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컨페드컵-A조 일본] ‘사무라이 블루’의 칼 브라질 향했다
입력 : 2013.06.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이형석기자=‘사무라이 블루’ 일본 축구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비록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은 대한민국에 내주고 말았지만, 세대교체의 완성도에서는 한 발 앞섰다는 평가다. 그만큼 최근의 일본은 런던 올림픽 세대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세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축 선수인 혼다 케이스케와 카가와 신지는 아시안컵 이후 유럽무대에서 기량이 만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의 업적을 쌓아 올린 일본의 다음 목표는 ‘8강’이다. 일본은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강호들과 자웅을 겨뤄 그 가능성을 타진해보려 한다. 일본 입장에선 지난 2001년 대회 당시 결승까지 진출하며 프랑스와 호각의 승부를 겨룬 끝에 0-1로 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과연 그 당시 돌풍을 이번 대회에서도 재현해낼 수 있을까?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월드컵 대비 테스트 무대
일본을 지휘하고 있는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이탈리아에서 유별난 전술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자케로니 감독은 현대 축구의 3-4-3 포메이션을 완성 단계로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전술적 역량을 앞세워 1990년대 당시 우디네세와 AC 밀란 등에서 성공적인 업적을 이룬 바 있다. 하지만 지나친 3-4-3 포메이션 고집은 번번이 자케로니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축구협회가 자케로니 감독에게 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기자 한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미 포백 기반의 전술로 완성된 일본의 스리백 전환 우려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케로니 감독은 부임 초기 3-4-3 포메이션을 일본에 도입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스리백 전환은 여의치 않았고 결국 현실과 타협하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 2011년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며 ‘아시아 최강’ 타이틀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자케로니 감독 지휘 아래 일본은 더욱 완성도 높은 팀으로 거듭났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는 자케로니 감독의 역량 덕분만이 아니다. 유럽 무대로 진출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며 팀 전력 자체가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카가와는 도르트문트의 2011/2012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주도했고,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건너가 더욱 성숙해진 기량을 과시 중에 있다. 아시안컵 MVP 혼다도 한 층 완숙미가 느껴지는 기량으로 유럽 빅클럽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본은 혼다-카가와 중심의 새로운 멤버에 올림픽 4강 주역들이 가세하면서 이상적인 신구조화를 이루었다. 이러한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자케로니 감독은 앞으로 몇 가지 과제들을 풀어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그 성과를 테스트하게 될 일종의 시험무대다.

자케로니 감독은 해외파만 좋아해
자케로니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 이후 유럽으로 진출한 해외파를 편애했다. 이러한 자케로니 감독의 해외파 사랑은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 끊이질 않고 있는 현재진행형 논란거리다. 일본의 축구기자들은 이렇게 입 모아 말한다. “자케로니 감독은 J리그 경기를 통 보질 않는다.”
일본의 베스트 일레븐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불만의 목소리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감바 오사카의 강등 이후에도 잔류를 선택한 ‘의리의 사나이’ 엔도 야스히토를 비롯해서 마에다 료이치(주빌로 이와타), 나카무라 켄고(가와사키 프론탈레), 콘노 야스유키(감바 오사카) 정도를 제외하면 주전급 멤버 중에 국내파는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자케로니 감독은 유럽을 한 바퀴 돌아 해외파들의 기량을 집중 점검한 반면 J리그 무대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 일본의 중앙 수비진은 가장 큰 불안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요시다 마야와 본래 미드필더였던 콘노의 수비 조합이 과연 최선의 해답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향후 10년 이상 일본의 중앙수비를 이끌어 갈 요시다의 파트너로는 콘노보다 툴리오가 적임자라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툴리오는 J리그 무대에서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 중에 있지만 자케로니 감독의 시선이 향한 곳은 여전히 유럽이다.

최전방 공격진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J리그에서는 와타나베 카즈마(FC 도쿄), 오사코 유야(가시마 앤틀러스), 사토 히사토(산프레체 히로시마), 토요타 요헤이(사간 토스) 같은 공격수들이 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해 앞다퉈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야말로 최근의 J리그는 토종 공격수들의 전성시대로 불릴 만하다.

그럼에도 국내파 공격수들의 대표팀 발탁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마에다를 제외하면 일본 공격진은 해외파 일색이다. “자케로니 감독! J리그도 좀 봐주세요”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 이유다.

마지막 열쇠는 혼다가 쥐고 있다
자케로니 감독이 국내파를 외면하고 있다고 해서 유럽파 중심의 현 일본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카가와는 기량이 만개해 미드필드 장악력이나 공격 움직임 면에서는 웬만한 유럽 강호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 열쇠는 최근 잦은 부상으로 대표팀 전력에서 이탈했던 혼다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혼다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와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하면 이전보다 더욱 위력적인 카가와-혼다 콤비를 앞세워 우승 후보들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혼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선수는 올림픽 4강 주역 기요타케 히로시다. 기요타케는 오카자키 신지와 좌우로 양날개를 펼치며 프리롤에 가깝게 움직이는 카가와를 받쳐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기요다케는 아직 ‘카가와의 보좌관’에 불과하다. 혼다는 또 한 명의 에이스로 군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게의 차이가 크다. 우측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호쾌한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노리는 혼다의 움직임은 키요타케 이상으로 카가와의 세밀한 플레이와 절묘한 궁합을 이룰 수 있다.

혼다의 전술적 활용가치는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상 이전의 혼다는 대표팀에서 최전방 공격수 역할까지 능숙히 수행해내는 모습을 보여 왔다. 마치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처럼 ‘가짜 9번’으로서 자유롭게 전방과 중원을 넘나드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혼다를 최전방에 기용할 경우 일본의 공격 루트는 그만큼 변화무쌍해진다. 현재 일본의 중앙 공격수 역할을 맡고 있는 마에다와 마이크 하베나르 모두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그런 만큼 혼다 복귀 시에는 ‘가짜 9번’ 전술의 재가동 역시 적극 검토될 가능성도 크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