 수 있게 제가 환경만 만든 것 같다. 다들 너무 열심히 준비해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 너무 뿌듯했고 시청자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이친자'에서 부녀 관계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태수가 처음부터 부성애가 넘치는 캐릭터가 아니지 않냐. 그래서 인물에 몰입하기엔 훨씬 수월했다. 한석규, 오연수, 유오성 선배님이 그걸 너무 잘 표현해 주셔서 제가 무얼 하지 않아도 잘 표현될 수 있었다.

-하빈이와 태수가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현장에선 배우들과 어떻게 대화하면서 장면을 풀어가려고 했나.

▶살가운 부녀 관계에서도 서로 물어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는 그 관계에서 물어보지 않고 가는 게 저희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이친자'가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인지.

▶가족이든 누구든 '내가 과연 저 사람을 잘 알고있는지'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시청자 분들이 하빈이에 대해서 불쌍해하고 연민을 갖고 있을 텐데, 그게 마지막엔 어떤 식으로든 해소되겠다.

-MBC를 포함해 보수적이었던 레거시 미디어에서 최근엔 여성 감독이 주요 작품을 내놓는 환경이 됐는데.

▶선배님들이 워낙 길을 잘 닦아주셔서 여성 연출자가 작품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많아졌다. 조연출도 여성의 성비가 많아졌다. 방송 환경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지상파에서 나가기 어려운 장면도 있는데 데스크, 국장님께서 지지를 많이 해주셨다. MBC가 기존에 했던 것과 다른 선택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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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화 감독이 보여주고픈 스릴러는 어떤 색깔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스릴러'를 보여주고 싶었다. 보시는 분들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스릴러' 안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학적으로나 다른 요소에서 즐기실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원래도 스릴러를 좋아했는지.

▶저는 스릴러를 좋아하고 이 장르가 잘 맞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다른 장르도 해보는 게 어떻겠냐 얘기를 해주시던데 지금은 제가 잘하는 걸 해보고 싶다.

-'이친자'의 원제는 '거북의 목을 노려라'였다. 이후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란 제목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

▶이야기가 바뀌면서 작가님이 제목도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무렵에 제가 소시오패스 관련 자료를 봤는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란 제목을 봤고 이 드라마와 잘 맞을 것 같았다. 해당 출판사에 양해를 구해서 하게 됐다.

-'이친자'가 10부작으로 긴 편은 아니었는데.

▶원래부터 10부작으로 시작했다. 시청률 부분에서 더 나오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회차를 늘리는 건 아니라 생각했다.

-'이친자'가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 IMDb 평점 8.2%를 거두면서 성적이 좋았다. 배우들과 흥행에 대한 얘기도 나눴는지.

▶배우들과 흥행에 대한 얘길 따로 나누진 않았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만든다'라는 게 공통분모로 있었다. 좋은 퀄리티의 뭔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현장 분위기 안에 너무나 있었다. 소재 자체가 이질감 없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다. 부녀관계, 스릴러적인 부분에서 보편적인 관계가 받아들이기 쉬웠겠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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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MBC 연기대상'에서 '이친자' 팀은 어떤 상을 기대하는가.

▶연기대상과 여자 신인상은 꼭 받았으면 좋겠다.

-장태수 같이 자주 사라지고 답답할 수 있는 동료가 실제로 감독님 곁에 있다면 어떨 것 같나.

▶제가 사실 장태수와 비슷한 면이 많아서 공감을 많이 했다. 하빈이에게 '그래서 저의가 뭐야'라고 말하는 신에 대해서 저도 스태프들에게 '실제로 제가 그 표현을 쓴다'고도 말했다.

-감독님에게 하빈이 같은 딸이 있다면 어떨 것 같은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겠다.(웃음) 불쌍한 하빈이를 잘 토닥여줘야겠다. 상처가 많은 아이라 마음을 빨리 열게 해주고 싶다.

-입봉작인 '이친자'는 감독님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아쉽고 후회되는 부분도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부은 것 같다. 모두가 마음을 쏟아서 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한석규 선배님이 '정성을 들여서 한다'고 자주 말씀하시는데 모두가 아끼고 시청자들이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감독님의 차기작도 스릴러를 희망하는지.

▶스릴러를 또 해보고 싶기도 하다. 멜로나 SF 장르를 해보고 싶다.

-시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하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생한 만큼 시청자분들도 성심성의껏 봐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도 즐겁게 봐 달라.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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