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한소희, 다치지 않길 바랐다''...'경성크리처' 감독X작가가 전한 진심 (종합)[인터뷰]
입력 : 2024.01.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유수연 기자] '경성크리처'의 정동윤 감독-강은경 작가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정동윤 감독과 강은경 작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경성크리처' 시즌1은 1945년 광복을 앞둔 경성(서울)을 배경으로 일제가 생체실험을 통해 괴물(크리처)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날 강은경 작가는 "이 시대를 담는다는 것 자체가 많이 엄중하고, 가볍게 소비만 되는 드라마라 자신도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에 젊은 감독과 배우님들이 애를 써서 잘 만들어주셨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시대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이야기하고 싶었던 소재다. 사실 상황적으로 많이 막히기도 했다. 하겠다는 배우가 일단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강 작가는 "최근 들어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드라마가 거의 없어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많이 들어가는 제작비다. 그 제작비를 감당하려면 좋은 배우가 들어와 줘야 하는데, 선뜻 하려는 분이 없어서 시도를 많이 했는데 잘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다 감독님과 만났는데, 시대극에 관심이 많더라. 젊은 감독을 통해 그려지는 경성 시대가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우리는 그 시대는 슬펐어요, 라는 주장만으로는 안 될 거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해서 이 시대를 상징할 수 있는 것은 ‘괴물’로 정해서 생체실험 등을 결합해서 시작하게 되었다"라면서 "저도 쓰면서 시대물이 많이 어려웠다. 제목이 ‘경성크리처’다 보니 좀 더 장르물에 기대했구나, 싶었다. 제가 놓친 거 같았다. 제가 쓰면서는 시대물에 집중했던 거 같다"라며 아쉬운 반응에 인정하기도.

그는 "작품을 하소연하듯이 쓰고 싶지 않았다. 그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코드 중 ‘생존’과 ‘실종’을 꼽았다. 많은 사람이 동창회 나갔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슷한 일이 군부 시대에 많지 않았나. 사료를 보니 일제강점기도 비슷했더라. 그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써보자 해서 '경성크리처'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주인공은 '장태상'은 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이자 제1의 정보통으로 등장한다. '전당포'라는 소재를 사용하게 된 이유에 강 작가는 "물건의 사연들이 같이 들어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중 중요한 게 ‘재봉틀’ 에피소드였다. 생계에서 가장 중요한 걸 맡기면서 아들을 찾지 않나. 그러면서 그곳을 지키는 인물들도 각각의 사연이 있어 사람을 찾고 찾아주고, 그런 비슷한 아픔이 있길 바랐다"라고 전했다.

그는 "장소도 많이 고민하긴 했다. 전당포라는 것이 워낙 화려한 설정 아닌가. 그 돈으로 장태상이 독립군을 도와야 한다는 편한 로직으로 가는 게 좀 걸렸다. 저는 버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이 치중했던 게, 시장 상인들이 극 중에서 계속 굉장히 배경으로 사용되지 않았나. 그러다 그 상인들의 모습이 7부에 폭발한다. 거기에 담고 싶었던 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지’였다. 힘을 낼 때 같이 내는 사람들이지. 싶었다. 실제 일본이 조선에서 식민 통치를 어떻게 하는가를 서대문, 남대문 시장 쪽으로 살펴보러 나왔는데, 상인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일본 순사들이 문을 열라고 강제적으로 해도 다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라면서 "수많은 재밌는 요소의 가장 중요한 건 그 시대에 대한 취재였다. 뭐 하나 허투루 한 게 아니라 많은 걸 담으려고 했다. 그 거리가 저에겐 중요한 소재였다"고 강조했다.

해외 시청자에게도 공개되는 넷플릭스를 통해 '일제강점기' 소재를 다룬 소감에도 전했다. 강 작가는 "사실 시대물이 외국에서는 그렇게 큰 관심을 못 끈다고 한다. 하지만 감독님은 되도록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보이면 좋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저희 콘텐츠에 힘을 실어주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잘 안 했다. 누군가의 입맛에 맞춰 만드는 작품은 안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강 작가는 "해외 넷플릭스 각 글로벌 마케팅팀한테 넷플릭스 코리아에서 40 몇 개국 분들과 소통하면서 엄청 작업을 하더라. 이 드라마가 얼마나 좋은 드라마고,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보여야 하는지를 어필하더라. 같은 넷플릭스라고 ‘만들었으니 틀어줘’가 아니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고마웠다. 보이지 않는 태극마크를 이들이 달고 있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사실 넷플릭스 코리아 측은 저희에게 처음부터 그랬다. ‘작가님은 이 작품은 해외에서 잘 안될 수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많이 시청됐으면 좋겠어요’ 했다. 하지만 제가 최대한 밖에서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많이 노력해 주셨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오늘 보니까 국내외에서 생각보다 스코어가 괜찮더라. 가장 놀라운 건 일본 순위였다. 저는 일본에서는 사실 외면 당할 줄 알았다. 거기는 사실 특별히 광고가 많이 나가지도 않을 거로 알았다. 전해 들었는데, 지금 일본 10대들한테 731부대 언급량이 늘었다고 한다. 그런 점이 힘이 됐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두 주역 배우 박서준과 한서희의 캐스팅 비하인드도 전해졌다. 강 작가는 "사실 시작할 때, 저는 ‘(두 배우가) 할까?’ 싶었다. 박서준이. 그런데 놀랍게도 그린라이트가 왔길래, 몇 번이나 물어봤다. '(박서준 배우가) 일본에서 엄청나게 반응이 좋지 않아?'하고. 그래서 처음 박서준 배우를 만날 때 물어봤다. ‘이 작품을 하는데 좀 리스크가 있지 않겠냐'라고. 그랬더니 ‘저는 그런 거 없고, 작품이 좋아서 하는 거예요’하고 쿨하게 답해서 이런 질문을 한 제가 민망했다. 한소 희씨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걸 우리 한류 배우가 해야 하지 않아요?’했다. 그때 그런 생각도 했다. 이 친구들의 결정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다"라고 떠올렸다.

정동윤 감독 역시 "작가님과 비슷하게, 여러 가지로 두 배우가 다치지 않았으면 했다"라고 공감했다. 더불어 촬영 중 얼굴 부상을 입은 한소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감독은 "당시 저는 넋을 잃었다. 모니터 보고 있다가 ‘악!’ 소리가 나길래 못 다가가겠더라. 그게 어떤 장면이었냐면, 엄마 괴물 만나기 전에 묶여 있는 걸 보고 한소희 씨가 쇠사슬을 뿌리치는 장면이었는데, 너무 세게 차서 얼굴을 맞은 거였다. 소희 씨가 워낙 진심으로 연기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다치고 나서도 소희 씨는 ‘저 때문에 촬영 못해서 미안하다. 오늘 삘이 정말 왔는데, 이런 날 쉽게 오지 않는데 아쉽다’고 해서 빨리 병원 가라고 했다. 감정 이입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배우로서 너무 잘해줘서 고마웠다"라고 언급했다.

제작비 '700억' 설에 대해서도 답했다. 정 감독은 "(제작에) 부담감이 당연히 있었다. 저는 아직 초보기도 하고, 꼼꼼히 따져봤을 때 ‘경성’ 시대물이라는 게 10년 정도 없었던 이야기다. 그래서 세트 같은 부분을 찾기도 힘들고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사극은 베이스가 좀 남아있어서 장소를 찾을 수 있는데, 이번엔 VFX 처리가 많이 필요해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다"라면서 "700억이 든 건 아니고, 시즌 두 개를 합치다 보니 그런 거다. 최대한 연출로서 극복하려고 했다. 당연히 많은 제작비를 지원받은 것은 사실이고, 넷플릭스에 투자해 주신 것에 대해서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창작자로서 스트레스를 많이 안 받고 구현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아쉬운 반응에도 피드백을 전했다. 정 감독은 '크리처의 단순한 묘사가 아쉬웠다'라는 일각의 반응에 "이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저 역시 제목만 보고는 ‘주인공이 괴물에 맞서 싸우는 생각을 하겠다’고 예상은 했다. 작가님과 이야기하던 중, 모성애 코드가 들어가 있는 괴물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나름의 상처가 있는 괴물, 또 다른 주인공일 수도 있는, 괴물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되었는데, 저는 오히려 그 점이 더 묘하게 끌렸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관점의 차이일 수 있는데, 괴물에 맞서 싸우는 모험의 이야기를 할 거면 굳이 이 시대를 선택하지 않았었을 거 같다. 저 역시 ‘암살’ ‘밀정’을 보고 자란 세대다. 1945년이 우리나라의 큰 의미를 담은 시대 아닌가. 이걸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으로 크리처에 접근했다"라며 "보시면 아시겠지만, 성심이라는 인물이 괴물로 변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무서움을 줄지, 얼굴에 어떻게 표현할지 디테일에 신경 썼지, 일반 괴수물처럼 사람을 막 죽이고 다니지 않는다. 크리처를 담백하게 그리려 했다. 물론 이 지점에서 시청자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 건 있는 거 같다. 다만 원래 ‘경성크리처’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크리처에 왜 모성을 심었냐'는 반응도 있더라. 그런데 제가 찾아본 자료 중, 당시 ‘모성 본능 실험’이 있었다. 제가 그걸 보고 며칠을 잠을 못 잤다. 이런 것까지 실험했구나, 싶었다. 그것이 크리처에 모성을 담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아이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 죽음의 공포 앞에서 생존과 모성애 중 무엇을 선택할까, 라는 실험이었다. 작품을 만들면서 작가로서는 괴물이 딸을 알아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굉장히 참혹했다"라고 전했다.

'크리처의 등장이 다소 늦었다'는 반응에 대해서도 답했다. 정 감독은 "크리처가 여러 마리가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지 않나. 총 10개짜리 에피소드에서 크리처가 너무 대놓고 나오면 흥미도가 크리처가 귀중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 보여줄 때도 전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분위기로 이것이 뭘 의미하나 생각할 수 있게끔 하고, 4부 엔딩때가 되어서야 주인공과 대면하게 했다"고 전했다.

강 작가는 "솔직히 쓰면서는 빌드업이 길다는 생각을 못 했다. 크리처가 나와 모든 걸 깨부수고,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빌드업을 차근차근히 하지 않으면 뒤에서 폭발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어서 필요한 과정이었다. 결국 장르물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분들에게는 속도가 느렸겠지만,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작가로서는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다"라고 전했다.

특히 "작품이 끝나면 이런 숙제가 항상 남는다. 이걸 본 시청자분들은 이렇게 생각했구나, 싶다"라면서 "독립군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 부분도 고민이 많이 됐다. 그들은 너무 어리고 젊었다. 권준택(위화준 분) 은 아버지가 친일로 인해 원래는 과격한 독립운동을 하는 인물이라는 설정이 있었다. 목적만 있고, 인물은 보이지 않을 거 같았다. 중요한 건 그들이 쉽게 배신하는 행위가 아니라, (독립운동 후) 실패를 직면했을 때의 공포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후 그들은 독립운동을 계속하지 않나. 저는 거기에 강점을 두고 이야기를 끌고 갔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두 주연 배우 한소희와 박서준의 러브라인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두 주연의 러브라인 묘사가 아쉬웠다'는 반응에 강 작가는 "사실, 우리가 멜로 드라마는 아니니 그 부분을 최소화하자 싶었다. (그리고) 극 중 박서준과 한소희의 멜로신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그 정도의 선남선녀가 만났다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멜로라는 단어보다는 절박한 서로의 끌림이 아니었나 싶다. 그 끌림을 때로는 사랑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동지애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때로는 죽음 직전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고도 한다. 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은 기계적인 표현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작가는 "저도 이 멜로를 어떻게 바라볼까, 고민했었다. 가장 많이 생각이 든 건, 어려운 시기에서 피어난 두 사람의 인간적 신뢰가 바탕이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시청자분들은 임팩트를 못 받으셨을 거 같기도 하다. 초반에는 그냥 소희 씨가 예쁜 모습만을 보여주셨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거듭될수록, 두 사람이 병원에서 탈출하고 나서 서로 방에서 진심을 이야기하고, 점점 신뢰가 더 쌓였다고 생각한다"라며 "멜로는 끝나지 않은 게, 시즌1 엔딩에 채옥이가 죽은 줄 알고 있는 태상이의 이야기가 남아있으니, 남은 이야기가 시즌2에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그 부분을 많이 봐주시면 좋을 거 같다"고 귀띔했다.

시즌2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정 감독은 "시즌2에도 크리처가 나온다. 다만 이 크리처 역시 우리가 아는 그런 크리처는 아닐 것"이라며 "인간의 탐욕, 인간 본연의 성질에 집중해서 시즌1을 만들었다면, 시즌2는 채옥(한소희 분)과 태상이 다시 만나는 이야기, 그리고 잔재를 그리고 싶었다. 2024년은 어떤게 변했고, 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현대극이니 7부작으로 속도감 있게 만들려고 한다"라고 예고했다.

또한 "시즌2에 예고된 장태상(박서준 분)의 모습이 장태상의 자녀인가, 혹은 환생인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강 작가는 "그 부분은 비밀"이라고 웃으며 "기억, 망각, 잔재로 설명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시즌2 관전포인트에 대해 강 작가는 '멜로'를 꼽았다.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라기보단, 기억이라는 키워드와 닿아있다"고 예고했다. 이어 정 감독은 "시즌1과 2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만들어진 작품인데, 사실 원래 같으면 시즌2를 안 하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시즌2를 현대 이야기로 제시를 해주셔서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다"라면서 "이건 또 다른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다. 시즌1에 있던 걸 베이스로 2를 바라봤을 때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거 같다"고 덧붙였다.

/yusuou@osen.co.kr

[사진] 넷플릭스, 글라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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