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투표, 이대로라면 ‘인기투표’...성적도 반영하자
입력 : 2013.12.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한동훈 기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후에는 항상 잡음이 많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상자를 100% 투표로 결정한다는 데에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공격 부문 실버슬러거, 수비 부문은 골드글러브로, 공·수를 나눠서 시상한다. 하지만 한국은 골든글러브 하나뿐이다. 해당 포지션에서 공격과 수비를 종합해 최고의 활약을 했던 선수를 뽑는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골든글러브’는 공격 지표만 보는 실버슬러거나 수비 지표만 보는 골드글러브보다 훨씬 세밀한 지표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록은 후보 선정 과정에만 영향을 미칠 뿐, 이후에는 오로지 투표로 결정된다.

수상자 선정 방식을 조금 더 정교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수상자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성적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 기록은 후보 자격을 결정할 때에만 반영된다. 투표 과정에서 당연히 후보의 성적을 보고 뽑겠지만, 참고 자료일 뿐이다. 게다가 투표권자의 기준이 제각각인 점도 문제다. 승이 많은 투수가 좋은 투수인지, 평균자책점이 낮은 투수가 좋은 투수인지 오로지 개인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투표한다.

이 때문에 투표 결과 대부분은 받을만한 선수가 받지만, 성적이 무시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대표적인 예로, 2012년 넥센의 나이트는 208⅔이닝 16승 4패, 평균자책점 2.20의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17승을 거둔 삼성 장원삼에게 밀렸다. 장원삼은 이 해에 157이닝, 17승 6패 평균자책점 3.55로 나이트보다 나은 건 승 하나뿐이었다.

심지어 1998년에는 정규리그 MVP를 받은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당시 OB 베어스 소속이었던 타이론 우즈는 타율 0.305, 42홈런 103타점으로 MVP에 선정됐지만,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삼성 이승엽이 가져갔다. ‘나눠먹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렇듯 수상자를 100%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투표인단도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보다는 한국 선수가 유리하고, 투표권을 쥔 기자단과 친분이 두터운 선수가 보이지 않는 이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매년 한 두 포지션에서 납득하기 힘든 결과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적을 점수로 환산해 수상자 선정에 반영하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투표의 비중을 조금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타율이나 홈런, 타점, OPS(출루율+장타율) 등 공격지표 뿐만 아니라 수비 범위(RF: Range Factor), 수비 성공률(FPCT: Fielding Percentage) 같은 수비 지표도 포함해 점수로 환산해 반영해야 한다. 성적 50%, 투표 50%로 합산해 수상자를 선정하면 좀 더 합리적이고 재미있는 시상식이 될 것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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