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격랑에 휩싸였다. 구단 대표이사와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면서 대격변을 맞이했다.
한화는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의 동반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전날(26일) 문학 SSG전이 우천 취소된 뒤 최원호 감독이 팀을 떠나는 게 결정된 가운데 박찬혁 대표이사까지 사퇴하면서 현장과 프런트의 최고 책임자가 동반 퇴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안치홍 영입과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복귀로 기대감을 크게 높인 한화는 개막 10경기에서 7연승 포함 8승2패로 질주하며 단독 1위에 올랐다. 시작부터 무섭게 달리면서 기대치가 최고조에 달했는데 그 이후 믿기지 않는 하락세가 찾아왔다. 불펜 붕괴로 잡을 수 있는 경기들을 아깝게 놓쳤고, 선발진의 부진과 타선 침체까지 겹치며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한 것이다.
4월말부터 감독 교체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고, 최 감독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구단이 만류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시즌 초반이었고, 반등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최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5월 반등을 기대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 23일 대전 LG전 패배로 팀이 시즌 첫 10위 최하위로 떨어지자 최 감독이 다시 사퇴 의사를 밝혔다. 24~25일 문학 SSG전 연승을 거두며 최근 6경기에서 5승으로 반등하는 시기에 감독 교체가 결정됐다. 지난해 5월 1군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382일 만에 지휘봉을 내녀놓았다.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태에서 물러나게 됐다.
최 감독의 퇴진이 최종 결정되자 박찬혁 대표이사도 사퇴를 결심했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최 감독 혼자에게 지워선 안 된다는 판단 아래 동반 사퇴가 이뤄졌다. 지난 2020년 11월 부임한 뒤 구단 쇄신과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힘쓴 박대표는 3년6개월 만에 구단을 떠난다.
대표이사, 감독이 물러난 상황에서 손혁 단장이 수뇌부 중 유일하게 남았다. 당초 손 단장도 사퇴 의사를 보였지만 “누군가 남아서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박 대표의 만류로 남았다. 시즌 도중 대표이사, 단장, 감독 모두 물러난 사례는 없다. 대체 외국인 투수 하이메 바리아 영입이 임박한 한화는 각종 현안을 처리할 수뇌부가 누군가 있어야 했다. 박 대표의 사퇴 의지가 강했던 만큼 손 단장이 구단에 남아 수습을 맡게 됐다.
대표이사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 손 단장이 그룹과 함께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끌어야 한다. 손 단장은 “내가 더 잘해서 대표님과 감독님을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이렇게 돼 죄송하다. 응원해주시는 많은 팬분들께도 너무나 죄송하다”며 “빨리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 새 감독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내부에서 논의 단계에 있고, 후보가 정해지면 빠르게 미팅을 갖겠다.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팀에 맞는 분을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 신중하게 진행하되,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다. 빨리 팀이 정상화가 돼 남은 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감독 교체의 가장 큰 목적은 분위기 쇄신이다. 정경배 수석코치가 당분간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지만 새로운 감독이 오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맡는다. 새로운 감독은 이미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으로 큰 틀에서 결정됐다. 내부 승격으로는 지금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시즌이 진행 중이라 외부에서 영입할 수 있는 감독 후보가 제한적이다. 다른 9개 구단에 소속된 현직 지도자는 데려올 수 없다. 현재 소속된 팀이 없는 재야 인사 중 새로운 감독을 찾아야 한다. 현장 감각이 있으면서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하고 선수 개개인 역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리더십과 안목이 두루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벌써부터 중량감 있는 지도자들이 차기 감독 후보로 꼽히고 있다.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선 무게감 있는 거물급 인사가 아무래도 유리하다. 다만 누가 새로운 감독이 되든 시즌 중 팀에 들어오는 만큼 내부 파악에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시즌은 아직 93경기 남아있지만 5위 NC에 5.5경기 뒤진 8위로 가을야구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빠르게 팀을 수습하고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어느 팀보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크다.
프로야구판 최고의 극한 직업이라고 불리는 한화 감독. 과연 독이 든 성배를 마실 자가 누가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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