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폭 신고 당하자…“ 대치동에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 협박

자신의 아들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과 그 어머니에게 '동네에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함현지 판사는 협박,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46)씨에게 지난 21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8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아동학대범죄 재범예방 강의 수강을 명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거주지 인근에서 마주친 아들 B(9)군의 친구 C(9)군과 그 모친 D씨에게 "가만 안 두겠다. 대치동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며 소리쳐 협박하고, C군에게는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으로부터 2주 전 B군은 C군과 장난을 치며 놀던 중 C군의 손에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혔다. C군은 입원치료를 받았고, D씨는 C군의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C군이 퇴원하던 날 D씨, A씨의 아내 E씨가 마주치며 시비가 붙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는 E씨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했고, C군 모자를 따라다니면서 위와 같은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C군은 사건 당시 부모들간의 대화를 녹음했는데, 수사기관에서 "엄마가 다칠까봐 무서워서 녹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함 판사는 A씨의 발언이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협박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서도 C군의 수사기관 진술과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며 유죄로 봤다.

함 판사는 피해자 C군이 B군으로부터 당한 상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범행이 이뤄졌고, C군이 화상을 입었던 사건보다 A씨의 협박 등 발언으로 인해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피고인의 행위와 그 자녀의 행위는 면밀히 구별해야 한다"며 이를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