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의 다년 계약을 뿌리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우완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35)이 트리플A에서 호투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콜업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필이면 리그 전체 최고 승률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가서 마이너리그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A 리하이밸리 아이언피그스 소속의 뷰캐넌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시라큐스 메츠(뉴욕 메츠 산하)와의 트리플A 경기에 선발등판, 6⅔이닝 7피안타(2피홈런) 3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3-2 승리와 함께 시즌 3승째를 올렸다.
2회, 5회 솔로 홈런 두 방을 맞았지만 7회 2사까지 112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최고 시속 93.6마일(150.6km), 평균 91.5마일(147.3km) 싱커(44개)를 비롯해 커터(27개), 체인지업(23개), 커브(17개), 포심 패스트볼(1개)을 구사했다.
올 시즌 트리플A에서 뷰캐넌의 성적은 7경기(6선발·41⅔이닝) 3승2패 평균자책점 3.89 탈삼진 30개. 지난달 1일 시즌 첫 등판에 4이닝 5실점 패전을 안았지만 이후 6경기에선 3승1패 평균자책점 3.11로 안정적이다. 개인 최다 8이닝 포함 6이닝 이상 투구가 4경기나 될 정도로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페이스라면 투수력이 약한 팀에서 빅리그 콜업도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하필 뷰캐넌이 속한 필라델피아는 13일까지 28승13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 최고 승률(.683)을 거둘 정도로 투타 모두 전력이 강력한 팀이다.
특히 선발진이 리그 최다 243⅔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2위(2.70)로 로테이션에 빈틈이 없다. 사이영상 후보로 급부상한 좌완 레인저 수아레즈(8경기 7승 ERA 1.50)를 필두로 잭 휠러(9경기 4승3패 ERA 2.53), 애런 놀라(8경기 4승2패 ERA 3.67), 크리스토퍼 산체스(7경기 2승3패 ERA 3.22), 타이후안 워커(3경기 3승 ERA 4.82)가 5인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다.
어깨 통증으로 시즌 합류가 늦은 워커가 첫 경기에선 6⅓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안정을 찾았다. 워커 합류 전까지 5선발을 맡았던 스펜서 턴불(8경기 2승 ERA 1.53)도 불펜으로 밀려났을 정도. 5인 선발 중 부상자가 발생해도 턴불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뷰캐넌에게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필라델피아는 맷 스트람(17경기 2승1세이브4홀드 ERA 1.10), 제프 호프먼(18경기 2승2세이브5홀드 ERA 1.00)이 필승조 활약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중간이 약하다. 1점대 필승조 투수가 2명 있지만 구원 평균자책점 22위(4.52)에 그치고 있다. 현재로선 롱릴리프로 콜업 기회를 봐야 할 상황이다.
트리플A에서 호투하고 있지만 어느덧 30대 중반 베테랑이 된 뷰캐넌에겐 쉽지 않은 생활일 것이다. 이럴수록 지난겨울 삼성의 다년 계약을 뿌리친 게 회자될 수밖에 없다. 2020~2023년 4년간 삼성 에이스로 리그 정상급 투구를 펼친 뷰캐넌은 다년 계약을 요구했고, 삼성도 이를 받아들였지만 금액이 맞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 때문에 삼성이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은 2024년 240만 달러, 2025년 250만 달러가 최대치로 다른 선수들과 재계약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이 금액을 있는 그대로 주기도 어려웠다.
결국 삼성은 코너 시볼드에 이어 데니 레예스를 영입하며 뷰캐넌과 인연을 정리했다. 신시내티 레즈와 메이저리그 계약 가능성이 있었으나 이뤄지지 않은 뷰캐넌은 친정팀 필라델피아와 마이너리그 계약했고, 시범경기에서 5경기(3선발·12이닝) 평균자책점 5.25로 고전하며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초반 난조를 딛고 호투 중이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