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돔구장, 야구도 할 수 있는 공연장 신세 전락
입력 : 2013.11.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한동훈 기자=서울시가 결국 잠실종합운동장 부지에 돔구장을 짓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돔구장 자체는 환영할 일이지만 주먹구구식 계획이라는 비판도 있다.

20일 공개된 서울시의 '영동 국제회의전시(MICE) 복합단지 조성 계획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0년까지, 잠실야구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야구뿐만 아니라 콘서트나 엔터테인먼트 행사도 치를 수 있는 복합 돔구장을 세울 계획이다. 5,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고척 돔구장 활용 방안도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또 돔구장을 세우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서울시는 인근 코엑스가 마이스, 한국전력 부지가 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되는 것에 맞춰 잠실운동장을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코엑스는 지난 10월, 자사 리모델링이 끝나는 2015년을 기점으로 무역센터 일대 카지노와 호텔, 도심공항, 면세점 등을 하나로 묶어 거대 마이스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MICE 산업은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박람회 등 문화산업을 말한다.

헌데 ‘고척돔 주인찾기’라는 큰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잠실에 돔구장을 새로 지었다간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하게 될 수도 있다. 서울 구로구의 고척동 돔구장에는 무려 2,700억원이 투입됐지만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사가 지연돼 2015년에야 완공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 구장을 쓰겠다는 구단도 없어서 서울시가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연간 8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또한 5,000억원에 달할 건립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 서울시는 한국야구위원회(KBO)나 잠실야구장을 현재 25억5800만원씩 각각 내 쓰고 있는 LG, 두산과 비용 분담을 원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다. 구단과 KBO는 시에서 전부 투자하거나 완전히 민간에서 맡기기를 요구하고 있다. 야구만 하는 전용구장이 아니기 때문에 야구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어서 구단측도 탐탁치 않아하는 눈치다. 공연도 할 수 있는 야구장이 아니라 야구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일본의 도쿄돔에서는 연간 130일은 야구 경기, 170일은 콘서트 등 공연이 열린다. 매년 1,500억 원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항상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에게 돔구장은 분명 매력적이긴 하다. 다만, 주도면밀한 계획으로 시와 시민, 야구계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진행되어야 한다.

참고로 2014년 6월에는 서울시장 선거가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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