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 베테랑 내야수 신본기(35)는 어떻게 만년 백업 신분에서 마법사 군단의 공격을 이끄는 3할 유격수로 도약한 것일까.
신본기는 지난 2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7차전에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5-2 승리를 견인했다.
1-0으로 앞선 3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키움 선발 김인범 상대로 중전안타를 치며 안타쇼의 서막을 열었다. 1-1로 맞선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우전안타를 기록하며 멀티히트를 달성했고, 멜 로하스 주니어의 우전안타 때 2루를 거쳐 3루에 도달한 뒤 천성호의 내야안타가 나오면서 1-1의 균형을 깨는 결승 득점을 책임졌다.
신본기는 2-1로 리드한 6회말 2사 1, 3루 기회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이어 주자 2명의 더블스틸과 포수 김건희의 2루 송구 실책으로 3루주자 장성우는 홈을 밟았고, 1루주자 조용호는 2루를 지나 3루에 도착했다. 그런 가운데 신본기가 김인범 상대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격차를 벌렸다.
신본기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4-2로 앞선 8회말 2사 2루 득점권 찬스였다. 신본기는 오석주를 만나 1타점 중전 적시타에 성공하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신본기가 한 경기 4안타를 몰아친 건 롯데 자이언츠 시절이었던 2019년 4월 17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 이후 1865일 만이었다.
경기 후 만난 신본기는 “4안타는 롯데에서 치고 KT에서는 처음이다”라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다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좋은 경기해서 기분이 좋다. 오늘 또 아버지 생신인데 가보지 못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오늘 경기 보고 조금이라도 기뻐하셨으면 좋겠다”라고 기쁨의 소감을 전했다.
신본기의 올 시즌 성적은 34경기 타율 3할5푼7리 15타점에 OPS가 1.026, 득점권 타율이 3할8푼9리에 달한다. 그는 “특별한 건 없다. 투수가 뭘 던지고 어떤 공을 노려야하는지 코치님들과 상의를 많이 한다”라며 “결국 많이 경기에 나가기 때문에 승부처에 결과가 있는 것이다. 그 전에는 기회가 많이 없었고 지금은 기회가 많이 있다”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롯데 원클럽맨 시절 선행왕으로 불린 신본기는 2020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부산을 떠나 수원에 입성했다. 경험이 풍부한 멀티 내야수 신본기는 당시 KT에 큰 힘이 됐다. 주전들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움과 동시에 2021년 한국시리즈 3경기에 출전해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신본기는 2022시즌을 마치고 마침내 생애 첫 FA 자격을 획득했다. 74경기 타율 1할대의 부침을 겪었지만 2023년 1월 원소속팀 KT와 1+1년 총액 3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2023시즌 40경기 타율 2할4리를 거쳐 계약 연장까지 이뤄냈다. 신본기는 주전 김상수가 이달 초 대퇴 이두 미세 손상으로 부상 말소되며 기회를 얻었는데 이를 놓치지 않고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신본기에게 원동력을 묻자 “올 시즌을 퓨처스리그에서 시작하게 되면서 많이 비우고 임하게 됐다. 퓨처스리그에서 감독님, 코치님이 내가 편하게 할 수 있게끔 도와주셨다. 심적으로 편한 게 원동력이다”라며 “가족도 날 편하게 해주려는 게 티가 난다. 장인어른, 장모님도 마찬가지다. 많이 든든하다. 그런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지금까지 잘하는 거 같다”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경기에 많이 못 나가서 매 순간 출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좋다. 내가 야구선수이기에 앉아있는 거보다 야구장에 많이 나가는 게 좋다. 언제까지 이게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마음가짐을 덧붙였다.
신본기는 김상수가 복귀한 뒤에도 팀에 꾸준히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상수가 26일 1군 복귀를 앞둔 가운데 신본기는 “(김)상수가 부상을 당한 뒤로 많이 나가게 됐는데 나갈 때마다 상수 빈자리가 안 느껴지도록 열심히 했다”라며 “이제 상수도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니까 상수도 자기 역할을 해야 하고, 나 또한 역할이 있다. 매 순간 집중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신본기는 끝으로 부산에서 7살 아들, 6살 딸을 키우고 있는 아내를 향한 진심을 전했다. 그는 “타지 생활을 4년 정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 시기에 같이 못 해줘서 미안하고 고맙다. 아이들도 예쁘게 잘 커줘서 고맙다”라며 “시즌 끝나고 좋은 시간을 보낼 테니 시즌 동안 고생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아내를 향한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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