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왜 일본 투수들은 볼 끝이 좋은가.”
류중일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1월 열린 2023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다시 한 번 ‘세계 1위’ 일본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문동주, 이의리, 곽빈, 원태인, 노시환, 최승용, 김주원 등 20대 초반 신예들이 객관적 전력 열세를 딛고 선전했지만 예선(1-2)과 결승(3-4)에서 모두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마운드에서 일본과의 실력 차가 커보였다. 구속이 같아도 일본 투수가 던지는 공이 한국보다 위력적으로 느껴졌고, 평균 구속 자체도 일본이 한국에 우위였다. 류 감독은 “우리와 체형이 비슷한 일본 선수들이 145km를 던지면 그 이상으로 보였다. ‘왜 일본 투수들은 볼 끝이 좋고, 우리는 안 좋은가’라는 의문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류 감독은 한국 투수가 일본 투수를 따라잡기 위한 우선 과제로 유연성 훈련을 꼽았다. 그러면서 유연성 훈련의 메카인 일본 돗토리 월드윙 트레이닝센터 훈련을 추천했다. 류 감독은 “구속은 힘이 아니고 유연성이다. 일본에는 골반, 어깨 회전근을 강화하는 웨이트 훈련법이 있다. 고관절 쪽을 많이 움직이면서 유연성을 만든다. 어린 선수들이 그 쪽으로 눈을 뜨고 훈련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APBC를 다녀온 두산 베어스의 좌완 듀오 최승용(23), 이병헌(21)은 오는 2월 호주 스프링캠프에 앞서 돗토리로 향해 2주 동안 특훈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견문을 넓힌 이들은 기량 향상을 위해 1월 휴가를 반납하고 일본행을 택했다.
최승용은 최근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아 이병헌과 함께 2주 동안 일본 돗토리에서 훈련하기로 했다. 아마 다른 팀 선수들도 함께 가게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두 선수의 돗토리행이 반가운 이유는 두산이 ‘왕조 마무리’ 이현승의 은퇴 이후로 좌완 기근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수 브랜든 와델, 최승용, 이원재 등 선발진은 걱정이 크게 없지만 불펜은 승부처에 등장한 좌타자를 확실하게 잡을 투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2023시즌의 경우 스윙맨 최승용을 제외하고 사실상 좌완투수 없이 필승조를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좌타자인 나 또한 현역 시절 클러치 상황에 까다로운 좌완투수가 나오면 힘들었다. 주자가 있을 때 나오는 강한 좌타자를 막아줄 수 있는 좌투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오프시즌 최대 과제로 좌완 불펜 자원 발굴을 꼽았다.
다가오는 새 시즌 최승용은 선발, 이병헌은 불펜에서 각각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최승용은 라울 알칸타라-브랜든-곽빈의 뒤를 받치는 4, 5선발 경쟁이 예정돼 있고, 이병헌은 김호준, 백승우와 함께 이 감독이 꼽은 2024시즌 좌완 불펜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로서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차 지명된 이병헌이 경쟁의 선봉에 서 있다. 두 선수의 1월 일본 돗토리 훈련이 두산 좌완 기근 해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승용은 “작년 후반기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팬들 기대감도 커지시고 나 자신에게도 기대감이 있다. 일단 안 아픈 게 첫 번째다. 후반기 좋은 모습보다 더 발전해서 (곽)빈이 형 점점 나아진 것처럼 빈이 형 뒤따라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선발 풀타임 한 번 뛰어보면서 규정이닝 채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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