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통영] 이현민 기자= ‘과르디 창원’ 이창원 감독이 대학 무대를 휘몰아치고 있다. 신생팀 부산 동명대학교를 창단 두 달 만에 결승으로 이끌었다.
이창원 감독은 이미 프로무대에서 탐내는 검증된 지도자다. 그가 애제자인 황희찬(울버햄턴 원더러스)의 스승이라는 건 모두 안다. 포항스틸러스 산하 포철고를 맡았을 때 황희찬을 포함해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했다. 늘 전술·전략을 연구하고, 경기 때 임기응변이 뛰어난 지략가로 정평 나있다.
최근 대학 무대에서는 이창원 감독의 동명대 경계령이 내려질 정도로 만나기 싫은 팀 중 하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포항, 울산 HD 등 ‘산하 유스 출신 선수들이 많으니까 당연히 잘 차지’라고 샘을 내고 질투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고교 시절 프로 직행을 못했거나 대학 진학 고민과 실패, 그리고 인생의 갈림길에 서있던 이들에게는 대구예술대에서 동명대로 이어진 바로 이 팀은 희망의 빛이었다. 이창원 감독이 동명대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간절한 이들이 속속 모였다. 동명대는 올해 축구학과 수시모집 경쟁률이 4.36대 1에 달했다.
2023년 12월 20일 창단식을 가진 후 빠르게 새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경북 영덕과 경남 창녕에서 1, 2차 동계훈련을 가지며 담금질에 들어갔다. 동명대는 올해 2월 12일부터 경남 통영에서 개최 중인 한산대첩기 제60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 참가하고 있다. 이창원 감독은 제자들의 간절함과 열정을 서서히 끌어냈다. ‘미친 듯이 뛴다’는 게 컨셉트다.
동명대는 조별리그에서 남부대(3-0), 제주국제대(1-1), 청주대(2-1)와 한 조에 편성됐고, 2승 1무로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21일 16강에서 성균관대를 3-1로 제압하고 기세를 이어갔다.
23일 홍익대를 만났다. 어려운 경기가 이어졌다. 게다가 다소 애매한 페널티킥 판정이 나왔다. 항상 차분했던 이창원 감독이 테크니컬에어리어에서 흥분할 정도였다. 분위기가 상대가 넘어갔다. 1-2로 끌러가던 후반 세트피스 두 방으로 대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25일 4강에서 강호인 경희대와 격돌했다. 전반에 몰아치다가 역습으로 상대에 허를 찔렸다. 그러나 후반 들어 공세를 퍼부었고, 날카로운 프리킥이 상대 자책골로 연결되면서 1-1이 됐다. 선수 교체와 전술 변화를 줬다. 기본 골격인 4-2-3-1 포메이션에서 4-2-4로 바꾸며 역전골을 노렸지만, 터지지 않았다. 대회 규정상 연장 없이 곧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잔인한 승부에서 동명대가 6-5로 이겼다. 선수들은 환호하며 승리 기쁨을 만끽했다.
이때 이창원 감독은 하프라인으로 다가가서 심판진들에게 인사를 했다. 곧이어 경희대 감독에게 예의를 갖췄다. 선수들과 달랐다. 들뜨지 않았다. 또 그가 향한 곳은 그라운드에 누워, 엎드려 울고 있는 경희대 선수들이었다. 승부차기 실축 선수를 포함해 혈투를 치른 후배들을 격려하고 위로했다. 그리고 동명대 제자들과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덕장의 품격을 선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이창원 감독은 “저 아픈 마음(경희대)을 나도 잘 안다. 고생도 했는데... 그래서 위로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창단 후 두 달 만에 결승 괘거에도 그는 덤덤했다. 아직 결승(27일 오후 2시 통영공설운동장)이 남았기 때문이다. 결승 상대는 왼발의 달인 하석주 감독이 지휘하는 전통의 강호 아주대다.
이창원 감독은 “상대는 대학 무대에서 뼈가 굵은 강호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뉴시스, 중계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