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용의 메타 템포] 伊의 '굴욕', 발롱도르 후보 피를로가 유일
입력 : 2013.11.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2000년대 중반까지 유럽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던 이탈리아 축구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승부 조작과 인종 차별, 폭행 사건 등이 문제가 되며 스타 선수들이 하나 둘 잉글랜드나 스페인으로 떠났다. 하지만 세계 축구 전술의 변화에는 늘 이탈리아가 중심이었다. 이제 겨우 다사다난했던 이탈리아 축구의 전반전이 끝났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후반전을 앞두고 ‘메타 템포’(하프타임)를 가져본다.

지난 10월 29일 국제축구연맹(FIFA)는 2013 FIFA 발롱도르 후보 23명을 발표했다. 그 중 이탈리아 출생의 선수는 만 34살인 안드레아 피를로 단 한명이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1번 시드에서 제외된 이후 또 한 번 되풀이 된 이탈리아 축구의 굴욕이다.

발롱도르 후보가 발표된 뒤 이탈리아 축구계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지난해에는 마리오 발로텔리, 잔루이지 부폰, 피를로 등 이탈리아 출신 3명이 후보에 올랐지만 올 해는 그보다 못한 단 한명의 후보를 명단에 올렸기 때문이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단 한 명의 후보자도 못 냈다는 것을 보며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의 위상이 또 다시 초라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도 이 중 이탈리아의 자존심을 살려낸 이는 바로 피를로이다. 피를로가 지금까지 이뤄낸 업적으로 보면 분명 대단한 선수임에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국가대표와 소속팀 유벤투스에서 그의 존재감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피를로는 세리에A 4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2회, 월드컵 1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제 그의 나이는 만으로 34살. 후보에 오른 23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다.

적지 않은 나이의 피를로가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이탈리아 축구의 문제점을 나타내주는 하나의 지표다. 이탈리아 국가대표와 소속팀 유벤투스에서 노장 선수 피를로가 그 국가를 대표하고 있다는 것은 그를 대체할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피를로는 아주리 군단에서도, 유벤투스에서도 전술의 중심으로 그 역할이 크다는 것은 사실이다. 피를로가 팀 가운데서 템포를 조절하고 팀 운영에 대한 모든 것을 쥐고 있는 것은 그를 상대하는 상대팀이 모를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팀이 피를로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압박을 이제 피를로도 부담스러워 할 나이가 됐다. 실제 지난 레알 마드리드와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상대팀의 집중 견제의 대상이 되며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 힘들어보였다.

경기 내내 수비를 따돌리기 위해 뛰다보니 후반 체력이 고갈 되며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피를로의 대체자를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히카르도 몬톨리보로 새롭게 미드필더진을 꾸리기 위한 실험을 지난 덴마크와의 월드컵 예선에서 시도했다. 하지만 피를로가 결장한 이탈리아는 경기 종료 직전 알베르토 아퀼라니의 동점골로 간신히 무승부에 성공했었다.

아직까지 피를로의 존재가 얼마나 이탈리아에서 큰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적지 않은 나이의 피를로에 대한 의존 줄이기가 르네상스를 꿈꾸는 이탈리아 축구계 전체의 숙제로 남았다.

글=김도용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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