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이제는 보고 있으면 안쓰러울 지경이다. 10위 추락 위기에 놓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안타까운 현실에 한숨만 새어 나온다.
한화는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에서 5-18 대패를 당했다. 올 시즌 최다 실점 경기로 마운드가 무너졌다. 1회초 2점을 내고 시작했지만 1회말 바로 4점을 내준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가 2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것이 대패의 발단이었다.
이어 장시환(⅓이닝 2실점), 이충호(⅓이닝 1실점)가 추가로 3점을 내주며 스코어가 2-8로 벌어졌다. 박상원(1⅓이닝), 김범수(⅔이닝)가 무실점으로 막은 뒤 타선이 4회 3점을 내면서 3점차로 따라붙었지만 6회 장민재(1⅓이닝 2실점)가 추가 실점하면서 다시 스코어가 벌어졌다.
이어 올라온 6년차 투수 장지수가 7회를 실점 없이 막았지만 8회 무려 8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며 승부의 추가 롯데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장지수에겐 악몽 같은 이닝이었다.
선두 나승엽에게 중견수 키 넘어가는 3루타를 맞은 장지수는 이주찬을 3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노시환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주자가 쌓였다. 이어 박승욱, 유강남, 김민석, 윤동희에게 4연속 적시타를 맞고 순식간에 4실점했다. 유강남에게 맞은 뒤 박승민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한 번 올라갔지만 달아오른 롯데 타선을 막지 못했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 모두 공략당하며 집중타를 허용했다.
그 다음 타자 고승민에게 볼넷을 내준 장지수는 무사 만루에서 강판됐다. 모자를 벗고 마운드를 내려가던 장지수는 후배 투수 김규연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무사 만루 상황을 넘겨주는 것도 그렇지만 급하게 몸을 풀고 나선 후배 투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덕아웃에 들어온 장지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좌절했다. 승부의 추가 넘어가긴 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에 답답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하며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김규연은 장두성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지만 전준우에게 좌중월 만루 홈런을 맞았다. 장지수의 기록은 1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7실점(6자책)으로 불어났다. 시즌 평균자책점 13.97. 이닝 종료 후 덕아웃에서 장지수는 김규연을 맞이했고, 김규연은 장지수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장지수를 내리기 전 한화는 선발 페냐의 조기 강판으로 인해 5명의 불펜을 소모한 상태였다. 4일 휴식을 갖고 올라온 장지수가 8회까지 멀티 이닝을 막아주는 게 가장 깔끔했다. 7회를 잘 막은 장지수는 그러나 8회를 버티지 못했고, 한화는 어쩔 수 없이 준필승조 투수 김규연까지 올려야 했다.
또 다른 투수로 마무리 주현상, 필승조 이민우, 그리고 한승주가 남아있었다. 주말 3연전을 생각하면 주현상과 이민우는 아껴야 했다. 한승주도 전날(8일) 롯데전에서 1⅓이닝 30구를 던져 연투가 쉽지 않았다. 불펜 자원이 모자란 상황에서 선발이 일찍 무너지는 바람에 장지수 교체 타이밍을 잡는 것도 어렵게 됐다. 이 같은 팀 사정은 선수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장지수도 다음 투수에게 미안해하며 덕아웃에서 자책을 했다.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짠한 마음이 들게 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나올 만큼 한화 경기력이 크게 무너졌다. 개막전 패배 후 7연승 포함 10경기 8승2패로 구단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후 27경기에서 6승21패(승률 .222)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덧 시즌 성적은 14승23패(승률 .378). 한때 단독 1위였던 순위가 9위까지 내려왔고, 이제는 10위 롯데(13승22패1무 승률 .371)와 승차도 없어졌다. 승률이 앞서 가까스로 10위 추락을 모면했다.
투타, 공수주 가릴 것 없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믿었던 선발진이 줄줄이 무너졌고, 시즌 내내 불펜은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타선도 기복이 너무 심하고, 결정력이 약하다. 방망이가 안 터지면 뛰는 야구라도 해야 하는데 발 빠른 선수가 부족한 팀 구성상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작전도 안 하느니만 못한 수준이고, 수비마저 견고함이 떨어진다. 한 달 넘게 지속된 침체에 류현진 같은 베테랑 선수들도 쫓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악몽 같은 4월을 지나 5월이 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헛된 기대가 됐다. 이렇다 할 분위기 반전 요소나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한화 야구를 지켜보는 게 안쓰러울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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