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점 차 역전 악몽 떠올랐나' 독해진 꽃감독...하지만 '조기 강판' 양현종 위로도 잊지 않았다
입력 : 2024.07.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쓰라린 경험을 통해 배움을 얻은 것일까. KIA 타이거즈 이범호(43) 감독이 과감한 조기 교체 승부수를 던지며 독해진 야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선수의 마음을 달래는 '형님 리더십'은 변하지 않았다.

KIA는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서 10-5로 승리했다. 2연승을 기록한 1위 KIA(53승 2무 35패 승률 0.602)는 2위 삼성(48승 2무 41패 승률 0.539)과 격차를 5.5경기까지 벌렸다.

1회부터 김도영의 희생플라이로 리드를 잡은 KIA는 3회 최형우의 투런포로 3-0까지 달아났다. 4회 초 3-3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4회 말 밀어내기 볼냇 2개와 나성범의 만루 홈런으로 9-3까지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선발투수 양현종이 흔들리며 경기는 묘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5회 초 선두타자 이재현에게 3루타를 허용한 양현종은 김헌곤을 3루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이재현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구자욱을 유격수 뜬공으로잡고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린 양현종은 강민호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줬다. 어느덧 스코어는 9-5까지 좁혀졌다.



2사 1루에서 양현종은 이성규를 상대로 볼넷까지 내주며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KIA 벤치는 흔들리는 양현종을 그대로 지켜보지 않았다. 아직 4점 차였고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상황에서 양현종은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닝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양현종은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결과적으로 이범호 감독의 독한 승부수는 적중했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대유는 김영웅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급한 불을 껐다. 이후 이형범(⅔이닝), 임기영(1⅓이닝), 곽도규(1이닝), 전상현(1이닝)으로 이어지는 KIA의 불펜은 더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삼성의 점수를 5점에서 그대로 묶었다. 7회 한준수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한 KIA는 10-5로 승리를 거뒀다.



KIA는 지난 6월 2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3점 차로 앞서며 다 잡았던 경기를 아쉬운 교체 타이밍으로 인해 놓쳤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당시 KIA는 4회 초까지 무려 14-1로 격차를 벌려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넉넉하게 점수 차를 벌린 KIA는 제임스 네일이 9실점(4자책)을 하는 동안에도 5회까지 마운드를 맡겼고, 결국 14-15 역전을 허용했다가 간신히 15-15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쓰라린 경험으로 많은 것을 배운 '초보 사령탑' 이범호 감독은 승부처에서 과감한 교체로 상대가 추격할 틈을 내주지 않았다. 다만 독해진 꽃감독도 형님 리더십만은 잊지 않았다. 중계 화면에는 이범호 감독이 양현종에게 백허그를 하는 장면이 잡혔다.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대투수' 양현종의 씁쓸한 마음을 달래준 것이다. 이 장면을 본 류지현 KBSN 해설위원은 "다른 선수들이 있는 공간에서 저렇게 표현을 하는 것도 대단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를 치르던 중 갑작스럽게 사령탑을 맡게 된 이범호 감독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정규시즌 KIA를 1위로 이끌면서 성공적인 1년 차를 보내고 있다. 선두 수성에 몇 차례 고비도 있었지만 1위를 지키며 성공적으로 전반기를 마친 이범호 감독은 후반기 더 독해진 결단과 여전히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KIA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OSEN, 뉴스1, KBSN스포츠·티빙 중계 화면 캡처,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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