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입성’ 윤석민, 제2의 박병호 될까
입력 : 2013.11.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한동훈 기자=또 한 명의 거포 유망주가 잠실을 떠났다.

두산 베어스는 26일, "내야수 윤석민(28)을 내주고 넥센 외야수 장민석(31)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종욱, 임재철의 이탈로 외야를 보강해야했던 두산과 신현철, 김민우를 2차 드래프트로 내보내 내야 자원이 부족했던 넥센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장민석은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자랑하는 즉시전력감이라 볼 수 있지만, 윤석민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거포 유망주다. 2년 전,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잠실에서 목동으로 둥지를 옮긴 박병호가 떠오른다.

잠실은 거포 유망주의 무덤이다. 한국에서 가장 넓은 구장이라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다.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잠실에서 나온 홈런왕은 단 1명이었다. 1995년, OB의 김상호가 25홈런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현역 선수들조차 이렇게 홈런을 치기가 어려운데, 유망주가 성장하기는 더욱 힘들다. 다른 구장이면 넘어갈 법도 한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자꾸 잡히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중거리형 타자로 변신을 위해 스윙폼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변신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본래의 장점마저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병호가 그랬다. LG 시절, 2군에서는 ‘구리 본즈’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날라 다녔지만, 유독 잠실에만 오면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2011년, LG는 불펜 보강을 위해 넥센에 박병호를 내주고 송신영을 데려왔다. 당시 넥센의 사령탑이었던 김시진 감독은 박병호에게 “시즌 끝날 때 까지 무조건 4번 타자로 기용할테니 마음껏 쳐라”라고 하며 부담을 전혀 주지 않았다. 이후 박병호는 거짓말처럼 홈런을 쳐대더니,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홈런왕과 MVP를 석권했다.

윤석민은 박병호와 닮았다. 거포 유망주였지만 두산의 선수층이 워낙 두터워 출장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 2012년 109경기에 나와 10홈런을 치면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올 해에는 다시 홍성흔, 이원석 등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려 21경기에 나오는데 그쳤다. 꾸준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두 자릿수 홈런은 충분한 선수다.

게다가 목동은 잠실보다 훨씬 작다(좌우100m->98m, 센터 125m->118m).또 넥센에는 박병호 말고도 이성열, 강정호 등 홈런을 20개 넘게 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윤석민이 ‘터질’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윤석민이 잠실에서 못 다 이룬 꿈을 목동에서 펼칠지 기대가 모인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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