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유리몸’ 투수로 전락했던 크리스 세일(35)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부활했다.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자마자 생애 첫 사이영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세일은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애틀랜타의 8-1 승리 이끌었다. 시즌 8승째.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압도적인 투구로 피츠버그 타선을 압도했다. 총 투구수 97개로 최고 96.9마일(155.9km), 평균 94.8마일(152.6km) 포심 패스트볼(41개)을 중심으로 슬라이더(32개), 체인지업(21개), 싱커(3개)를 던지며 위력을 떨쳤다.
이날까지 세일은 시즌 10경기(63⅔이닝) 8승1패 평균자책점 2.12 탈삼진 78개 WHIP 0.85 피안타율 1할9푼3리를 마크하고 있다. 내셔널리그(NL) 다승·WHIP 2위, 탈삼진 3위, 평균자책점 4위, 피안타율 5위에 오르며 주요 부문에서 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다.
‘AP통신’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팀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다. 5일에 한 번씩 나가서 실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모든 선발등판 때마다 승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2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을 승리한 후에는 “애틀랜타 스태프들은 선수가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한다. 모든 사람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게 해준다”며 애틀랜타 구단에 고마움을 표했다.
애틀랜타는 지난해 20승으로 NL 최다승을 거둔 에이스 스펜서 스트라이더가 2경기 만에 팔꿈치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지난해 올스타 브라이스 엘더가 부진 끝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며 선발진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 세일이 에이스로 떠올랐다. 시즌 전 내야 유망주 본 그리섬을 내주고 세일을 트레이드로 받을 때만 해도 ‘왜 유리몸 투수를 데려오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박이다.
세일은 지난 2019년 3월 보스턴과 5년 1억45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한 뒤 하락세를 걸었다. 2018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으로 당시만 해도 합리적인 계약으로 평가됐지만 ‘먹튀’로 전락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해 8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쳤고, 계약 발동 첫 해였던 2020년 토미 존 수술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21년 8월 복귀했지만 2022년 시즌 전 갈비뼈 피로 골절로 장기 이탈한 세일은 7월 복귀 후 2경기 만에 강습 타구에 새끼손가락을 맞고 골절되는 불운을 겪었다. 설상가상 8월 재활 중에는 오토바이 사고로 손목이 부러져 허무하게 시즌이 끝났다. 지난해에는 6월초 어깨 염증으로 두 달 넘게 결장, 20경기(102⅔이닝) 6승5패 평균자책점 4.30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보스턴과 연장 계약 후 4년간 규정이닝이 한 번도 없었다. 총 31경기 151이닝 투구에 그치며 11승7패 평균자책점 3.93으로 실망스런 성적을 남겼다. 그나마 건강했던 지난해에도 기대에 못 미쳤고, 30대 중반으로 에이징 커브가 시작돼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라 보스턴은 세일을 포기했다. 내야수 그리솜을 받으며 세일의 2024년 연봉 2750만 달러 중 1700만 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애틀랜타에 트레이드했다.
애틀랜타는 트레이드 후 얼마 안 지나 세일과 2025년까지 2년 38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알렉스 앤소폴로스 애틀랜타 야구운영사장은 “세일의 건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가 플레이오프를 책임질 선발투수라고 생각해서 영입했다. 우리는 그가 계속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세일은 오랜만에 정상적인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는데 세일이 그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다.
198cm 장신 좌완 세일은 낮은 팔 각도에서 전성기 100마일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위력을 떨쳤다. 2013~2018년 6년 연속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5위 안에 들었다. 2017년 최고 2위까지 올랐지만 사이영상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세일이 애틀랜타에서 이적 첫 해, 35세의 나이에 숙원을 풀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