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영어 가사여도 K팝? ''경계 허물어져..하나의 문화로 변화'' [인터뷰②]
입력 : 2024.03.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이승훈 기자]
/사진=레이블사유
/사진=레이블사유

가수 서리(Seori)가 최근 K팝의 흐름을 설명했다.

서리는 최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스타뉴스 사옥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 '페이크 해피(Fake Happy)'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페이크 해피'는 '가수 서리' 뿐만 아니라 '인간 백소현'이 내외면으로 성장한
모습을 담은 신보다. 이야기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위로가 된다고 생각하는 서리는 '페이크 해피'를 통해 리스너들이 '그래도 충분히 괜찮구나,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나 또한 딛고 나아갈 수 있겠구나'라는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순수함과 꿈으로 가득 찬 이가 현실의 벽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회의감과 자조감을 표현한 트랙이다. 한층 더 애절해진 서리의 독보적인 보컬과 깊어진 감정 등이 돋보인다.

/사진=레이블사유
/사진=레이블사유

서리는 '페이크 해피'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외로움, 회의감, 열등감 등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리스닝 포인트로 위로와 공감을 강조했다. 하지만 '페이크 해피' 속 한국어 가사는 단 네 줄. 나머지는 모두 영어 가사로 이뤄졌다.

"이번 앨범을 구상할 때부터 영어와 한국어 비중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페이크 해피'는 여러 프로듀서와 작업하면서 저에게 조금 더 도전하는 의미가 있고,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기도 했고, 현재 해외 팬분들이 많은 상황이어서 광범위하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있어요. 각자 키워드가 영어로 표현했을 때 더 잘 묻는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죠."

서리는 본인이 그리고 싶은 메시지가 영어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영어 가사를 썼다면서 "중간에 한글 가사가 들어가는 것도 고민했다. 모든 가사를 영어로 할지, 한국어를 늘릴지 고민했는데 '나도 한국인인데 한국어가 없는 건 너무 아쉽다'고 생각해서 딱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에 잘 매치해보기로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페이크 해피'에는 '또 새벽이 찾아 올 때면', '화면 속 내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 '마치 내가 아닌 듯이', '또 새벽이 밝아 올 때면'이라는 가사만 한글이다. 서리는 해당 부분만 한국어로 표현한 점에 대해 "한국어가 아니면 이 느낌이 너무 안 살았다. 한글이 가진 아름다움으로 꼭 넣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서 '갑자기 한글이 나오는 게 애매하지 않냐', '영어로 대체할 만한 게 없을까'라고 했지만, '이 부분은 한국어로 표현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번에는 영어 위주로 앨범을 만들었으니까 다음에는 한국어 위주로 만들어볼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1절은 '또 새벽이 찾아 올 때면'이고 2절은 '밝아올 때면'이에요.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죠. 둘 다 새벽에 대한 이미지지만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나요? 새벽이 찾아온다고 하면 예를 들어 두 세시쯤 느낌이고, 밝아온다고 하면 어감이 주는 느낌이 조금 더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은 꼭 한국어로 해야 된다'라고 했어요. 제가 영어를 잘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한국어가 주는 느낌이 그 파트에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요."

/사진=레이블사유
/사진=레이블사유

그렇다면 모든 가사를 한글로 쓴 후 영어 버전으로 한 트랙을 추가해도 되지 않았을까. 서리는 "거기까진 생각 못했다"면서 K팝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전 세계에서 먹힐 만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하는 음악이 일단 현재 상황인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발라드, 인디 등의 음악들도 점점 해외분들이 알아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음악이 나중에는 K팝 자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한국이라는 정서를 표현하는 음악이 K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서리뿐 아니라 현재 K팝에는 영어 가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0월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2023년 상반기 디지털 차트 톱 400에 오른 걸 그룹 음원 가사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동기 대비 18.9% 포인트 증가한 41.3%, 보이 그룹의 영어 가사 비중은 5.6% 포인트 증가한 24.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어가 없는데 K팝이 맞냐', 'K를 잃어버렸다' 등의 의견을 내비치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리는 "나도 영어 가사를 많이 하는 가수여서 어떤 의도와 마음이었는지는 너무 이해한다"면서 "한국어와 영어의 매력은 다르다. 각자 장점이 있다. 둘 다 아름다운 언어다. 영어로 표현해야만 그 맛이 사는 경우가 있고, 한국어로 표현했을 때 맛이 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점점 한국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고 해외에서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영어 비중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한국인이 영어로만 된 노래를 불러도 K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경계가 허물어진 것 같은 게 해외 출신 멤버들로만 구성된 K팝 그룹도 생기고 있잖아요. 밴드, 알앤비 음악처럼 하나의 문화로 되고 있어서 이런 변화가 좋다고 생각해요. 글로벌해지는 거잖아요.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해요."

서리의 두 번째 미니앨범 '페이크 해피'는 지난 21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됐다.



이승훈 기자 hunnie@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