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찬욱의 조가 보니뚜] 네이마르를 거품으로 오해하게 한 편견들
입력 : 2013.06.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브라질과 포르투갈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삼바 축제에 예쁜 라틴 언니들? 당신이 진정 축구에 죽고 사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브라질의 호나우지뉴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안 호날두를 떠올렸을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화려한 개인기와 순간적인 드리블 돌파에 열광하지만 정작 브라질과 포르투갈 축구에 대한 소식은 잘 전해 듣지 못한다. 그래서 ‘스포탈코리아’가 준비했다. 매주 토요일 브라질, 포르투갈의 ’Joga bonito’(아름다운 플레이)에 빠져보도록 하자.

“네이마르는 축구계의 저스틴 비버다. 유투브에서는 최고의 스타지만 현실에서는 고양이 오줌에 불과하다.” 잉글랜드의 ‘트러블메이커’ 조이 바튼이 지난 3월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네이마르를 지지하건 아니건 이 글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거품론에 시달렸던 당시 네이마르는 자신이 사는 곳과는 먼 한국에서도 동갑내기 가수의 노래제목인 ‘버블팝’이라는 별명까지 붙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두 달 뒤 ‘고양이 오줌’은 5만 6,500여명 앞에서 승리의 웃음을 지었다. 보란 듯이 ‘NEYMAR JR’라고 적힌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서.

5,700만 유로. 한화로 약 833억 원.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이 선수는 700만 유로(약 102억 원)의 연봉을 자랑하는 능력자지만 이상하게도 ‘거품’논란이 일었었다. ‘드리블만 잘해서 쓸데없이 시간 질질 끈다’라는 식의 비판이 첫째였고 ‘네이마르는 플레이 특성상 바르셀로나와 맞지 않다’, ‘빅리그에서 검증도 안된 선수가 저 정도 이적료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말도 있었다. 이 외에도 많은 비판들이 있었지만 위에서 언급한 세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 거리였다. 애석하게도, 세 이야기는 네이마르의 이미지를 거품으로 만드는 ‘편견’에 불과하다.



드리블은 수많은 무기 중 하나일 뿐
네이마르의 드리블은 아주 현란하다. 네이마르는 일반적인 개인기를 넘어서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프리스타일까지 즐겨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에게 네이마르는 이미 드리블에 있어서 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하지만 네이마르에겐 드리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축구프리스타일 세계 랭킹 2위로 드리블에 많은 연구를 해온 JK 아트사커 아카데미의 전권 대표는 “네이마르는 드리블에 있어서 독보적인 존재다. 드리블이 너무 완벽하기에 오히려 천부적인 재능으로 평할 수 있는 다른 무기들이 가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3 브라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 경기들을 챙겨본 이라면 분명히 깨달은 점이 있을 것이다. 네이마르는 드리블만 잘하는 게 아니다. 네이마르의 슈팅능력은 천부적인 재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전과 멕시코에서 보여준 골들은 네이마르의 위치선정능력과 바운드 볼에 대한 뛰어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골 모두 발리슈팅 상황에서 만들어 낸 골이다. 슈팅에 실린 힘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방향으로 꽂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네이마르가 보유한 무기는 드리블, 슈팅 두 가지일까? 하나가 더 있다. 바로 패스다. 네이마르는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공간을 활용하거나 만들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드리블로 수비진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틈을 타 빈 공간으로 파고드는 동료에게 패스를 넘겨주는 패턴에 수비수들은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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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와 맞지 않는다?
네이마르가 산토스에서 펼쳐온 경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분명 ‘바르셀로나와는 맞지 않는 스타일’로 판단할 수 있다. 지금 브라질 대표팀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보다 좀 더 오래 볼을 소유하는 경향이 있었다. 산토스에서는 ‘쇼맨십’이 강한 네이마르이기에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관중들을 열광케 하는 걸 즐겼다. 이는 분명 쉴새 없이 패스가 돌아가며 상대의 수비진의 빈틈을 찾는 바르셀로나의 축구와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이다.

하지만 네이마르가 산토스에서 하던 그대로 바르셀로나에서 경기를 운영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선수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게임처럼 딱 정해진 플레이스타일 외에는 소화할 수 없는 게 아니다. 가까운 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숨은 영웅’ 역할을 했던 박지성이 대표팀에서는 선수들 전체를 진두지휘하며 에이스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선수단의 질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있지만 그래도 역할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박지성이 그랬듯 네이마르도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바르셀로나식 축구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 네이마르가 산토스에서 펼쳤던 플레이를 그대로 가져올 것이란 생각은 큰 오산이다.



네이마르의 몸값, 그냥 정해진 게 아니다
빅리그에서 통할 지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게 몇 백억 원의 거금을 쏟아 붓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성공여부를 장담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네이마르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건 착각이다. 이미 네이마르는 수 많은 검증을 거쳤다. 축구가 종교이자 대부분의 남자들이 5살 무렵부터 축구를 하는 나라에서 현시대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혀 그 나라의 ‘미래’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오갔다. 무엇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의 스카우터들이 검증도 하지 않고 빅리그에서 통하지도 못할만한 선수를 영입한다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다.

바르셀로나는 아무나 대충 영입하지 않는다. 바르셀로나 스카우터들의 눈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실패한 영입들도 물론 있지만 스카우터가 거르고 걸러 영입한 선수들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더 많다. 당장 브라질 국적으로만 꼽아도 호나우지뉴, 히바우두, 호나우두, 호마리우 등이 있다. 리오넬 메시라는 현재진행형 전설을 일찌감치 알아본 것도 바로 이 사람들이다.

안 그래도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들이라면 몇 백억 원이라는 거금이 오고 가는 판에 일을 소홀히 할 리가 없다. 깊이 있는 검증을 진행하며 심혈을 기울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바르셀로나도 마르지 않는 돈줄은 없기에 네이마르의 이적료에 대해 수십 번 검토를 했을 것이다. 따라서 5,700만 유로는 대충 산정한 ‘거품’가격이 아닌, 철저한 검증을 거친 적정가로 볼 수 있다.

2013 브라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네이마르가 전 경기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거품논란은 점점 들어가고 있다. 아직 가장 중요한 바르셀로나에서의 활약여부가 남아있긴 하지만 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이라면 바르셀로나에서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마르를 거품으로 몰아가던 편견들, 이제는 버려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

글=왕찬욱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영상=유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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