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 프로축구 K리그2 감독의 수난시대...실패가 아니다.
입력 : 2023.12.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프로축구 K리그2 서울 이랜드 박충균(50), 충남 천안 FC 박남열(53), 충남 아산 박동혁(44), 경남 FC 설기현(44) 감독이 2023 시즌을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이는 그 어느해 시즌보다 올 시즌 K리그2 감독의 수난시대가 아닐 수 없다. 프로의 세계는 성적이 모든것을 말해줄 만큼 냉혹하다. 따라서 지도자의 높은 지도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이에 자유로울 수 없다. 이의 관점에서 박충균, 박남열, 박동혁, 설기현 감독의 지도력이 클로즈업 된다. 축구계에 통용되고 있는 '지도자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라는 말은 곧 지도자의 지도력에 초점이 맞춰진 말이다.

이에 단지 욕심과 의욕 그리고 열정만으로 프로 무대에 도전 실패를 맛본 지도자는 부지기수다. 특히 젊은 지도자들의 이 같은 실패는 두드러지다. 프로무대 도전은 단지 욕심과 의욕, 열정만 가지고 도전하기에는 너무 높은 벽으로 존재한다. 때문에 욕심과 의욕,열정 이전에 무엇보다 우선 시 되는 조건은 충분한 경험이다. 경험도 선수 은퇴와 더불어 프로 무대로 직행 지도자 생활에서 얻은 경험보다는 아마추어 축구에서 부터의 지도 이력이 더욱 중요 시 된다.

이런 과정의 지도자 생활에 대한 또 다른 축구계 불문율이 있다. 그것은 '고생을 하지 않은 지도자는 성공할 수 없다'라는 말이다. 박충균, 박남열, 설기현 감독은 이 같은 과정의 지도 경험을 갖고 있는 지도자다. 그럼에도 낙마의 쓴맛을 보며 프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 중 박충균, 박남열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한 시즌 만에 하차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그렇다면 박충균, 박남열 감독의 제2 K리그 도전은 일정부분 제약이 뒤따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반면 설기현(2020.1~2023.12), 박동혁(2019.12~2023.11) 감독은 팀을 3, 4시즌 동안 이끌며 지도력에 물음표 보다는 느낌표를 찍은 지도자여서 이들의 제2 지도자 생활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명 박충균, 박남열, 박동혁, 설기현 감독의 앞으로 지도자 생활에 희비는 엇갈릴 것이 틀림없다. 그 원인 중에 하나는 박충균, 박남열 감독은 성적 책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낙마며, 박동혁, 설기현 감독은 이와 무관한 자진 사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고 자신의 축구 철학을 확실히 구현하는데는 최소 2~3년 기간이 필요하다. 이를 간과할 때 박충균, 박남열 감독의 사퇴는 분명 모순점이 있다. 성적은 투자와 비례한다. 그렇다면 서울 이랜드와 천안 FC 투자에 의한 경쟁력 있는 우수 선수 영입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나를 한번 돌이켜 볼 필요성이 있다. 프로는 아마추어 축구와 같이 만들어 가는 과정의 팀 운영으로 구단이 추구하는 목표를 성취시키는데 한계성이 있다. 어디까지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선수 구성으로 만 팀이 추구하는 목표를 성취시킬 수 있을 뿐이다.

올 시즌 K리그2 우승과 준우승 팀은 김천 상무와 부산 아이파크다. 그렇다면 서울 이랜드, 천안 FC, 충남 아산, 경남 FC 선수 구성과 비교된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특수성이 있는 김천 상무 선수 구성은 대표선수 및 K리그1에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한 선수들이며 부산 아이파크 또한 리그 순위 11위 서울 이랜드(10승5무21패), 13위 천안 FC(5승10무21패), 10위 충남 아산(12승6무18패), 4위 경남 FC(15승13무9패) 선수 구성과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이는 곧 특수성 및 투자에 의한 성적의 연관 관계성과 무관치 않다.

상대적으로 K리그2는 K리그1 보다 존재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승강제로 인하여 팀 인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 창출은 물론 선수들의 동기부여는 충분히 제공되어 있다. 그렇다면 K리그1 구단과 같은 마케팅 효과에 의한 상업적 수익도 염두에 둘 시점에 와 있다. 그렇지 않고 성적에만 연연하여 오직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는 구단 정책 고수만을 고집한다면 발전도 없고 희망 역시 가질 수 없다. 그동안 K리그2가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한 측면은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중 U-23세 이하 연령별 대표팀 선수 구성으로 인한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는 K리그2 팀이 이룬 빛나는 업적이다. 이 같은 업적에 투자가 뒷받침 된다면 비록 냉혹한 프로의 세계지만 K리그2 지도자 생활도 신명날 수 있다. 지도자는 스스로 크고 자라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구단의 믿음과 신뢰가 뒷받침 되는 상생 관계의 정책 추진이 더욱 중요하다. 결국 이는 선수와 더불어 지도자를 육성하는 최선의 방법으로서, 구단으로서도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가치성 높은 정책으로 박수 받기에도 남음이 있다.

그렇다면 한 시즌만에 낙마한 박충균, 박남열 감독의 도중 하차가 던져주는 메시지의 울림은 크며, 한편으로 K리그2 지도자 중 선수시절 명성과 자존심을 버리고 고등학교 지도자까지 역임하며, 실패를 맛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프로에 재도전 올 시즌 리그 순위 2위와 3위를 기록 K리그1 도전을 위한 승강 플레이오프전을 앞두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 박진섭(46) 감독과 더불어 K리그2 감독상까지 거머쥔 김포 FC 고정운(57) 감독이 시사해 주는 지도자로서의 가치성은 높다.

분명 박진섭, 고정운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영위하며 단순한 욕심과 의욕만으로 도전장을 던져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와 함께 고생이라는 성장의 자양분을 얻으며 이를 고스란히 지도력으로 승화시켜 급기야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선수가 변하듯 지도자 역시도 자신의 노력과 사고방식 그리고 멘탈적으로 어떤 마인드를 갖느냐에 따라 변한다. 그렇다면 박충균, 박남열, 박동혁, 설기현 감독은 비록 지휘봉을 내려 놓았지만 박진섭, 고정운 감독이야 말로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단언컨대 박충균, 박남열, 박동혁, 설기현 감독은 실패가 아니다. 오직 정상급 지도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지도 잠재력을 만개시키기 위한 휴식기일 뿐이다. 그 휴식기에 박동혁 감독은 가장 먼저 날아올라 새로운 둥지(경남 FC)를 찾았다. 진정 지도자에게 축구가 고파지는 것은 진리며 숙명이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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