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스탠드'...'기이한' 북한 축구
입력 : 2013.05.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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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북한 축구 국가대표 출신 '정대세'가 대한민국 프로축구팀 '수원'에서 뛰고 있지만 북한 축구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이벤트로, 혹은 월드컵 예선 경기를 통해서 간혹 남북한 축구가 만나기도 했지만 북한 축구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빈약하다. 우리는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아니 어떤 면에서는 외국인보다 북한 축구에 대해 더욱 어두운 실정이다.

경기 내내 운동장을 울려퍼지는 응원가, 간헐적인 박수 갈채, 선수 이름 호명 서포팅 등 축구 경기장에서 상식처럼 체험할 수 있는 분위기는 국내 축구나 유럽 축구나 크게 다르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경기장의 분위기는 일종의 '글로벌 스탠다드 문화'가 되었다. 유럽의 경기장을 찾으면 그 압도적인 열기에 감동하지만 수도권 라이벌인 수원과 서울의 경기에서는 크게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북한의 축구 경기장 분위기는 상식과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달라도 너무 달라서' 충격적일 정도로 이질적이라는 것이 BBC의 보도 내용이다. BBC의 팀 하틀리는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김일성 스타디움에서 '평양'팀과 '압록강'팀간의 경기를 지켜본 소회를 11일 전했다.

그의 놀라운 경험은 경기 관전을 위해 찾은 스타디움 주변 풍경부터 시작되었다. "(경기장을 들어서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도, 회전식 게이이트도, 핫도를 판매하는 매점도, 매치 프로그램 판매상도 없었"고 경기장에 들어서자 "관중석에 앉아 있는 남자들이 일률적으로 어두운 색상의 양복과 빨간 넥타이를 맨채 가슴에는 반짝이는 뱃지를 달고 침묵하고 있는" 장면과 맞닥뜨린다.

경기는 이른 시간인 오전 9시 30분에 시작되었으나 경기장의 분위기는 경기 시작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떠한 응원의 노래도, 응원 깃발도 없이 침묵 속에서 경기만을 지켜보는 낯선 풍경. 관중석에는 제복을 입은 군인들도 제법 있었다. 그는 "나는 그들이 지시에 따라 경기장에 왔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일부 사람들은 조용히 신문을 읽었고 경기에는 어떤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고 표현한다.

'평양'과 '압록강'의 경기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진행되었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침묵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BBC의 하틀리가 먼저 응원 구호를 외치자 VIP석에 있던 몇몇 외국인이 그들과 합류해 평양팀의 선전을 응원했지만 관중들은 그 장면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평양팀이 골을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관중석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멋진 득점에도 불구하고 평양팀의 감독은 자리에 그냥 앉아 있었고 선수들은 하이 파이브도 서로 등을 두드려주는 '골 세레머니' 비슷한 행동도 없었다고 전한다.

BBC 취재진은 북한에서 진행된 실제 경기를 관전하고도 그 경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관전하면서도 감정적 반응이라고는 전혀 나타내지 않는 북한 관중들의 진실은 무엇인지, 끝내 파악하지 못하고 경기장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기획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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