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채준 기자]
K-LCC 등장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던 제주노선 항공요금 인상이 중단된 것이었다.
2009년 당시 제주도 분석에 따르면 국내 항공업계를 양분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0여년 사이에 요금을 5차례나 올렸으나 K-LCC 취항을 전후해서 인상을 자제했다.
K-LCC가 등장하기 전인 1997년 김포~제주 노선 요금(성수기 기준)은 4만9600원이었으나 1998년에는 5만9100원, 1999년에는 7만2500원으로 잇달아 인상됐으며 2001년에는 7만9000원으로, 2004년에는 9만2900원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인상을 명분으로 2년에 한번 꼴로 요금을 올리면서 불과 7년 새에 2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2006년 이후 기존항공사는 수년째 요금인상을 자제했다. 2008년 7월부터 항공유 인상시 단계별로 부과하는 유류할증료만 도입했을 뿐이었다. 기존항공사들은 K-LCC들과 요금경쟁을 하느라 오히려 할인폭을 확대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10월 제주기점 김포, 대구, 청주노선에서 최고 20% 할인했고, 대한항공은 5∼15% 할인했다.
그러자 K-LCC들은 기존항공사와 요금 간격을 벌리기 위해 더욱 과감한 할인정책을 썼다. 제주항공은 2009년 10월 제주기점 김포, 청주, 부산 노선 요금을 최고 40% 할인하고,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각각 김포~제주와 부산~제주 노선 요금을 최고 50%까지 할인했다.
K-LCC 확산으로 항공업계의 가격파괴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세상을 만들었다. 2010년 12월 티웨이항공이 진행한 1만원 할인이벤트는 말 그대로 '대박' 마감을 했다. 12월8일부터 31일까지 전 좌석의 10%를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100% 예약률로 7500석이 매진됐다.
또 2011년 1월12일 소비자들은 점심식사 후 제주항공에서 '1만원' 항공권을 예약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접속자가 폭주해 예약은 커녕 홈페이지 접속조차 하지 못한 채 입맛만 다시고 예약을 포기했다. 김포에서 제주까지 1만원권 비행기 티켓이라는 거짓말 같은 이벤트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2만원에 서울에서 제주를 오간다는 건 다른 어떤 교통수단으로도 불가능했다.
K-LCC 입장에서 역마진이 뻔한 이벤트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제주항공이 취항 이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탑승추이 통계를 뽑아본 결과 설 직전 한 주가 연중 가장 비수기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텅 빈 비행기를 운항하며 손해를 보느니 1만원에 팔아서라도 손실폭을 줄여보자는 속셈이었다. 공교롭게 이때가 창립기념일이 있는 기간이어서 고객성원에 보답한다는 명분도 보탰다. 제주항공은 "평소 항공권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해서 항공기 이용을 꺼렸던 고객과 수익성을 고려한 항공사의 전략적 프로모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K-LCC가 출범하고 불과 5년이 지난 우리사회에 '항공권 가격파괴'라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세상이 열렸다. 때문에 3~4개월 뒤에 탑승할 항공권을 미리미리 예약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으로 떠올랐다. 지금이야 일반화되었지만 K-LCC 출범 5~6년차 시점이었던 2010년 당시 소비자들은 이른바 '얼리버드(early bird)'의 개념을 익히느라 여념이 없었다.
K-LCC들의 항공티켓은 공급량이 정해져 있어 티켓이 동이 날 무렵에는 운임이 정상가에 다다랐다. 예약률이 높아질수록 가격도 비싸지는 구조였다. 통상 예약률이 10% 미만일 때 얼리버드 최저가에 이용이 가능했다. 이 같은 항공권 가격파괴로 여행객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여행일정이 확정되면 무조건 빨리 예약하는 게 상책이었다. 일정변경 및 취소불가 등 제한사항이 많은 항공권일수록 그만큼 더 싸고 빨리 팔렸다.
-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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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
2009년 당시 제주도 분석에 따르면 국내 항공업계를 양분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0여년 사이에 요금을 5차례나 올렸으나 K-LCC 취항을 전후해서 인상을 자제했다.
K-LCC가 등장하기 전인 1997년 김포~제주 노선 요금(성수기 기준)은 4만9600원이었으나 1998년에는 5만9100원, 1999년에는 7만2500원으로 잇달아 인상됐으며 2001년에는 7만9000원으로, 2004년에는 9만2900원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인상을 명분으로 2년에 한번 꼴로 요금을 올리면서 불과 7년 새에 2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2006년 이후 기존항공사는 수년째 요금인상을 자제했다. 2008년 7월부터 항공유 인상시 단계별로 부과하는 유류할증료만 도입했을 뿐이었다. 기존항공사들은 K-LCC들과 요금경쟁을 하느라 오히려 할인폭을 확대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10월 제주기점 김포, 대구, 청주노선에서 최고 20% 할인했고, 대한항공은 5∼15% 할인했다.
그러자 K-LCC들은 기존항공사와 요금 간격을 벌리기 위해 더욱 과감한 할인정책을 썼다. 제주항공은 2009년 10월 제주기점 김포, 청주, 부산 노선 요금을 최고 40% 할인하고,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각각 김포~제주와 부산~제주 노선 요금을 최고 50%까지 할인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
K-LCC 확산으로 항공업계의 가격파괴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세상을 만들었다. 2010년 12월 티웨이항공이 진행한 1만원 할인이벤트는 말 그대로 '대박' 마감을 했다. 12월8일부터 31일까지 전 좌석의 10%를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100% 예약률로 7500석이 매진됐다.
또 2011년 1월12일 소비자들은 점심식사 후 제주항공에서 '1만원' 항공권을 예약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접속자가 폭주해 예약은 커녕 홈페이지 접속조차 하지 못한 채 입맛만 다시고 예약을 포기했다. 김포에서 제주까지 1만원권 비행기 티켓이라는 거짓말 같은 이벤트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2만원에 서울에서 제주를 오간다는 건 다른 어떤 교통수단으로도 불가능했다.
K-LCC 입장에서 역마진이 뻔한 이벤트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제주항공이 취항 이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탑승추이 통계를 뽑아본 결과 설 직전 한 주가 연중 가장 비수기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텅 빈 비행기를 운항하며 손해를 보느니 1만원에 팔아서라도 손실폭을 줄여보자는 속셈이었다. 공교롭게 이때가 창립기념일이 있는 기간이어서 고객성원에 보답한다는 명분도 보탰다. 제주항공은 "평소 항공권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해서 항공기 이용을 꺼렸던 고객과 수익성을 고려한 항공사의 전략적 프로모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K-LCC가 출범하고 불과 5년이 지난 우리사회에 '항공권 가격파괴'라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세상이 열렸다. 때문에 3~4개월 뒤에 탑승할 항공권을 미리미리 예약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으로 떠올랐다. 지금이야 일반화되었지만 K-LCC 출범 5~6년차 시점이었던 2010년 당시 소비자들은 이른바 '얼리버드(early bird)'의 개념을 익히느라 여념이 없었다.
K-LCC들의 항공티켓은 공급량이 정해져 있어 티켓이 동이 날 무렵에는 운임이 정상가에 다다랐다. 예약률이 높아질수록 가격도 비싸지는 구조였다. 통상 예약률이 10% 미만일 때 얼리버드 최저가에 이용이 가능했다. 이 같은 항공권 가격파괴로 여행객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여행일정이 확정되면 무조건 빨리 예약하는 게 상책이었다. 일정변경 및 취소불가 등 제한사항이 많은 항공권일수록 그만큼 더 싸고 빨리 팔렸다.
-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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