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호랑이 꼬리가 잡히는 듯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불펜 붕괴에 눈물 흘린 삼성 라이온즈가 5연패 늪에 빠지며 4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삼성은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서 3-8로 역전패했다. 3연전 모두 역전패를 당한 삼성은 전반기 44승 2무 39패(승률 0.530)를 기록, 선두 KIA(48승 2무 33패 승률 0.593)에 5경기 뒤진 4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이날 삼성은 선발투수 백정현(6이닝 2실점)이 KIA 선발 '대투수' 양현종(5이닝 3실점)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면서 7회까지 3-2로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또 불펜이 문제였다. 8회 초 1사 후 임창민이 나성범에게 안타, 최형우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3-3 동점을 허용했다.

팽팽한 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맞은 9회 초 삼성은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오승환은 최원준을 삼구삼진, 박찬호를 3구 만에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빠르게 2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가 문제였다.

김선빈에게 2루타를 맞은 오승환은 김도영을 자동 고의4구로 거르고 2사 1, 2루에서 박정우를 상대했다. 볼카운트 1-0에서 오승환의 2구째 몸쪽 포크볼이 박정우의 날카로운 스윙에 걸렸고, 타구는 우익수 키를 넘어 워닝트랙까지 날아가는 2타점 역전 적시타가 됐다.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승환은 2사 2루에서 홍종표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줬다. 이어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는 쐐기 중월 투런포를 맞고 완전히 무너졌다. 3-8까지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에서 오승환은 변우혁에게 안타를 내주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삼성 타선은 양현종을 공략한 이후 김대유(⅓이닝), 황동하(3⅔이닝)로 이어진 불펜진을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며 그대로 패했다.



삼성은 전반기 마지막 KIA와의 3연전에서 스윕에 성공했을 경우 선두 자리를 빼앗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스윕패를 당하며 미끄러졌다. 오승환은 3경기 중 2경기에 등판해 1패 1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뒷문을 걸어잠그지 못했다.

오승환의 붕괴는 패배 그 이상의 충격이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삼성은 불펜 강화를 위해 FA 투수 김재윤을 4년 58억 원, 임창민을 2년 8억 원에 영입했다. 쟁쟁한 베테랑 불펜 투수들이 영입됐지만 삼성의 마무리는 변함 없이 오승환이었다. 이러한 믿음에 보답하듯 오승환은 전반기 리그에서 가장 많은 24세이브를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시즌 24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던 6월 27일까지만 해도 오승환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00로 매우 훌륭했고, 34경기에서 블론세이브는 단 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6월 28일 KT 위즈전부터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2위 삼성은 1위 KIA와의 승차가 1.5경기에 불과했다. 그날(28일) KIA가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에 패했기 때문에 삼성은 KT전을 잡았다면 격차를 더 좁힐 수 있었다. 그러나 4-3의 리드 상황에서 등판한 오승환은 홍현빈에게 2타점 역전 끝내기 적시타를 허용했다.



6월 30일 KT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삼성은 KIA와 2경기 차 3위인 상태로 3연전에 돌입했다. 2일 경기에서 삼성은 3회까지 4-0으로 여유있게 앞서 나갔지만 4회 1점, 8회 2점을 내주며 4-3까지 쫓겼다. 결국 오승환이 9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한준수에게 2루타,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준 뒤 1사 1, 3루에서 소크라테스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날 삼성은 연장 접전 끝에 5-9로 역전패를 당했다.

오승환이 등판하지 않았던 4일 경기는 0-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4-3으로 뒤집었지만, 불펜 싸움에서 밀려 6-4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4일 오승환이 충격의 5실점으로 경기를 내주며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최악의 그림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사진=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