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지난해 통합 우승 원동력이었던 불펜이 약해졌다. 마무리 고우석(마이애미 말린스)이 미국으로 떠났고, 셋업맨 함덕주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빠졌다. 셋업맨 유영찬이 새 마무리로 낙점되면서 중간이 헐거워졌다. 젊은 투수들이 기복을 보이면서 허리 싸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23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작년에는 불펜 기둥들이 2~3명 있었다. 뒤에서 받쳐주는 선수가 있으면 새 불펜 키우기가 훨씬 쉽다”며 “올해 우리 중간이 힘든 게 기둥이 진성이 하나밖에 없다”는 말로 김진성(39)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나타냈다.
그 이유를 김진성이 이날 경기에서 바로 보여줬다. 5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던 선발 임찬규가 6회 제구 난조로 흔들리며 LG에 위기가 왔다. 1사 후 노시환에게 2루타를 맞더니 사구, 볼넷, 사구로 밀어내기 실점을 줬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이우찬이 올라왔지만 최재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뒤 이도윤의 유격수 땅볼로 추가 실점하며 5-4, 1점차로 쫓겼다.
2사 1,3루. 동점에 역전 주자까지 나간 위기에서 염경엽 감독은 김진성을 호출했다. 전날(22일) 한화전 1⅔이닝 17구 무실점 퍼펙트로 막았던 김진성은 첫 타자 박상언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에 몰렸지만 김태연을 포크볼로 2루 땅볼 유도하며 LG의 리드를 지켰다.
이어 7회에는 최인호를 좌익수 뜬공 처리한 뒤 노시환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안치홍을 3루 파울 플라이,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 잡으며 멀티 이닝 연투를 너끈히 소화했다. 김진성이 한화의 추격 흐름을 잠재우면서 분위기를 바꾼 LG는 7회 3점을 추가하며 8-4로 이겼다. LG의 3연패를 끊은 시즌 10홀드째. LG에 와서 3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올렸다. 시즌 전체 성적은 25경기(24⅓이닝) 1승1패1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1.85.
경기 후 김진성은 “개인적인 기록에 대한 감흥은 없다. 기록보다 (선수를) 오래 하는 게 목표”라며 “내 뒤에는 워낙 좋은 수비수들이 많다. 9명의 야수가 있기 때문에 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다. (연투에 멀티 이닝이라) 조금 힘들었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왜 고참 선수가 필요한지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올해 만루 위기에서 10타수 무안타로 막을 만큼 위기에 강한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NC 시절부터 만루 상황이 되면 뭔가 가슴에서 솟구치는 게 있다”며 웃은 김진성은 “원래 안 그랬는데 요즘은 마운드에서 후배들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오늘은 (임)찬규, (이)우찬이가 생각났다. 후배들을 위해 조금 더 집중해서 힘 있게 던져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이야기했다.
위기일수록 더 강해지는 김진성은 불같은 강속구가 없지만 과감하게 승부를 들어간다. 이날도 7회 1사 1루에서 안치홍에게 3구 연속 직구를 던져 파울 플라이 유도했고,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 잡은 직구도 PTS 기준으로는 시속 140km에 그쳤다. 올해 그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0km로 리그 평균(143km)에도 못 미친다.
김진성은 “마운드에 올라가면 무조건 삼진 잡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집중한다. 상대가 4번타자라서 뭐 어떻게 던져야겠다는 게 아니라 ‘무조건 삼진 잡는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내 구위는 배팅볼이다. 140km 공을 한가운데 보고 던지니 타자들이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싶기도 하다. 조금 창피하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39세 베테랑으로서 나이는 못 속인다. 수치상으로 강력한 공은 아니지만 위기에도 피하지 않고 승부를 들어가다 보니 타자들도 쉽게 못 친다. 이날 안치홍과 채은성 상대로 던질 때도 포수 허도환은 포크볼 사인을 냈지만 김진성은 직구를 고집했다. “이 공은 무조건 직구다. 이 공 하나에 혼을 실어 던진다”는 마음으로 던졌다는 김진성은 “혼이 담긴 투구는 좋은 결과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5월은 김진성의 혼이 제대로 실렸다. 이번 달 11경기(11⅔이닝) 1승1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0.00으로 압도적이다. 지난 18일 수원 KT전에선 9회 무사 만루에서 마무리 유영찬 뒤에 올라와 실점 없이 막고 팀의 7-6 승리를 지켰다. 말 그대로 슈퍼 세이브였다. 그 이후 유영찬은 22일 한화전에도 8회 최인호에게 8구 연속 변화구로만 승부하다 결승타를 맞는 등 최근 들어 승부처에서 흔들리고 있다.
후배들이 먼저 물어볼 때 아낌없는 조언을 해준다는 김진성은 이날 경기 전 유영찬의 물음에 “150km 나오는 투수가 왜 자꾸 변화구로 승부를 하려고 하냐. 맞아도 직구로 맞는 게 마무리투수다. 넌 우리 팀의 자존심이기 때문에 절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답했다. 통산 39세이브로 마무리 경험도 있는 김진성이기에 해줄 수 있는 조언. 이런 베테랑 투수가 있어 LG는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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