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초등교사 극단선택에…“자신이 가르치던 교실서 영원히 멈춰”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사건에 애도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원칙과 절차에 맞는 규제가 부재했다고 비판했다.
허지웅은 20일 자신이 진행하는 SBS 라디오 '허지웅쇼' 방송 오프닝 멘트를 통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망 사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허지웅은 "어느 젊은 교사의 삶이 자신이 가르치던 교실에서 영원히 멈추어섰다, 다른 무엇보다 장소가 가장 마음 아프다, 그곳이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로 취급되거나 묻힐 거라 여긴 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지난 시간 그 수많은 징후들을 목격하는 동안 우리가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며 "뉴스에서는 교권 추락이라는 말이 나온다, 학생들의 인권이 올라간 탓에 교사들의 인권이 떨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틀린 말이다, 교권이라는 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 누군가의 인권을 되찾는 일이 다른 누군가의 인권을 위협했다면 그건 애초 인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교권이라는 말은 교실에서 학생의 권리와 교사의 권리가 따로 존재하고 서로 상생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제하는데 아니다, 인권은 나눌 수 없다, 인권은 권력 투쟁이 아니다, 그런 잘못된 말의 쓰임과 인플레가 문제를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허지웅은 "일부 학생과 부모가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방종하고도 아무런 견제를 받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그걸 인권의 회복이라고 자랑한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인권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감각도 관심도 없는 사람이다"라고 짚었다.
또 허지웅은 이런 현상이 교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과거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당했던 폭력과 부조리를 정상으로 애써 돌려놓았다면, 그간 악습으로 위태롭게 눌러왔던 것들을 원칙과 절차를 통해 규제할 수 있는 엄정한 도구 또한 함께 고민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룰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됐다, 우리 정서가 원칙보다 죽음에 더 가깝나"라며 안타까워 했다.
허지웅은 서로 책임을 돌리는 정치권과 진영의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저는 남탓을 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결과물을 가지고 나올 쪽에 서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적었다.
한편 19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내에서 이 학교 1학년 담임인 A씨(23)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A씨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던 중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