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관중의 선 넘은 물병 투척... 선수협 “선수들 안전한 근무 환경을 보장해달라”
입력 : 2024.05.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이인환 기자]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5월 11일 열린 인천vs서울전에서 경기 종료 후 인천 서포터즈의 물병 투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엄중히 대처할 것을 연맹에 촉구했다.

FC 서울은 지난 1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1 2024 1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4승 3무 5패 승점 15점으로 5위에 올랐다. 인천은 3승 5무 4패 승점 14점을 기록했다.

치열했던 경기가 마무리 된 후 서울 골키퍼 백종범은 등 뒤에 있던 인천 서포터스를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세레모니를 펼쳤다. 흥분한 인천 서포터스들이 백종범을 향해 물병을 내던졌다. 이 과정에서 백종범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기성용이 자신을 향해 날아온 물병을 미처 피하지 못하면서 급소에 맞고 쓰러졌다.

고통을 호소하던 기성용은 한동안 그라운드서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동료들의 부축을 받고 경기장을 빠져나갔지만 하마터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인천 선수들도 홈 팬들이 던지는 물병을 온 몸으로 막았다. 

기성용은 경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 "괜찮다"고 말하면서 서포터스의 물병 투척 사태를 맹비난했다. 기성용은 "어떤 의도로 물병을 던졌는지 모르겠지만, 물병을 던지는 건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사태의 시작점이 같은 팀 골키퍼 백종범의 도발이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렇다고 물병을 던질 수 있는 것인가?"라며 반문한 뒤 "물병 투척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또 기성용은 이번 사태에 대해 "연맹에서 잘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태를 야기한 백종범은 인천 팬을 향해 사과했다. 그는 "선수로서 하면 안되는 행동이었다. 다시는 그런 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상대 서포터스를 자극한 자기 행동에 대해서는 "후반전 시작부터 내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욕을 하고 계속 부모님 욕을 하기도 했다"며 "흥분했기에 그런 동작이 나온 것 같다.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그라운드에서 폭력 사용은 도저히 용납하기가 어렵다. 세상 어느 회사에서 직장인이 일터에서 폭력을 당하는가? 더구나 기성용 선수는 던진 물병에 급소를 맞았다.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FIFPRO)에서는 24년 초에 축구선수 직장 내 폭력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선수들을 향한 폭언 및 관중들의 폭력행위에 엄중히 대처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FIFPRO는 더블린 대학교 스포츠 및 운동관리 학위 책임자인 조엘 룩우드 박사와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설문에 참여한 선수 가운데 88%가 폭력의 위협은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와 정신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FIFPRO는 보고서를 통해 남자 프로축구 선수에 대한 팬들의 폭력과 학대가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밝히는 한편, 직장 내 안전을 강화하고 선수들의 복지에 신경 써야 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FIFPRO는 “11월에 발표된 유럽평의회 위원회 국가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스포츠 행사, 특히 축구 1부리그에서 난동을 피워 체포되는 건수가 상당히 많고 이는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FIFPRO 알렉산더 빌레펜트(글로벌정책이사)는 “관중석에서 차별적이거나 가족을 겨냥한 언어적 폭력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에 크게 작용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팬들과 대화를 통해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5월 11일 경기와 같은 사건은 FIFPRO 보고서에 나온 내용과 같다. 이는 선수들을 괴롭히는 행위라 볼 수 있다. 악성 게시글을 작성하는 악플러들을 비롯해 선수들을 향한 언어적 폭력과 관중들의 물리적 폭력에 관해 프로축구연맹 및 구단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안전한 환경에서 축구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수협은 선수들을 위해 FIFPRO와 국제 공조를 통해 이번 사건에 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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