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용의 메타 템포] 부폰, 칸나바로를 넘어 伊 역사를 썼다
입력 : 2013.10.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2000년대 중반까지 유럽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던 이탈리아 축구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승부 조작과 인종 차별, 폭행 사건 등이 문제가 되며 스타 선수들이 하나 둘 잉글랜드나 스페인으로 떠났다. 하지만 세계 축구 전술의 변화에는 늘 이탈리아가 중심이었다. 이제 겨우 다사다난했던 이탈리아 축구의 전반전이 끝났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후반전을 앞두고 ‘메타 템포’(하프타임)를 가져본다.

잔루이지 부폰(35)이 이탈리아 축구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새겼다. 부폰은 지난 2006년 독일에서 월드컵을 함께 들어올렸던 동료 파비오 칸나바로가 가지고 있던 이탈리아 A매치 출전 기록을 뛰어넘었다.

부폰은 12일 새벽(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덴마크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 최종예선 B조 9차전에 선발 출전하며 2골을 내줬으며 이탈리아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부폰 개인적으로는 칸나바로 가지고 있던 136회의 A매치 기록을 넘어서 137회 A매치 출전이라는 기록을 달성한 뜻 깊은 경기였다.

아주리 시절 초반의 시행착오

지난 1997년 18살의 나이로 빗장수비로 유명했던 이탈리아의 수문장으로 소집되기 시작했지만 부폰의 대표팀에서의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비록 1997년 러시아와의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에 출전을 했지만 주전 골키퍼의 부상으로 인한 임시 대체였다.

이후에도 A매치에 이탈리아의 골문을 지켰지만 부폰이 본격적으로 이탈리아의 주전 골키퍼 장갑을 낀 것은 2001년부터이다. 2002 한일 월드컵 유럽 예선 최종예선에서 주전 자리를 잡은 부폰은 당시 대표팀 감독이던 지오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 이후 2002 월드컵 본선에도 주전으로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부폰은 당시 16강전 초반 대한민국의 안정환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등 놀라운 선방을 보여주며 팀의 승리를 이끄는 듯 보였다. 하지만 후반 종료 직전 설기현에게 동점골을 허용 한뒤 안정환에게 연장 골든골을 허용하며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빗장 수비 최후의 보루

이때의 실패는 부폰에게 큰 약이 됐다. 4년 뒤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부폰은 다시 한 번 주전으로 나섰다. 그는 7경기에 출전 해 단 2골만을 허용하며 이탈리아의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2골 중 한 골은 수비수에 의한 자책골이었으며, 다른 한 골은 결승전 때 지네딘 지단에게 허용한 페널티킥 골이었다. 필드골 실점은 전무했다.

이런 그의 활약으로 승부조작 사태로 인해 침체 됐던 이탈리아는 활력을 받았다. 눈부신 활약을 인정받은 부폰은 FIFA 월드컵 야신상을 수상했으며, 2006 국제축구연맹(FIFA)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 최종 후보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골키퍼로서는 보기 힘든 순간이었다.

부폰이 허리 부상으로 인해 파라과이와의 첫 경기만을 뛰고 하차한 2010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거짓말처럼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조 꼴찌로 월드컵을 마쳐야 했다. 당시 이탈리아 선수들 전체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최후의 보루 부폰을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부폰이 돌아온 유로 2012에서 이탈리아는 ‘이제는 이빨빠진 호랑이’라는 평가를 비웃듯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0-4로 패했지만 이탈리아가 보여준 선전은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가장 비싼 골키퍼, 의리 있는 진짜 사나이

2001년 여름 많은 축구팬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파르마에 있으면서 UEFA(유럽축구연맹) 컵을 안긴 부폰을 유벤투스는 5,230만 유로(약 760억 원)의 이적료롤 영입했다. 이 금액은 골키퍼 이적 사상 최고의 이적료로 기록돼있다.

부폰은 자신의 몸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며 유벤투스에 안정감을 더해줬다. 그는 세리에A 최우수 골키퍼에 2001년부터 6년 동안 수상하며 팀에 우승컵을 안기며 유벤투스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유벤투스 팬들의 사랑을 받은 결정적인 일이 벌어졌다. 2006년 유벤투스는 승부조작 혐의로 세리에B(2부리그)로 강등됐다. 당시 팀에 있던 칸나바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릴리앙 튀랑 등이 팀을 떠났을 때 부폰은 팀에 남는 의리를 보여줬다. 부폰은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 파벨 네드베드 등과 함께 1시즌만에 팀을 세리에A로 승격시켰다.

이탈리아와 유벤투스가 사랑하는 부폰은 지금까지의 기량을 인정 받아 지난 2012년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으로부터 21세기 최고의 골키퍼로 뽑히며 그의 기량을 인정받았다. 35살인 부폰은 “40살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폰이 들어올리지 못한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 대회 우승 트로피를 그가 은퇴하기 전 들어올리며 이탈리아를 넘어선 세계적인 역사를 세울지 지켜볼 일이다.

글=김도용 기자
사진=ⓒ 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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