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부산아이파크 승격 좌절, 실패가 아니다
입력 : 2023.12.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언더독 반란'은 없었다. 프로축구(K리그) 이야기다. 2023년 K리그는 그 어느해 시즌보다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구단, 지도자, 선수에게 감격과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 중심에는 K리그1 '명가' 수원 삼성 강등과 광주 FC 돌풍 그리고 수원 FC 드라마틱한 잔류가 있다. 이에 K리그2 역시 K리그1과 같은 '파란만장'한 생존경쟁이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다. 극적인 김천 상무(이하 김천) 역전 우승은 물론 부산 아이파크 잇단 상처, 그리고 새내기 김포 FC 반란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 마지막까지 팬심을 집중시킨 팀은 바로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이하 부산)다.

부산은 2023 시즌 박진섭(46) 감독 카드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여 김천과 숨막히는우승 경쟁에 이은 K리그1 다이렉트 승격을 노렸지만, 지난 11얼 26일 최종 라운드 안방 경기에서 충북 청주와 1-1 무승부를 기록 급기야 승점 68점으로 리그 순위 2위 김천(승점 68)에게 역전을 허용, 자력으로 모든 걸 품을 수 있는 기회를 잃고 결국 험난한 플레이오프(PO)전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부산의 역전 허용이 더욱 뼈아팠던 것은 바로 우승과 승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천금같은 선제골을 터뜨리고도 후반 추가시간 1분을 남겨놓고 동점골을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2020년 1부 승격을 이뤘으나 한 시즌 만에 다시 2부로 떨어진 채 '절치부심'한 부산으로서는, 승점 69점 1위 순위를 지키지 못한 통한의 동점골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진섭 감독은 경기 후 "하늘이 우리 편이 아니었다"라며 눈 앞에서 자력 승격이 무산된 데 대한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K리그1 팀과 K리그2 팀 간 선수 능력에 따른 팀 전력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따라서 승격 운명이 걸린 수원 FC와의 PO전 한판 승부에 선수들의 정신적, 심리적 부담감과 압박감은 부산에게 또 하나의 적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부산은 전반 42분 수원 FC에게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으나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발휘, 후반 39분 기어이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는데 성공한데 이어 후반 추가시간 7분 1-1 균형을 깨는 짜릿한 대역전 드라마를 펼쳐 PO 1차전(부산 아이아드주경기장)을 승리로 장식 승격 5부 능선을 넘으며 2차전에 기대감을 키웠다. 그야말로 부산의 PO 1차전 역전승은 수원 FC 이승우(25) 경고 누적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와 라마스(29.브라질)의 페널티킥(PK) 두방으로 만들어 낸 실로 정규 라운드 최종전과는 상이한 '하늘은 부산을 버리지 않은' 경기였다.



1차전 승리를 거머쥔 부산의 2차전 과제는 승격의 마지노선인 무승부였고 잔류 벼랑끝에 몰린 수원 FC는 무조건 2골차 이상의 승리였다. 따라서 2차전(수원종합운동장)은 부산의 희망과 수원 FC 압박감 맞대결이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와 흐름에 먼저 웃은 팀은 전반 15분 승격 청신호를 알린 부산이었다. 하지만 부산의 희망은 포기하지 않았던 1차전과는 달리 너무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승격 축배'를 들기 바로 직전 후반 33분 동점골을 얻어맞은 후, 40분 역전골까지 허용하는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며 1, 2차전 합계 3-3으로 승부를 연장 혈투까지 끌고갔지만, 부산은 연장 전반 5분, 11분 연속 실점을 허용하는 가운데, 연장 후반 10분 추격골에도 불구하고 2분 뒤에는 수원 FC에게 쐐기골까지 헌납하며 2-5로 패배, 합계 4-6 좌절을 맛본 채 허무하게 수원 FC 자축 잔류를 지켜봐야 했다.

결론적으로 부산의 승격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분명 부산의 승격 도전은 정규리그 마지막 최종전과 PO 1차전만 놓고 본다면 유리한 상태였다. 그러나 믿어지지 않는 리그 최종전 골 결정력 부족과 PO 2차전에서 리그 내내 그토록 견고함을 자랑하던 수비력이 안정감을 잃고 불운을 삼키고 말았다. "축구가 참 어렵다" 박진섭 감독이 PO전을 소화하며 토로한 말이다. 그렇다, 축구는 어렵다. 그러나 지도자 생활은 더 어렵고 힘들다. 이에 박진섭 감독에게 올 시즌 경험은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진정한 승부사는 결정적인 순간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과 정신적, 체력적인 면을 믿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 인생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그 어떤 경기 상황과 흐름 및 분위기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멘탈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가운데 긍정적인 생각 즉, '긍정의 힘'을 발휘하도록 한다. 이의 관점에서 부산에게 아쉬움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팀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의 팀 리더와 해결사 그리고 경기의 승리를 위한 뚜렷한 방향성 전략이 엿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점은 승격 실패의 원인으로 대두된 심리적, 체력적인 면과는 분명한 차별성이 있는 패인으로 간주된다. 결국 이로 인하여 부산은 고비를 넘기는데 한계성과 더불어 속수무책의 경기력 저하를 초래하는 상황에 직면하며 급기야 승격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러나 부산과 박진섭 감독의 실패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 박진섭 감독은 2022년 6월 지휘봉을 잡고 1년 7개월여 만에 끝없이 추락한 부산을 리그 선두를 고수하며 승격을 위한 PO까지 진출시키는 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2024년 시즌 부산의 '명가' 재현을 위한 박진섭 감독의 지도력이 과연 어떻게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부산은 1983년 K리그 출범 원년부터 동참해온 전통의 K리그 최고 '명문' 구단(전신 대우 로얄즈) 중 한 팀으로 1984, 1987, 1991, 1997년 K리그 4회 우승은 물론 1985~1986 아시아축구연맹(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 1985~1986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과 1986 아프로-아시안 클럽 챔피언십 대륙 클럽 대항전에서도 전승 무패 우승을 이룩한 최초의 K리그 구단이라는 명예를 안고 있다.

이만큼 부산이 K리그에 아로새긴 역사는 화려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부산은 내리막길을 걷기시작 2013년 K리그 승강제 도입 후 2015년 최초로 강등(리그 11위)의 고배를 마시며 시련의 생존경쟁을 펼치는 신세로 전락 4년째 K리그2 구성원에 머물고 있다. 이에 2024년 시즌 부산의 승격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23년 시즌 비록 승격에 발목이 잡힌 부산이지만 전통과 명예적인 면이 K리그1, 2 총 25개팀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여, 부산의 이의 실현을 위한 한 단계 성장을 위한 투자와 지원 그리고 지도자의 신분보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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