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보라스 뺨치는 한국 구단의 협상능력
입력 : 2013.12.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한동훈 기자= 가히 스캇 보라스도 울고 갈만한 능력이다. 현역 메이저리거를 단돈 30만 달러(약 3억 1,575만 원)에 데려오는 한국 야구단 이야기다.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늘어난다. 종전 2명 보유, 2명 출전에서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거물급’ 용병 영입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올 시즌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던 선수들이 다수 있다. 한 마디로 ‘현역 메이저리거’들을 데려왔다는 소리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한 야구 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 8조 ‘참가활동보수’ 조항에 의하면 외국인 선수의 연간 참가활동보수는 미화 30만 달러를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그 계약은 무효이며, 해당 선수는 5년 간 한국 무대에서 뛸 수 없고 구단은 그 해에 용병 한자리를 비워놔야 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서 뛰면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은 최대 30만 달러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의 최저 연봉은 48만 달러(약 5억 520만 원)다. 최소 48만 달러를 받던 선수들을 30만 달러에 데려왔다는 이야기다. 이 선수들이 돈을 셀 줄 모르는 바보가 아니라면, 이들을 데려온 구단이 신의 경지에 다다른 협상 능력을 가졌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17일 현재, 재계약을 제외하고 총 9명이 새롭게 한국 구단에 입단했다. 이 9명은 하나같이 계약금과 연봉을 합해 총액 30만 달러에 계약했다. 특히 SK가 데려온 로스 울프나 NC가 영입한 에릭 테임즈, 한화의 펠릭스 피에 등은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던 선수들이었다. 자신들의 연봉을 깎아가면서 한국에 왔다.

‘기적의 협상가’가 구단마다 한 명씩 있는 모양이다. 50만 달러(약 5억 2,625만 원)짜리 선수들을 고작 30만 달러만 받고, 태평양을 건너와서 뛰도록 만들었다. 실로 기적적인 협상 능력이다.

이렇게 천재적인 협상가들이 구단마다 포진해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조항은 쓸모가 없다. 연봉 상한선을 30만 달러가 아니라 20만 달러(약 2억 1,050만 원)로 낮춰도 상관이 없어 보인다. ‘기적의 협상가’들은 제아무리 메이저리거라도 20만 달러에 데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KBO는 하루빨리 이 유명무실한 조항을 뜯어 고쳐야 한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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