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말 그대로 미쳤다. 구자욱(31)으로 시작해 구자욱으로 끝난 경기였다. 모두가 기대했던 그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 구자욱은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3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6타수 6안타(1홈런) 4타점 3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연장 10회 접전 10-7 승리를 이끌었다.
구자욱의 폭풍 6안타가 사직을 지배한 날이다. 이날 6안타를 뽑아내면서 지난 2015년 8월22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 5안타를 때려낸 이후 약 9년 만에 자신의 최다안타 기록을 경신했다. KBO 역대 6안타 이상 때려낸 선수는 구자욱이 역대 12번째다.
이날 득점 순간마다 구자욱의 안타가 있었다. 구자욱은 1회 우전안타를 시작으로 4회 1사 후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김재혁의 적시 3루타 때 홈을 밟았다. 1-4로 뒤진 6회 무사 1루에서는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을 상대로 추격의 투런 아치를 그렸다.
3-7로 다시 격차가 벌어진 7회초에는 1사 1,3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6-7까지 추격한 8회 2사 1,3루에서는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동점 적시타까지 뽑아냈다. 5안타 경기 완성.
구자욱은 그치지 않고 졍장 10회 1사 상황에서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맥키넌의 우전안타 때 3루까지 간 뒤 김재혁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결승 득점을 올렸다.
경기 후 구자욱은 6안타 소감에 대해 “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다. 매 타석이 끝나고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 6안타를 치면 사람들이 또 관심을 많이 가진다. 원래 같았으면 못 쳤을 것이다”라며 “이제 생각을 많이 바꿨기 때문에 칠 수 있었떤 것 같고 타석에서 비슷하면 빨리 치고 나오자는 생각이었다. 적극적으로 쳤고 안타친 것을 잊으려고 노력했다”라며 6안타 비결을 전했다.
이어 “매 타석 똑같은 느낌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했다. 운 좋은 안타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초반 2개 안타가 또 운 좋게 나왔다고 생각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었다”고 전했다.
사실 사직구장에서의 구자욱은 언제나 맹타를 휘둘렀다. 이날 6안타 포함해 사직구장 성적은 52경기 타율 3할7푼7리(223타수 84안타) 16홈런 44타점 OPS 1.117에 달한다.
이날 홈런으로 사직구장 홈런 숫자가 15개에서 16개로 늘어났다고 하자 구자욱은 “제가 15개나 쳤어요?”라고 놀라며 되물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사직의 구자욱’을 믿고 있었다. 구자욱은 “제가 사직에 오면 우리 팀 선수들이 많이 기대하는 것 같다. 저 역시도 알고 있기 때문에 항상 ‘여기는 사직이다’라고 되내이고는 한다”라고 웃었다.
6회 추격의 홈런 상황에서는 파울 홈런 뒤에 다시 홈런을 때렸다. 그는 “동요하지 않았고 의식하지 않았다. ABS가 생긴 뒤 저에게는 다 스트라이크 같았다. 그래서 눈에 보이면 모두 돌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볼을 치더라도 안타가 도리 수 있기 때문에 존을 크게 보고 쳤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이 볼인 경우가 나에게는 스트라이크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ABS가 저에게는 좀 안 좋은 것 같다”라고 푸념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타격으로 끝내 동점까지 만들었다. 그는 동점타 상황에 대해 “원래 같았으면 안 쳤을 것이다. 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혹시 스트라이크를 줄 수 있는 공이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쳤는데 운 좋게 안타가 됐다”라고 웃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