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다른 방법이 없다. '정면돌파'만 남았다.
아스날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0-1로 패배, 탈락했다.
아스날은 홈에서 치렀던 지난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이 경기에서 승리했어야 준결승 진출이 가능했지만, 뮌헨이 합산 스코어 3-2를 만들면서 아스날의 UCL 여정은 8강에서 마무리됐다.
같은 시각 맨체스터 시티도 여정을 마무리했다. 맨시티는 영국 맨체스터의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승부차기 혈투에서 3-4로 무릎 꿇었다.
1차전 맨시티와 레알은 3-3으로 비겼다. 이 경기 맨시티는 67%의 높은 점유율로 경기를 주도했다. 기대 득점(xG) 값은 2.74였다. 레알은 1.44에 그쳤다.
선제골은 레알의 몫이었다. 전반 12분 호드리구가 선제골을 넣었다. 맨시티는 후반 31분 케빈 더 브라위너의 골로 균형을 맞췄고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승부차기에서도 팽팽함이 유지되는 듯했다. 1번 키커로 나선 훌리안 알바레스는 실수 없이 성공했다. 레알의 1번 키커 루카 모드리치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후 베르나르두 실바, 마테오 코바치치가 연달아 실축했고 레알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경기 종료 직후 머리를 감싸쥐고 무릎 꿇어 좌절했다.
이로써 프리미어리그 팀은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모두 탈락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토트넘도 함께 절망했다. 일반적으로 '지역 라이벌' 아스날의 불행이 토트넘의 행복이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소속 리그의 팀들이 유럽대항전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토트넘의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는 다음 시즌부터 36개 팀이 출전하는 대회로 확대 개편된다. UEFA 리그 계수 상위 1, 2위 리그는 전 시즌 5위까지의 팀이 본선 진출권을 얻는다. 현재 토트넘은 딱 리그 5위를 달리고 있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가 리그 계수 상위 2위 안에 들어가길 바랐다.
프리미어리그 소속 팀들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덩달아 토트넘도 빨간불이 켜졌다. 아스날과 맨시티의 탈락으로 프리미어리그는 종합 계수 3위로 떨어졌다. 대신 4강에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두 팀을 올린 독일 분데스리가가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이탈리아 세리에 A다.
이대로라면 토트넘이 리그 5위 자리를 지켜내도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하위 토너먼트 유로파리그에 나선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18일 "탐나는 챔피언스리그 5자리 경쟁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분데스리가로 넘어가고 있다. 잉글랜드 두 팀이 탈락하고 독일 두 팀이 살아남는 놀라운 결과로 전세가 뒤집혔다"라며 놀라움을 전했다.
또 다른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도 "프리미어리그 5위 팀은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치게 됐다"라고 알렸다.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기 위해 남은 방법은 딱 하나, 자력으로 4위에 올라서는 것이다.
토트넘(승점 60)은 한 경기 더 치른 4위 아스톤 빌라(승점 63)를 바짝 추격 중이긴 하지만, 남은 일정이 험난하다. 리그 우승 경쟁을 펼치는 팀들을 남은 6경기 안에 모두 만난다.
다가오는 아스날과 북런던 더비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손흥민과 토트넘은 지난 2022-2023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챔피언스리그 복귀를 노리고 있다. 직전 경기였던 뉴캐슬전에서 0-4로 대패했던 만큼 라이벌 아스날을 잡아내고 분위기를 뒤집어야 한다.
손흥민의 책임이 막중하다. 토트넘은 뉴캐슬전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고개를 떨궜다. 점유율은 높았지만,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구멍 투성이였다.
다행히 고칠 시간은 충분하다. 리그만 치르는 토트넘은 2주 넘게 충분히 휴식한 뒤 아스날과 맞선다. 문제점을 진단하고 수정해 승점 3점을 노려야 한다.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점은 손흥민 사용법이다. '캡틴' 손흥민은 지난 뉴캐슬과 경기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우리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2실점에 관여하며 후반 13분 빠르게 교체됐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 이후 처음 있는 빠른 교체 아웃이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15골 9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득점, 최다 도움을 책임지고 있다. 사실상 토트넘 공격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셈. 손흥민이 막힌다는 것은 토트넘 공격이 막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캐슬전 후 영국 매체 '팀 토크'는 "치명적인 9번 공격수가 손흥민 실험을 끝내야 한다. 상대 팀들은 손흥민이 영리한 움직임으로 뒷공간을 확보하는 데 의존하고 있다는 걸 밝혀냈다. 낮은 수비 블록을 상대로는 영향력을 거의 끼치지 못한다. 손흥민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역할은 언제나 해리 케인의 일이었다. 지금 요청은 그의 재능을 완전히 낭비하는 것"이라며 손흥민을 잘못된 방식으로 기용했다고 지적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을 다시 왼쪽 윙포워드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런던 지역지 '풋볼 런던'은 "손흥민은 왼쪽에 있을 때, 그곳에서 자기 경기를 할 때 주연으로 빛날 수 있다. 손흥민은 구심점이자 공을 지켜내는 타깃맨 역할을 요청받았을 때도 역할을 해낼 수 있지만, 계속 그 자리에서 뛰면 모든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된 일정을 앞두고 풋볼 런던은 손흥민의 목소리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은 "난 선수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정직하고 모범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난 이제 나이가 있다. 20대 초반이 아니다"라며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주장이라면 아카데미 선수들을 포함해 1군 선수들에게도 좋은 모범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님은 태도와 말투, 팀을 이끄는 방법을 나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그를 최대한 본받으려 한다. 나에게 매우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다양한 축구를 보는 것이 너무 즐겁다. 난 위대한 감독들을 경험했다. 조세 무리뉴, 안토티오 콘테, 누누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모두가 다른 스타일을 구사한다. 포스테코글루의 축구는 더 흥미롭다. 난 그를 위해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토트넘은 이번 시즌 우승 경쟁을 펼치는 세 팀(아스날, 리버풀, 맨시티)을 상대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아스날전에선 2-2 무승부를 거뒀고 10월 리버풀과 경기에서는 2-1로 승리했다. 12월 맨시티 원정에선 6골을 주고받으며 3-3 무승부를 거뒀다.
손흥민은 아스날전 멀티 골을 기록했고 리버풀전과 맨시티전엔 선제골을 때려넣었다. 강팀을 상대로 오히려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손흥민이다.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 손흥민, 뉴캐슬을 만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토트넘이 강팀들과 연전에서 분위기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보자.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