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친자' 진범 최유화 ''오연수 '범인 너지?' 물어 당황...마피아게임 같았다'' [인터뷰](종합)
입력 : 2024.11.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연휘선 기자] "'언니 똘끼 있다'라는 말을 듣는데 너무 좋았어요". 배우 최유화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통해 베일에 가려졌던 '진범'의 연기를 보여줬다. 실제 강력범죄와 소시오패스 사건들을 찾아본 그의 집념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최종 빌런을 완성했다. 

최유화는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극본 한아영, 연출 송연화, 약칭 '이친자')에서 가출팸 숙소 집주인 김성희 역으로 등장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 분)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 장하빈(채원빈 분)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드라마다. 이 가운데 김성희는 단순 가출팸 숙소 집주인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극 중 사건들의 진범인 반전으로 보는 이들의 허를 찔렀다. 

18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OSEN 사무실에서 만난 최유화는 여전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대본을 들고 다니고 있었다. 이와 관련 최유화는 "제대로 이야기 하고 싶어서 들고왔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포스트잇으로 포인트를 표시해둔 것은 물론 형광펜 밑줄과 연필 필기까지, 최유화의 손길이 묻은 대본집은 그의 성실함을 대변하기엔 충분했다. 

최유화가 맡은 김성히는 대본에서 '가냘픈 체구에 화장기가 없는데도 또렷한 이목구비'로 묘사됐다. 실제 최유화 역시 화장기 없이 편안한 옷차림으로 다님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이목구비로 화려한 미모를 뽐낸 바. 김성희는 시작부터 최유화였다. 실제 최유화는 "실제 저와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에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범인으로서 정체를 감추기가 힘겨웠다고. 최유화는 "감독님이 처음에 캐스팅할 때부터 '범인'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렇지만 다른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거의 마지막에 오픈할 거라고 하셨다"라며 "처음엔 배우들이 연기하기 바빠서 '진범'이 누구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다들 '범인이 누구야?'라고 물어보더라. 그냥 물어보기만 하면 모르겠는데 '범인 너지?'라고 묻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땐 거짓말을 하기도 힘들고 어쩔 줄 모르겠더라. 나중엔 감독님께 '이렇게 계속 거짓말해도 되냐'라고 물었는데 씨익 웃으시면서 '범인 아니시잖아요'라고 말하시길래 계속 감춰야 한다는 걸 깨닫고 집중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범인인 걸 알고도 최영민(김정진 분)까지 죽일 줄은 몰랐다. 나중에는 '내가 영민이도 죽였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시청자 분들한테 이해가 되는 인물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김성희가 왜 죽였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이 나오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배우 입장에선 모르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만의 이유를 찾기도 했다. 그런데 돈 때문이라고 하기엔 저한테 그건 동기가 안 됐고, 살인자의 마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서 이해할 생각을 하지 않고 사건 그 자체로 믿어보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최유화는 "상황을 믿으려 했다. 김성희는 정말 안 죽인 사람처럼 있자고 했다. 박준태(유의태 분)를 만났을 때도 그 순간 만큼은 준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연기했다. 내심 제가 생각하기에 김성희에게 박준태는 사랑이 아니라고 느꼈다. 김성희에게 진정한 사랑의 대상은 아들 도윤이 뿐이었을 거다. 그 방식이 다른 사람과 많이 달랐던 거다"라고 밝혔다. 

몰입을 위해 최유화는 각종 사건들을 자세히 찾아봤다. 김성희와 같은 여성 범죄자들 사건 위주로 찾아봤다고. 그는 "진짜 소시오패스를 만나면 가스라이팅이나 분노를 표출하기 전까지 알기 어렵다고 하더라"라고 놀라며 "그래서 생각보다 가까이에 성희 같은 인물들이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그는 "성희가 교육 쪽으로는 교육열이 없었을 것 같더라. 대사를 보면 표준어 발음에 대해서 모르겠는 걸 검색해서 보는데, 일부러 성희는 교육열이 있어 보이지 않아서 맞춤법을 틀리게 하거나 '그런 것 같아'도 일부러 '그런 것 같애'라고 말했다. 진짜 발음이 맞는지 모르고 쓰는 단어들도 많지 않나. 모를 것 같을 때 내 말대로 편하게 말고 국어사전을 찾아봤다면 이번엔 누구나 틀려도 되는 단어들을 편하게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성희가 범인인 걸 알았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을까. 최유화는 "다들 아무도 몰라서 과거의 저랑 대화했을 때의 대사나 대화 내용, 제 표정이 다 복기가 됐다고 하더라. 스태프들도 '맑눈광(맑은 눈의 광기)'이라고 했다. '언니 똘끼 있다'고 해주더라"라며 웃었다. 그는 "오연수 선배님이 처음에 '범인 너지?'라고 하시는데 거짓말을 해야 해서 당황했다. 나중에 감독님한테 물었더니 '범인 아니잖아요'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모두와 마피아 게임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임했고, 끝까지 마피아임을 숨겼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범인 추적으로 난감할지라도 최유화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들에서 만난 배우들과의 호흡에 강하게 만족했다. 그 중에서도 한석규는 최유화에게 더욱 큰 놀라움을 선사했다. 최유화는 "선배님이 '인내'를 진짜 잘하신다. 선배님 정도의 경력이면 사실 너무 조언하고 싶은 게 많을 것 같다. 후배들을 보면서 충분히 애기할 수 있을텐데 절대 안 하신다. 상대방이 물어보실 때만 이야기를 하신다. 그게 쉽지가 않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최유화는 특히 "저는 한번도 시간에 안 쫓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석규 선배님은 스케줄이 뒤죽박죽이어도 고요하시다. 다음 날 갑자기 '어느 부분 찍을게'라고 해도 '그래'라고 하신다. 그게 주연의 무게라고 하시더라. 감독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그러면서도 겸손하시고 정말 좋은 어른이다"라고 강조했다.

신인 감독인 송연화 감독 또한 최유화에게 자극을 줫다. 최유화는 "제가 지독한 분을 좋아한다"라고 웃으며 '송연화 감독님은 타협을 안 하시는 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 현장은 시간에 쫓겨서 타협을 해야 하는 상황도 많다. 그런데 배우가 연기가 나올 때까지 하고 싶어도 못하는 환경이 많은데, '한 번만 더 갈래요'라고 했을 때 시간에 쫓겨도 어떻게든 해주려고 했던 감독님이라 그런 부분이 감독님도 시간이 쫓김에도 타협하지 않으시는 점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감각이 정말 좋으시다. 작가님이 이미 너무 좋은 글을 써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대사로 쳤을 때에 '이 것보다는 조금 더 다른 게 있을 수도 있어?'라고 했을 때에 열어주신다. 그런 부분도 편했다. 감독님이 감각도 너무 좋으시고, 진짜 타협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멋졌다"라고 호평했다. 

좋은 선배 연기자, 좋은 감독과의 만남 속에 최유화가 갖는 부담도 상당했다. 그는 "제가 신인 때부터 나이가 많아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느낌이 많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엔 연기를 못 즐겼을 때도 있다. 못하면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주연이 됐을 때도 신기했는데 다시 조연, 단역을 하고 또 주연을 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됐다"라며 "이번에는 내가 범인인데 스릴러 장르인 만큼 내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재미없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이 이렇게 잘하는데 범인이 연기를 못하면 나 때문에 망할 수 있으니 접신 들린 듯 그냥 하자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최유화는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했을까. 그는 "다행히"라고 멋쩍어 하며 "처음엔 최영민과 박준태 사이에서 제가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삼각관계의 정당성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제 생각보다 감독님이 예쁘게 잡아주셨고, 인물들의 정당성이 부여가 되더라. 다행히도 김성희가 정말 착하다고 배우들마저도 생각했기 때문에 모두를 놀라게 한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했다. 최초의 대중이 저희 스태프들이다 보니 배우 분들도 같이 연기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범인이 나라고 생각을 못했다는 것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시청자 분들도 모를 수 있겠다 생각해서 그 부분에 대해 만족했다. 특히 9회 엔딩에서 김성희가 도윤이를 대하는 방식에서 놀랬더라. '이 정도로 나쁘다고?'라는 생각까지 들더라"라며 웃었다. 

끝으로 그는 "모든 작품을 공들여 찍었지만, 이번 작품 만큼은 작은 것까지 시청자 분들이 알아봐주시니까 더 감사하다. 시상식을 생각하고 일을하진 않았지만 만약 연말에 방송사에서 초청해주시고 저희 작품으로 누군가가 상을 받는다면 다들 같은 마음으로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그 정도로 진심을 다했다. 보시는 내내 시청자 분들께 좋은 시간이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클로버컴퍼니,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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