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척, 이후광 기자] 12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코리안 몬스터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은 지난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2차전에서 취재진과 만나 데뷔 후 최악투로 무너진 류현진의 개선 방안과 방향성을 언급했다.
‘170억 에이스’ 류현진은 지난 5일 ‘1약’으로 꼽힌 키움 타선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 난타를 당했다. 4회까지만 해도 정교한 제구력과 노련미를 앞세워 키움 타선을 압도했지만 4-0으로 앞선 5회 5타자 연속 적시타를 비롯해 7타자 연속 피안타를 기록하며 김서현과 교체됐다. 이후 김서현이 이형종 상대 1타점 적시타, 대타 임지열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각각 내주며 승계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 2차 1라운드 2순위로 프로에 입성한 류현진이 데뷔 후 한 경기 9점을 헌납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종전 최다 실점 및 자책점 기록은 2012년 7월 18일 대전 삼성전의 8점이었다. 평균자책점은 3.72에서 8.36까지 치솟았고, KBO리그 복귀 첫 승과 통산 99승은 또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투수 전문가’ 최 감독은 “몰리는 공이 많아서 집중타를 얻어맞았다. 벤치의 교체 타이밍도 늦었다”라며 “3경기 중에 2경기에서 난타를 당했다. 다만 몰리는 공에 대해서는 충분히 개선 여지가 있다고 본다. 투수코치, 배터리코치와 집중타를 얻어맞은 몰리는 공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했기 때문에 다음 경기는 괜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구수 70개 이후 피안타율이 급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투구수 대비 구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사실 구위가 떨어진 건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투구수에 맞물려서 몰리는 공이 급증해서 난타를 당했다. 개선 여지가 있다”라고 바라봤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지난 2월 말 8년 총액 170억 원에 친정 한화로 전격 복귀했다. 이는 종전 KBO리그 다년계약 최고액이었던 두산 양의지의 4+2년 152억 원을 경신한 역대 국내 최고 대우.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다 2022년 KBO리그로 돌아온 김광현의 4년 151억 원 계약 또한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한화 선발진 가운데 류현진이 가장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즌 기록은 3경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36으로, 한화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복귀전이었던 3월 23일 잠실 LG전 3⅔이닝 5실점(2자책) 난타에 이어 29일 대전 KT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반등했지만 언더독으로 평가된 키움을 만나 커리어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이는 한화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5일 류현진 상대로 볼넷 2개를 골라낸 키움 베테랑 이형종은 “대투수라 주눅 들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직구, 체인지업이 잘 보였다. 또 내가 좌투수에 자신감이 있는 스타일이다. 다만 커브, 브레이킹볼은 너무 좋았다”라며 “한 회에 10점 날 때 (류현진을) 1~2번 보다보니 ‘이 정도면 우리가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3경기 만에 위상이 떨어진 류현진은 향후 어떤 피칭 디자인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야 할까. 최 감독은 “개인적인 생각은 (류)현진이가 제구가 좋은 선수라서 집중타를 맞은 구종은 코너웍을 의식한 피칭이 좋을 거 같다”라며 “예를 들어 제구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코너웍을 하더라도 ‘볼질’을 하게 된다. 그런 선수는 가운데부터 던지라고 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워낙 구종도 다양하고 제구력이 있어서 초구에 코너웍을 하다가 볼이 돼도 볼질을 할 확률이 낫다”라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지는 공이 지금보다 더 위력을 갖춘 상태에서 정교하게 들어갈 필요가 있다. 최 감독은 “그 동안 계속 초구에 카운트 잡는 공이 집중적으로 맞아나갔다. 방망이에 묻으면 안타였다. 5일 경기의 경우 너무 정직하게 승부를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 1~2구 안에 집중타를 맞았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보완점을 짚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