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다 가블러' 이영애 ''데뷔 35년 만 첫 공연..기침 나올 뻔 속으로 '살려주세요' 했다''[인터뷰①]
입력 : 2025.05.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LG아트센터 서울=한해선 기자]
/사진=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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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가 연극 '헤다 가블러'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전했다.

이영애는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 라운지 M에서 연극 '헤다 가블러' 관련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LG아트센터가 개관 25주년을 맞아 제작한 연극 '헤다 가블러'는 지난 7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개막했다. 배우 이영애를 비롯해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백지원, 이정미, 조어진 등 총 7명의 배우들이 캐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헤다 가블러'의 배우들은 6월 8일까지 '원 캐스트'로 관객들을 만난다.

'헤다 가블러'는 입센의 고전을 미니멀한 무대와 대형 스크린 등을 활용해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영국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의 베스트 감독상, 베스트 리바이벌상(2006) 수상자인 리처드 이어(Richard Eyre)가 현대적으로 각색한 버전을 바탕으로 했다. 연출은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의 주인공이자, '치밀한 텍스트 분석의 달인'으로 불리는 전인철이 맡아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헤다 가블러' 이야기는 아름답고 당당한 '헤다'가 학문밖에 모르는 연구자 '조지 테스만'과 충동적으로 결혼 후, 기대와 달리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에 권태를 느끼며 시작된다. 그러던 중, 불운한 과거의 연인이자 불운한 천재 작가였던 '에일레트'가 재기에 성공해 나타나고, 그 뒤에 헤다가 무시하던 동문 '테아'의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녀를 깊은 혼란에 빠뜨린다. 한편, 헤다의 심리를 꿰뚫고 은밀하게 통제하려는 '브라크 판사'까지 얽히며, 헤다의 삶은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인 '헤다' 역은 이영애, 학문적 성취 외에는 관심이 없는 헤다의 남편 '테스만' 역은 김정호, 가까운 곳에서 끊임없이 헤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오는 판사 '브라크' 역은 지현준, 헤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우는 옛 연인 '에일레트' 역은 이승주,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테아' 역은 백지원,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고모 '테스만' 역은 이정미, 헤다의 하녀 '베르트' 역은 조어진이 맡았다.

/사진=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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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5년 만에 상업 연극 무대에 처음 섰다. 어떤 이유로 연극을 하게 됐는지.

▶제가 몇 십년 만에 처음 공연하는 것이다 보니 아쉬움이 있더라도 잘 봐주셨길 바란다. 사실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워크숍으로 연극을 했는데 상업 연극은 처음했다. 제가 데뷔 때 소극장에서 연극을 했었고 그때 연극을 하고 싶단 생각이 있었는데 영화와 드라마에 집중하고 결혼하고 아기에 집중하다 보니 연극을 못 했다. 그러다가 대학원 은사님이 입센 작품을 번역한 자리가 있었는데 저에게 헤다란 역을 해봐줄 것을 제안 주셨다. 헤다를 통해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하시더라. '벚꽃동산'을 보면서 이런 무대에 서보고 싶단 생각도 하게 됐다. 제가 KBS 2TV 드라마 '은수좋은 날' 촬영을 마치고 이 작품을 하고 싶더라. '헤다 가블러' 초연 날짜가 제 생일인 1월 31일이더라. 혼자서 무언의 '해야 한다'란 이유를 들면서 하게 됐다.

-관객들 앞에서 첫 공연을 한 소감은?

▶무식하면 용감했더라.(웃음)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한 달 넘게 했다. 센터장님부터 미팅을 몇 번씩 하고 빈 무대에도 몇 번씩 서보면서 느낌을 가져봤다. 여기까지 오기에 만만치 않은 거리와 가격이 있었을 텐데, 저를 보러, 공연을 보러 와주신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크더라. 첫 공연이라 제가 '대사만 까먹지 말자', '누가 되지 말자'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했다. 조금 더 발전해서 제가 조금 더 즐기는 무대를 하고 싶기도 하다.

-대극장에서 공연을 한 느낌도 남다를 것 같다.

▶쟁쟁한 배우분들과 연출진이 도와주셔서 생각보다 호평이 나온 것 같다. 대극장의 묘미는 큰 오브제가 많지 않냐. 무대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미학적인 요소를 감상할 수 있겠다. 저는 매체 연기를 하면서 제 감정을 다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무대 위에서 액팅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헤다란 인물의 마음은 어떻게 이해하고 공감했는지.

▶무대 위의 오브제인 '풍선'은 날아가고 싶은 헤다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120년 전 결혼제도를 벗어나려는 헤다의 마음으로만 볼 게 아니라, 직장 스트레스 등 넓은 관점에서 봐도 좋을 것 같다. 헤다는 정답이 없을 것 같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만 작품을 보면 해석이 좁아질 수 있겠더라. 요즘 이혼도 더 많이 할 수 있는 세상이지 않냐. 현대 사회에서 갇혀있는 우리의 굴레에서 생각을 해보면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을까 싶다. 저는 굳이 생각한다면 '헤다가 굳이 자살을 해야 했을까' 싶었는데, 자신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였다.

/사진=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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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의 연기는 매체 연기와 달리 어떻게 다가오는가.

▶저 또한 대사를 다 소화할 수 있을까, NG나면 어쩌지 고민한다. 당연히 무대 위에선 NG 없이 연기를 해야하더라. 그리고 무대 위에선 CF, 영화에서 받는 조명과 또 달리 내 안에 스며드는 감정과 폭의 깊이가 크더라. 그 행복감을 위해서 힘들더라도 도전하는 것이겠다. 많이 배우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한 달 정도 연습을 했을 때인데, 리허설을 한 녹화 영상을 단톡방에 올려주셨더라. 근데 나만 너무 이상하더라. 그날 밤에 잠을 못 잤다. 액팅하는 친구한테 '연기 좀 가르쳐 달라'고 하기도 했고 연극에 대한 스킬도 배웠다.

-무대 위에서는 편집이 없으니, 실수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했을 텐데.

▶무대 위에서 제가 기침이 나올 뻔한 순간이 있었는데, 속으로 '살려주세요'라면서 연기했다.(웃음) 백지원 배우가 '선배님만의 강점이 있어요. 선배님은 무대 위에서 틀려도 쫄지 않아요'라고 하더라. 내색을 안 하고 휙 지나간다고 하더라. 몇 번 제가 멘탈이 나갈 뻔한 적도 있었는데, 관객 몰래 지나갈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더라. 이제는 무대 위에서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화장실도 가면 안 되니 공연 3~4시간 전에는 아무것도 못 먹겠더라. 그래서 살이 빠졌나 보다. 앞으로 다이어트가 필요하면 연극을 해야겠다.(웃음)

-앞으로도 연극, 공연을 보여줄 생각이 있는지.

▶힘들지만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 당장 연극을 하지 않더라도 배우로서 새로운 걸 계속 찾을 것 같다.




LG아트센터 서울=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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