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실패 23개에도 연봉 고과는 1위…염 감독 덕분에 가려진 홍창기 ‘옥에 티’
입력 : 2024.01.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 DB

[OSEN=백종인 객원기자]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한 것은 여러 선수들의 활약 덕분이다. 각자의 기여도는 여러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중 구단 프런트가 산정한 고과 점수를 바탕으로 하면 야수 부문에서는 홍창기, 투수 부문에서는 유영찬이 각각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영찬의 경우는 조금 의외다. 스탯티즈의 정규시즌 승리기여도(WAR)를 따지면 선발 애덤 플럿코(3.86)가 가장 높다. 그 뒤로는 김진성(2.96), 함덕주(2.63), 임찬규(2.37), 백승현(2.07), 케이시 켈리(1.95)가 있다. 7번째가 유영찬이다. 그럼에도 가장 높은 고과 점수를 받은 것은 트윈스 특유의 산정 방식과 팀 내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홍창기의 1위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WAR이 6.20으로 팀 내에서 가장 높다. 2위 오스틴 딘(5.19)과도 제법 차이 날 정도다. 10개 구단 전체를 따져도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에릭 페디(7.29), 노시환(6.83), 김혜성(6.48) 다음이다.

이런 평가는 탁월한 출루 능력 덕분이다. 출루율 0.444로 1위를 차지하며 최강의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해냈다. 덕분에 가장 많은 득점(109개)을 올렸다.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도 역시 그의 차지가 됐다.

다만 옥에 티가 있다. 주자로서의 평가다. 일단 도루 실패가 많다. 46번을 시도해서 성공률이 딱 절반이다. 23번을 살고, 23번은 아웃됐다.

20개가 넘는 도루 실패는 흔치 않다. 2016년 이대형(ktㆍ20개)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37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이 64.9%다. 그러니 홍창기의 효율성을 따지면 무척 나쁜 쪽이다. 득점 기여도(RAA)를 환산하면 -5.69다.

주루사도 만만치 않다. 10개나 기록됐다. 이 부문 득점 기여도 역시 마이너스(-2.5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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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이런 주루 능력이 연봉 고과에는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최고를 유지하는데 지장이 없었다는 말이다. 이는 팀이 추구한 방향성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뛰는 야구’를 지향했다. 과감하게 달리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래야 상대를 흔들 수 있다는 지론이다.

이로 인해 시즌 초반부터 많은 주자를 잃었다. 도루자, 견제사, 주루사가 속출했다. 특히 도루 성공률은 60%를 넘은 적이 없다. 시즌 최종 성적이 성공 166개, 실패 101개다. 62.2%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70%에도 못 미치는 성공률을 기록했다. 견제사(15개), 주루사(78개) 역시 가장 많이 당한 팀이다.

때문에 많은 비판이 뒤따랐다. 외부 여론은 물론이다. 팀 내에서도 회의론이 일었다. 코칭 스태프나 선수들 중에도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들이 있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소신을 지켰다. 여기서 자신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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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선수단 내의 의견 정리만이 아니다. 프런트와 협의해 시스템마저 바꿨다. 연봉 고과의 산정 방식을 변경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도루 실패나 주루사, 견제사 같은 마이너스 요인은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성공한 플러스 부분만 가산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덕분에 트윈스의 공격적인 플레이는 시즌 내내 위축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우승의 요인이 됐다는 것이 선수단의 자체 분석이다. 아울러 홍창기가 역대급 도루 실패를 하면서도, 연봉 고과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됐다.

트윈스의 연봉 재계약은 상당 부분 완료됐다. 투수 부문 고과 1위 유영찬도 사인을 마쳤다. 구단은 추후 일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단, “홍창기 같은 중요한 선수는 협상을 뒤로 미루는 게 관례”라는 것이 차명석 단장의 말이다. 홍창기의 2023년 연봉은 3억 원이었다.

◇ 역대 도루 실패 (23개 이상)

2023년 홍창기(LG) = 성공 23, 실패 23 (성공률 50.0%)

1996년 정수근(OB) = 성공 43, 실패 25 (성공률 63.2%)

1995년 전준호(롯데) = 성공 69, 실패 25 (성공률 73.4%)

1993년 전준호(롯데) = 성공 75, 실패 25 (성공률 75.0%)

1986년 서정환(해태) = 성공 43, 실패 23 (성공률 65.2%)

1984년 이해창(MBC) = 성공 36, 실패 24 (성공률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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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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