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캡틴'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을 포함해 모두가 답을 알고 있다. 이제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인정해야 한다.
영국 '더 부트 룸'은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크리스 서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북런던 더비 패배 후 한 가지에 대해 '엄청나게 격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수비 훈련을 개선할 필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지난 28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5라운드 아스날과 북런던 더비에서 2-3으로 패했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전반 15분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코너킥 수비 도중 자책골을 넣었고, 전반 27분엔 부카요 사카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전반 22분 미키 반 더 벤의 동점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는 불운도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토트넘은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오히려 전반 38분 카이 하베르츠에게 코너킥 헤더골을 얻어맞으며 0-3까지 끌려갔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총체적 난국이었다. 전술적으로 완패한 경기였다.
후반에는 그나마 힘을 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후반 19분 상대 골키퍼의 실책으로 만회골을 넣었고, 손흥민이 후반 39분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보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토트넘은 끝내 동점골을 만들지 못하며 홈에서 무릎 꿇었다. 4위 싸움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부진한 경기력이었지만, 세트피스로 허망하게 두 골을 내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아스날도 후반 들어 실수를 저질렀던 만큼 세트피스 수비에서 무너지지만 않았다면 토트넘에도 기회가 있었다.
경기 후에도 토트넘의 고질병인 불안한 세트피스 수비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토트넘은 올 시즌 리그에서 내준 52실점 중 14점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했다. 이는 최다 실점 공동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센터백 미키 반 더 벤은 "세트피스에서 2실점한 건 물론 실망스럽다. 우리는 열심히 훈련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라며 "최고의 팀이 되려면 전반에 3골을 내줘선 안 된다. 홈에서 3골을 내줘서도 안 된다.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주장 손흥민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특히 이런 경기에서 그런 골을 내준다면 어렵고 고통스럽다. 그들은 침착했고, 공중에서 강했다. 골대를 맞히고 골이 취소되는 등 우리도 기회가 많았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렇게 실점할 때는 강해져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손흥민은 "큰 경기였고, 우리는 세트피스에서 강해야만 했다. 분명히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모두가 발전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세트피스 훈련을 해야 한다. 강하게 버티며 다시 나아가야 한다"라고 채찍질했다.
그러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세트피스뿐만 아니라 경기 중 상대방에게 시간과 공간을 허용한 순간들에 집중해야 한다. 한 부분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넓은 그림이어야 한다"라며 "세트피스 2실점도 좋지 않지만, 많은 걸 고쳐야 한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우린 완벽한 세부 사항을 만드는 데 초점 맞추지 못했다. 우리를 현재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작은 세부사항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아스날은 디테일을 잘 다루는 팀이다. 우린 그렇지 못했다. 이런 디테일은 수천 가지나 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토트넘이 세트피스 수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부터 세트피스 전문 코치를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냔 의문이 많았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까지는 지안니 비오 세트피스 전문 코치와 함께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한 뒤 작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문 코치가 필요없다는 . 그는 지난 3월에도 "난 특정 세트피스 코치를 고용한 적이 없다. 언제나 내가 책임졌다"라며 "그냥 내 스타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분리하지 않으려 한다. 특정 분야 전문가를 데려오면 불편할 것이다. 내가 일하는 방식을 위해서다"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문제가 계속됨에도 변화를 주지 않는 건 아집이나 다름없다. 현재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기 사단인 밀레 예디낙 코치에게 세트피스 수비를 맡기고 있고, 토트넘 출신 라이언 메이슨 코치에게 세트피스 공격을 맡기고 있다. 그는 이들이 분석팀과 함께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전문가를 데려오는 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영국에서도 포스테코글루 감독보다는 손흥민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풋볼 런던은 세트피스가 북런던 더비 승자를 갈랐다며 아스날의 니콜라스 조버 세트피스 코치의 역할을 강조했다. 매체는 조버 코치가 감독으로 착각할 정도로 계속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전문 코치가 없는 토트넘과 대조됐다고 언급했다.
토트넘 팬 사이트 '스퍼스 웹'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답변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체는 "토트넘의 세트피스 수비 문제는 명백하다. 불행히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매번 방어적 태도를 취하며 큰 약점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가 예디낙 코치를 비판하지 않기 위해 선을 긋고 있을 뿐이길 바란다. 내부적으로는 다른 메시지를 내놓길 바란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영국 'BBC'에서 축구 전문가로 활동 중인 서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사실은 문제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언급해야 할 것은 세트피스인가? 그렇다"라며 "다음 시즌 토트넘 팬들은 그들이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려면 세트피스 부문을 개선해야 한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더 부트 룸 역시 "지난 시즌 토트넘은 비오 코치의 영향으로 많은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여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도착한 뒤 팀을 떠났다. 토트넘은 그 이후로 코너킥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하면서 세트피스에서 큰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라며 현실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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