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집중분석] 해트트릭을 가능케 한 손흥민의 '공격 비법 2'
입력 : 2013.11.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할 때가 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의아하게 받아들여지는 말이지만 과정이 결과를 넘을만큼 아름다웠을 경우 상황은 역전된다.

손흥민(레버쿠젠)의 경우가 딱 그렇다. 해트트릭과 1 도움으로 펄펄 날았던 손흥민이지만 그 속에 가려진 그러나, 일궈낸 2가지 성과는 매우 훌륭했다.

손흥민은 9일 밤(한국시간)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2013/2014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2라운드 상대인 친정팀 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 해트트릭과 1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에 2골, 후반에 1골을 넣었다. 골만 넣는 것이 밋밋했는지 후반 27분에는 동료 스테판 키슬링의 골도 도왔다. 손흥민 혼자 북치고 장구 친 경기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스포츠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이 평점 10을 부여하며 손흥민을 MoM(Man of the Match, 최고의 선수)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이날 활약은 완벽했다.

손흥민의 이번 해트트릭은 한국인 선수 최초로 유럽 리그에서 기록한 것이다. 그렇기에 조명돼야 하고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해트트릭을 만들어내는 과정 또한 그 못지않게 빛났다.

진하디 진한 골의 순도 면이 그렇다. 전반 9분과 17분 두골을 넣은 손흥민은 전반전에 해트트릭이 가능해 보였다. 손흥민의 컨디션은 너무나 좋았던 반면, 함부르크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의 몸은 너무나 무거워 보였기에 그렇다.

하지만 3번째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손흥민의 2골로 쉽게 리드를 잡은 레버쿠젠은 전반 23분 함부르크의 바이스터에게 골을 허용하며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중원-수비 간의 간격은 벌여졌고, 선수들의 공간을 활용한 유기적 플레이는 실종됐다. 이에 함부르크는 점점 자신들의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레버쿠젠은 그 어떤 전술적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공격수는 고립됐고,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은 서로 따로 놀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측면과 중앙을 휘저었지만 혼자 힘으로 무너진 체제를 다시 잡기에는 무리였다.

이때, 손흥민은 스스로 살아야 할 길을 찾았다. 손흥민이 후반 들어 과감히 측면 쪽에 고립되던 모습을 보이자 스테판 키슬링과의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로 수비라인을 흔들었던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스스로 교착상태에 놓인 레버쿠젠의 공격법에 변화를 준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대로 결과로 나타났다.

후반 10분 손흥민은 슈테판 키슬링의 중거리 슈팅이 수비 맞고 굴절돼 흐른 것을 오른발로 마무리해 세 번째 골을 완성했다. 물론 슈팅시 손흥민의 위치 선정이 좋았지만, 이는 이전에 있던 키슬링과의 스위칭 플레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측면 수비수’ 보에니쉬와의 나아진 호흡도 또다른 성과였다.

축구 경기는 포지션을 선정할 때, 동선이 겹치는 선수들 사이의 팀워크를 고려한다. 특히 측면 공격수와 수비수는 더욱 그러한데, 이들은 오버래핑과 수비가담을 교대로 수행하며 측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따라서 보에니쉬와 손흥민은 서로 상생해야 하는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과 보에니쉬의 관계는 불협화음이었다. 보에니쉬는 공격 지원 빈도수가 잦았고, 손흥민은 뒷공간 커버에 미숙한 취약점이 있어 발생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두 선수는 물 흐르는 듯 한 호흡을 보였다. 손흥민은 보에니쉬가 빠르게 오버래핑을 할 시 중앙으로 침투하는 척하며 보에니쉬에게 공을 내주며 동료의 공격력을 살려줬고, 보에니쉬 또한 손흥민이 수비 가담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라인을 완전히 내려 앉으며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도 좋았고 만들어내는 과정도 좋았다. 만약 손흥민이 이날 경기를 통해 더 큰 성장을 위한 해법을 찾았다면 그것은 어쩌면, 눈부셨던 해트트릭보다 어려운 상황과 취약점을 극복한 것에 있지 않나 싶다.

글=김성민 기자
사진제공=채널 더 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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