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부터 '룸살롱'에 몰리는 직장인들...왜?
입력 : 2015.01.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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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A유흥주점에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룸살롱을 찾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지난 1일부로 커피전문점과 식당 등 모든 실내 공간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된 영향이 크다.

식사 후 흡연할 공간이 사라진 직장인들을 겨냥한 일부 유흥주점들이 낮에는 커피를 판매하며 여전히 흡연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은 빌딩 지하마다 위치한 유흥주점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다.

대부분의 커피프랜차이즈 전문점이 흡연 공간을 없애거나 환풍시설을 설치해 손님이 줄어든 반면 틈새시장을 공략한 불법 업소들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밤이되면 위스키와 맥주 등을 판매하고 낮에는 커피를 파는 영업행태는 금연정책이 시행된지 일주일도 안됐지만 직장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

이날 다수의 직장인들이 집중돼 있는 여의도와 강남역, 신논현역, 종로, 서대문 일대의 커피 프랜차이즈 20여 곳을 직접 찾아가 본 결과 흡연실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흡연공간을 방치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본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흡연자들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1일 이후 정부에 적발된 흡연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지금까지 흡연이 가능했던 저녁에는 치킨과 소주, 맥주를 판매하고 낮에는 커피를 판매해 온 형태의 영업점들도 담배 피우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있었다. 해당 장소들은 지난 31일까지도 모두 재떨이를 제공했던 곳이었다.

아울러 기업들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역 근처와 여의도의 경우 금연거리 지정까지 된 상태라서 흡연자들은 더욱 갈 곳이 없는 상태다. 결국 흡연자들은 당구장과 스크린 골프장 등지로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해당 장소는 체육시설로 분류돼 아직까지 금연 정책이 적용되지 않은 곳이다. 일부 당구장의 경우 마케팅 차원에서 담배판 피우고 나갈 수 있도록 대형 재떨이를 설치해 둔 곳도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 근무 중인 송모(34세)씨는 "회사 밖으로 나와도 금연거리로 지정돼 있어서 담배 피울 곳이 마땅치 않다"며 "밖과 연결된 지하주차장 한 켠에 흡연 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담배피울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간이 남았을 때 흡연할 곳이 없다보니 당구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점심시간 동안 당구장을 찾아 밥과 흡연을 몰아서 해결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인들의 흡연 수요가 여전한 반면 공급이 부족해지자 흡연 마케팅을 펼치는 주점들, 일명 '룸싸롱'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낮부터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낮에는 커피를 팔며 직장인들에게 흡연 공간을 제공하고 저녁 이후부터는 위스키와 맥주 등을 판매하며 수익을 남기고 있다. 이는 기존에도 직장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최근 금연법이 시행된 이후 더 많은 업소들이 점심 시간을 이용해 영업하기 시작했다.

실제 여의도 직장가에서 낮에 영업하고 있는 주점을 찾아가 본 결과 입장과 동시에 재떨이를 제공했다.

주점 관계자는 "기존에도 낮에 영업을 해 왔지만 최근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오후 2시까지만 영업하고 저녁시간까지 문을 닫는데 올해부터 손님이 많아져 4~5시까지도 문을 열어둔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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