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괴물→투헬의 악몽' 김민재, 슬픈 얼굴로 ''정말 죄송하다''...''2차전에서 다시 증명할 수도''
입력 : 2024.05.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고성환 기자] "정말 죄송합니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가 악몽 같은 밤을 보낸 뒤 고개 숙여 사과했다.

독일 'T-온라인'은 1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의 '괴물'이 악몽이 됐다. 그는 지난해 여름 거액의 돈을 받고 뮌헨으로 왔다. 하지만 지금 그는 불확실함에 더 가깝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전 실수로 토마스 투헬 감독을 화나게 했다"라고 보도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같은 날 독일 뮌헨 푸스발 아레나 뮌헨에서 열린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2-2로 비겼다.

안방에서 승리하지 못한 바이에른 뮌헨은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서 꼭 이겨야만 결승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양 팀은 오는 8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2차전을 치른다.

김민재가 오랜만에 UCL 무대에서 선발로 나섰다. 지난 2월 라치오와 UCL 16강 1차전 이후 처음이었다. 김민재는 마테이스 더 리흐트의 무릎 부상과 다요 우파메카노의 발목 부상으로 기회를 잡으며 에릭 다이어와 호흡을 맞췄다. 그에게는 빼앗겼던 주전 자리를 되찾아올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김민재는 생애 처음으로 밟은 UCL 준결승 무대에서 두 번이나 실점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그는 전반 24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쫓아 튀어나갔다가 뒷공간을 허용했다. 이를 놓치지 않고 토니 크로스가 정확한 패스를 찔러넣었고, 비니시우스가 일대일 기회를 잡으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김민재와 우측 풀백 요주아 키미히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김민재는 실점 직후 키미히를 바라보고 소리 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언가 약속된 플레이가 어긋났는지 이례적으로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

이후로는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던 김민재였지만, 경기 막판 대형 사고를 터트렸다. 그는 팀이 2-1로 앞서고 있던 후반 37분 박스 안에서 드리블하는 호드리구를 넘어뜨리며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은 비니시우스에게 멀티골을 내주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경기 후 모든 비난의 화살이 김민재에게 향했다. 독일 '빌트'는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최하점인 평점 6점을 줬다. 사실 좋은 평가를 내린 곳이 없었다. '스폭스'와 '스포르트'도 김민재에게 평점 5.5점을 매겼고, 'TZ'도 5점을 부여했다.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의 약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리버풀에서 수비수로 뛰었던 제이미 캐러거는 'CBS 스포츠'에 출연해 "김민재 탓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8강에서 아스날을 이긴 이유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야쿠프 키비오르를 상대했기 때문이었다. 키비오르는 아스날을 위태롭게 했다. 오늘은 김민재가 그랬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캐러거는 "바이에른 뮌헨은 경기를 더 지배했고, 더 나은 팀이었다. 하지만 수비수 때문에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아스날도 똑같이 그랬다. 바이에른 뮌헨이 아스날의 약한 부분(키비오르)을 공략했듯이 이번엔 레알 마드리드가 바이에른 뮌헨의 약한 부분(김민재)를 공략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투헬 감독과 헤르베르트 하이너 회장도 공개적으로 김민재를 비판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는 두 차례 너무 욕심이 많았다. 5대2로 수비 숫자가 많았다. 다이어가 도와주러 오고 있었는데 반칙을 저질렀다"라며 화를 냈고, 하이너 회장은 "조금 더 차분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면 좋겠다. 무리해서 나오려다가 속도를 늦추기보단 그냥 상대 뒤에 서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T-온라인 역시 "김민재는 두 차례 실수를 저지르고 평점 6점을 받았다. 더 리흐트의 공백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김민재는 다시 한번 그를 대체할 수 있음을 증명하지 못했다"라며 "김민재는 확실히 위험을 가진 선수였고, 비니시우스가 이를 무자비하게 이용했다. 그는 비니시우스에 의해 앞으로 끌려나갔다. 속임 동작도 필요 없었다. 김민재는 서투른 반칙으로 페널티킥까지 내줬다"라고 지적했다.

1년 전과 정반대 평가를 받고 있는 김민재다. 매체는 "김민재는 괴물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공포로 변신했다. 투헬 감독은 그를 '꿈의 선수'로 삼았고, 5000만 유로(약 736억 원)를 들여 나폴리에서 데려왔다. 그럴 만도 했다. 김민재는 나폴리를 우승으로 이끌며 이탈리아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됐고, '수비 괴물'이라는 찬사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이제는 악몽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매체는 "김민재는 오히려 바이에른 뮌헨의 공포이자 투헬의 악몽이 됐다. 그는 아시안컵 복귀 직후인 올해 초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러 번 실수를 범하며 연패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 이제 김민재는 2차전을 앞두고 선발 자리를 빼앗길 위기"라며 "바이에른 뮌헨의 희망은 더 리흐트에게 달려 있다. 투헬 감독과 팀은 그가 다시 훈련복 대신 유니폼을 입을 수 있길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닷컴'도 김민재를 보며 나폴리 시절의 '짝퉁'이라고 비판했다. 매체는 "선제 실점 이후 기괴하게도 키미히를 혼냈고, 모두 그의 탓이라는 듯 맹비난했다. 우리가 세리에 A에서 봤던 지배적인 수비수의 값싼 모조품(imitaion)"이라고 독설을 내놨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김민재를 북한 독재가 김정은에 빗대며 테러리스트라고 조롱하는 선 넘는 비난까지 등장했다.

김민재도 누구보다 자기 실수를 잘 알고 있기에 경기 후 고개를 들지 못했다. T-온라인에 따르면 그는 별도의 인터뷰 없이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며 한국말로 사과를 전했다.

매체는 "김민재가 고개를 숙인 채 빠져나간 건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그는 믹스트존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심각한 실수 이후 예상된 일이었다. 그는 슬픈 표정으로 한국 기자들을 바라보며 모국어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한마디만 남겼다. 그는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의 실책에 대해 가장 걱정하고 있었으며 사과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김민재로서는 경기장 위에서 다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오는 4일 슈투트가르트전에서 단단한 활약을 펼친다면 레알 마드리드와 2차전에서 만회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빌트는 "김민재는 아마도 2차전에서 다시 한번 자기 실력을 입증해 투헬 감독을 기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시각을 내놨다.

주장 마누엘 노이어도 김민재를 감싸안았다. 그는 "우리는 라커룸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실수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축구의 일부다. 이게 그가 다음 경기에서도 부진할 거란 뜻은 아니다.오늘도 완전히 나쁘진 않았다. 잘한 부분도 있었다"라며 격려를 전했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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