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내가 평생 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중 최악이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이 이끄는 맨유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3일(이하 한국시간) "1970년생인 앨런 시어러는 지금 맨유가 평생 살면서 본 맨유 중 최악이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만약 맨유가 모든 선수단이 건강히 복귀해도 최고의 클럽들로부터 '백만 마일'은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눈 13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7라운드에서 아스날에 0-1로 패했다.
연패에 빠진 맨유는 승점 54점(16승 6무 14패)에 머무르며 8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6위 뉴캐슬 유나이티드, 7위 첼시(승점 57)와 격차는 3점.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 출전도 어렵다.
무기력한 패배였다. 맨유는 경기 초반 공격적으로 나서며 골을 노렸지만, 오히려 전반 20분 레안드로 트로사르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센터백으로 나선 카세미루의 수비가 엉성했다.
후반에도 반전은 없었다. 맨유는 60분이 넘어서야 카세미루의 중거리 슈팅으로 첫 유효 슈팅을 기록했고,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의 선방쇼로 겨우 1점 차 승부를 유지했다. 결국 맨유는 무딘 공격 끝에 아스날 골문을 열지 못하며 안방에서 무릎 꿇고 말았다.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맨유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 시즌 리그 4위와 리그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내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2년 차 들어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조별리그 꼴찌를 기록하며 탈락했고, 리그에서도 8위까지 추락했다.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맨유는 리그 36경기에서 52골을 넣는 동안 56골을 내줬다. 득점보다 실점이 많다. 지금 상황이면 다음 시즌 UEFA 컨퍼런스리그 진출권도 따내기 쉽지 않다. FA컵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우승하며 UEFA 유로파리그 진출 티켓을 거머쥐는 게 차라리 현실적일 수 있다.
굴욕적인 기록도 여럿 세웠다. 맨유는 아스날전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82골이나 허용했다. 이는 1970-1971시즌 이후 53년 만의 최다 실점 기록이다.
게다가 맨유는 이번 시즌에만 19번이나 패했다. 이 역시 1978-79시즌 이후 46년 만의 최다패 기록이다. '꿈의 극장'이라 불리는 올드 트래포드에서도 9번이나 무너지면서 한 시즌 홈 최다 패배 타이 기록까지 쓰고 말았다.
맨유 선배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로비 새비지는 영국 'BBC'를 통해 "역대 최악 수준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이다"라고 직격 비판했고, 로이 킨 역시 "아스날도 오늘 맨유가 얼마나 못하는지 믿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웨인 루니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선수들이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몇몇 선수들은 그저 시즌을 끝내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들이 텐 하흐를 위해 뛰고 있다면, 그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심지어는 일부 선수들이 100%로 뛸 수 있음에도 부상을 핑계로 결장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그럼에도 텐 하흐 감독은 당당했다. 그는 아스날전 패배 후에도 "어떤 감독이든 항상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여기에 2년만 있었고, 선수단에 부상이 없었던 건 딱 한 번밖에 없었다. 이렇게 많은 부상을 안고선 팀을 이끌어나가기 어렵다. 마치 뒷짐을 지고 수영하는 것 같다. 머리를 수면 위로 들 수 있어야 한다"라며 부상자 문제로 돌렸다.
심지어 텐 하흐 감독은 "우리는 매우 경쟁력 있었다. 주전 선수 6~7명 혹은 더 많은 인원이 빠졌음에도 성과를 얻을 수 있고,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크리스탈 팰리스전(0-4 패배)은 용납할 수 없었지만, 오늘은 우리가 좋은 정신력을 가질 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어러의 생각은 달랐다. PL 역대 최고의 골잡이(260골)인 그는 "난 내가 살면서 본 맨유 중 최악의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노력을 탓할 순 없다. 그들은 (아스날을 상대로) 노력했다. 하지만 실력 면에서는 평생 본 맨유 중 최악이라는 데 동의하겠는가? 물론 부상자가 많다는 점은 알고 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올 시즌 맨유가 부상에 시달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뉴캐슬과 첼시보다 심했다고 볼 순 없다. 데일리 메일은 "맨유는 이번 시즌 60차례 이상 부상 결장이 발생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빠진 누적 경기 수는 3위 안에 들지 못한다. 맨유 선수들이 233경기를 놓친 가운데 브렌트포드가 255경기, 뉴캐슬이 258경기, 첼시가 309경기를 기록했다"라고 전했다.
시어러는 부상이 없었더라도 맨유가 상위권 팀들과 차이가 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맨유는 너무 오랫동안 쇠퇴해 왔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비록 모두가 건강하더라도 맨시티나 리버풀, 아스날에 도전하려면 여전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은 백만 마일이나 떨어져 있다. 모든 선수들과 함께해도 말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텐 하흐 감독이 다음 시즌에도 맨유를 지휘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구단 보드진이 상식이 있다면 자신을 경질하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맨유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는 토마스 투헬 감독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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