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FA 먹튀로 전락했던 좌완 투수 크리스 세일(35)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1700만 달러(약 232억원) 연봉 보조를 하면서 세일을 내보낸 보스턴으로선 안타까운 일이다.
세일은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등판, 7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호투로 애틀랜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1~4회 매 이닝 안타를 맞았지만 실점을 주지 않았다. 5~7회에는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총 투구수 103개로 스트라이크 71개, 볼 32개. 시속 최고 96.5마일(155.3km), 평균 94.4마일(151.9km) 포심 패스트볼(41개)을 중심으로 슬라이더(30개), 체인지업(21개), 싱커(11개)를 구사했다.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로만 각각 7개씩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최근 6연승 포함 시즌 7승(1패)째를 거둔 세일은 56⅔이닝 평균자책점 2.22 탈삼진 70개 WHIP 0.86 피안타율 1할9푼7리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NL) 다승·WHIP 2위, 탈삼진 4위, 평균자책점·피안타율 5위, 이닝 9위.
특히 지난 9일 보스턴전부터 최근 3경기 20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 기간 20이닝 동안 삼진 28개를 잡아낼 정도로 구위가 강력하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4.7마일(152.4km)로 지난해 93.9마일(151.1km)보다 조금 더 빨라졌다.
‘MLB.com’에 따르면 샌디에이고전을 마친 뒤 세일은 “애틀랜타 스태프들은 우리가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한다. 모든 사람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게 해준다”며 자신을 믿고 기회를 준 애틀랜타에 고마워했다.
애틀랜타는 지난해 12월31일 내야수 본 그리섬(23)을 보스턴에 내주면서 세일을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보스턴이 2024년 세일의 연봉 2750만 달러 중 1700만 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얼마 안 가 애틀랜타는 세일과 2년 38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보스턴이 부담한 금액을 빼면 2100만 달러만 투자한 셈이었다.
보스턴으로선 당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지난 2019년 3월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세일과 5년 1억45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패한 계약이 됐다. 세일은 그해 8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치더니 계약 발동 첫 해였던 2020년 토미 존 수술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21년 8월 복귀했지만 2022년 시즌 전 갈비뼈 피로 골절로 장기 이탈했고, 7월 복귀 후 2경기 만에 강습 타구에 새끼손가락을 맞아 골절됐다. 8월 재활 중에는 오토바이 사고로 손목이 부러져 시즌이 끝났다.
지난해에는 6월초 어깨 염증으로 두 달 넘게 사라졌다. 보스턴과 연장 계약 후 4년간 규정이닝이 한 번도 없엇다. 총 31경기 151이닝 투구에 그치며 11승7패 평균자책점 3.93으로 실망스런 성적을 남겼다. 그나마 건강했던 지난해에도 20경기(102⅔이닝) 6승5패 평균자책점 4.30으로 평범했고, 30대 중반 나이를 보면 반등이 쉽지 않아 보였다. 보스턴은 내야 보강을 위해 유망주 그리솜을 받으면서 세일의 잔여 연봉을 부담하는 조건을 감수했다.
그런데 세일이 애틀랜타에서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투구로 부활했다. 반면 트레이드로 받아온 그리솜은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합류가 늦었고, 5월초 콜업된 뒤 13경기 타율 1할3푼5리(52타수 7안타) 2타점 OPS .305에 그치고 있다. 애틀랜타에선 2년간 64경기 타율 2할8푼7리(216타수 62안타) 5홈런 27타점 OPS .746으로 가능성을 보였는데 보스턴에선 성장세가 미진하다. 애틀랜타가 세일의 활약으로 NL 동부지구 2위(27승17패 승률 .614)에 올라있는 반면 보스턴은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4위(24승24패 승률 .500)로 힘겨운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두 달도 안 지났다. 앞으로 부상 관리가 중요하다. 세일도 잘 안다. 그는 “완전히 만족스럽다고 말하긴 어렵다. 아직은 갈 길이 멀고, 야구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난 그저 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 당연하게 여기고 싶지 않다.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