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생각나는 1회 위닝샷...1951일만 등판→1이닝 5실점,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아픈 손가락'
입력 : 2024.07.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희재 기자= 무려 1,951일 만에 선발 등판은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1이닝 5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불씨를 남겼다. 롯데 자이언츠 '아픈 손가락' 윤성빈(25) 이야기다.

윤성빈은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4피안타 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롯데는 선발 윤성빈의 조기 강판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SSG에 5-11로 완패했다.



출발은 좋았다. 롯데가 2-0으로 앞선 1회 말 마운드에 오른 윤성빈은 첫 두 타자를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3번 최정과 4번 에레디아에게 연달아 초구 안타로 점수까지 내주며 급격하게 흔들렸다. 결국 5번 박성한에게 세 타자 연속 안타로 2-2 동점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흔들리던 윤성빈은 2사 1루에서 6번 추신수 상대로 이날 경기 가장 좋은 피칭을 선보였다. 초구 150km/h 패스트볼을 존에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후 포크볼과 패스트볼이 연속해서 빠지며 볼카운트 2-1이 됐지만, 4구째 151km/h 패스트볼로 파울 타구를 만들어내며 구위로 이겨냈다. 그리고 5구째 위닝샷으로 140km/h 포크볼을 던져 추신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150km/h 전후의 빠른 패스트볼과 떨어지는 포크볼의 절묘한 조합으로 자신의 강점을 십분 발휘했다.

그러나 윤성빈은 2회 재차 급격하게 흔들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타선이 2점을 더 보태며 4-2로 앞서갔지만 한유섬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지영에게 동점 투런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직후 오태곤에게 다시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결국 마운드를 최이준에게 넘기고 조기 강판당했다. 후속타자 최정의 적시타 때 오태곤이 홈을 밟으면서 윤성빈은 5자책으로 복귀전을 마무리했다.



이날 윤성빈의 선발 등판 소식은 경기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7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윤성빈은 계약금 4억 5,000만원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197cm 장신에서 나오는 150km/h 패스트볼에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탐냈던 만큼 당시엔 납득 가능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윤성빈의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쳤다. 2년차였던 2018시즌 18경기 2승 5패 평균자책점 6.39를 기록한 뒤 좀처럼 1군에서 뛰지를 못했다. 이날 등판 전까지 KBO리그 통산 성적은 20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6.75로 입단 당시 기대치를 고려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52이닝에서 65탈삼진(9이닝당 11.25)을 솎아내며 뛰어난 구위를 자랑했지만, 볼넷 역시 40개(9이닝 당 6.92)나 내주며 제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2군에서 간간이 출전하던 윤성빈은 올해 육성선수 신분으로 퓨처스 7경기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1군에서 애런 윌커슨, 찰리 반즈, 박세웅 외에 선발 자원이 마땅치 않아 윤성빈까지 기회가 돌아갔다. 윤성빈은 2019년 3월 28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무려 1,951일 만에 선발로 등판하며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군 마운드 등판은 불펜으로 나왔던 2021년 5월 21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1,166일 만이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희망은 있었다. 최고 구속이 152km/h까지 나올 만큼 장점인 구위는 여전했고, 1회 추신수를 삼진으로 잡아낸 운영 방식은 롯데가 왜 여전히 투수 윤성빈의 잠재력을 기대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롯데는 현재 4선발까지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탄탄한 3선발에 후반기 3연속 5이닝 3자책 이하 투구로 김진욱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급한 불을 껐다. 다만 5선발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동안 나균안, 이인복, 이민석, 한현희, 홍민기, 정현수가 기회를 잡았지만 임시 선발이었던 한현희를 제외하면 모두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1차 지명 출신인 윤성빈이 뒤늦게 잠재력을 꽃피운다면 롯데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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