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번리 킬러'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이 다시 한번 번리 골문을 겨냥한다. 이번엔 강등의 아픔까지 선물할 전망이다.
토트넘 홋스퍼는 1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7라운드에서 번리와 맞대결을 펼친다.
양 팀 다 승점 3점이 절실하다. 토트넘은 어느새 4연패에 빠져 있다. 지난달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을 시작으로 아스날, 첼시, 리버풀에 모두 무릎 꿇었다. 승점은 아직도 60점에 머물러 있다.
4위 싸움도 어려워졌다. 토트넘은 한 경기 더 치른 4위 아스톤 빌라(승점 67)을 7점 차로 추격 중이다. 일단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빌라가 미끄러지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상황. 만약 번리에도 덜미를 잡힌다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희망은 물거품이 된다.
번리는 더 간절하다. 패배는 곧 강등을 뜻하기 때문. 현재 번리는 승점 24점으로 19위에 머물러 있다. 17위 노팅엄 포레스트(승점 29)와 격차는 5점. 한 경기만 더 패할 시 곧바로 강등이 확정된다.
벼랑 끝 맞대결의 승자는 토트넘이 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영국 'BBC' 소속 크리스 서튼은 토트넘의 3-1 승리를 점쳤다.
서튼은 "번리는 이번 경기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강등될 것이다. 그들은 아직 희망이 있긴 하다. 심지어 4연패 중인 토트넘과 만나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라면서도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팀의 컨디션 저하를 걱정하겠지만, 이번 경기는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기회다. 난 토트넘이 4위에서 멀어졌더라도 여전히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여기서 증명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도 토트넘의 손을 들어줬다. 슈퍼컴퓨터가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토트넘이 승리할 확률은 64%에 달한다. 반면 번리가 이길 확률은 19.6%에 불과하다.
옵타는 "토트넘은 리버풀과 광란의 경기 끝에 2-4로 패배한 뒤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1994년 오스발도 아르딜레스 감독 이후 처음으로 5연패를 기록하는 토트넘 감독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운명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토트넘은 희미한 4위 희망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4연패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이번 주 PL에서 가장 승리 확률이 높은 팀"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역시 손흥민이다. 그가 해결사 역할을 맡아줘야 토트넘의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에서만 17골 9도움을 터트리며 팀 내 최다 득점과 팀 내 최다 도움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손흥민은 번리전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그는 번리를 상대로 통산 13경기 6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토트넘도 손흥민 출전 시 10승 1무 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한다.
손흥민은 지난 2019년 번리를 제물 삼아 푸스카스상을 타기도 했다. 당시 그는 역습 상황에서 무려 70m를 홀로 돌파한 뒤 골망을 가르며 원더골을 터트렸다. 이 골로 한 시즌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골을 뽑아낸 선수에게 수여되는 푸스카스상까지 거머쥐었다.
손흥민은 올 시즌에도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몰아친 바 있다. 그는 지난 9월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한 뒤 번리 골망을 세 차례나 흔들었다. 당시 손흥민은 개막 후 3경기에서 침묵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단숨에 3골을 터트리며 득점 행진을 시작했다.
다시 한번 번리전 골 사냥에 나서는 손흥민. 그의 발끝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동료 공격수인 히샬리송이 종아리 부상으로 출전이 어렵기 때문.
히샬리송은 최근 무릎 부상에서 복귀했고, 리버풀전에서 교체 투입돼 가벼운 컨디션을 자랑했다. 그는 29분만 뛰고도 1골 1도움을 올리며 답답한 토트넘 공격에 활로를 제공했다. 손흥민의 골을 돕기도 했다.
그러나 히샬리송은 돌아오자마자 쓰러지고 말았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그는 종아리를 다쳐 남은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태다. 앞서 발표된 브라질 대표팀의 2024 코파 아메리카 23인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안 그래도 티모 베르너가 시즌 아웃됐고, 데얀 쿨루셉스키와 제임스 매디슨, 브레넌 존슨까지 부진에 빠져 있기에 치명적인 악재다.
어깨가 무거운 손흥민은 또 하나의 대기록도 앞두고 있다. 그는 번리전에서 도움을 하나만 추가한다면 통산 3번째 10골-10도움을 달성하게 된다. PL 역사를 통틀어도 10-10을 3회 이상 기록한 선수는 웨인 루니, 모하메드 살라(5회), 에릭 칸토나, 프랭크 램파드(이상 4회), 디디에 드록바(3회) 5명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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