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염갈량의 ‘서바이벌 오디션’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공개 발언으로 자극을 주겠다는 의도가 잘 들어맞고 있다. 지금까지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와 디트릭 엔스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던 두 투수는 염경엽 감독의 ‘외국인 교체 발언’과 차명석 단장이 외국인 투수를 알아보러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에이스 모드로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켈리는 지난달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5이닝 8피안타 8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엔스는 다음날인 22일 대전 한화전에서 4⅓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5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염 감독은 지난달 22일 경기 직전 취재진 인터뷰에서 “둘 중 한 명은 교체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팀 전력의 40% 이상 차지하는 외국인 원투펀치가 모두 안 좋다. 어떻게든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1명은 교체를 알아봐야 할 상황이 됐다. 구단에도 교체해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당시 켈리도 엔스도 평균자책점 5점대로 부진했다. 켈리는 직구 평균 구속이 작년보다 느려졌고, KBO리그에서 6년째 뛰면서 투구 패턴도 많이 노출됐다. 엔스는 직구와 커터 외에 결정구가 없어 제구가 안 되면 난타당했다.
염 감독의 공개 발언 이후 변화가 생겼다. 켈리는 지난달 26일 NC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엔스도 지난달 28일 SSG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일 두산전에서 켈리는 6이닝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2일 두산전에서 엔스는 6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켈리도 엔스도 최근 2차례 등판에서 나란히 평균자책점 2.25로 원투 펀치에 어울리는 투수가 됐다. 나란히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다. 6이닝은 확실하게 책임지며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염 감독은 2일 잠실구장에서 ‘외국인 선수 한 명 교체’ 발언에 대해 뒷얘기를 털어놨다. 염 감독은 “내가 가진 마지막 카드라 생각하고 언론에 공개해서 경쟁시킨 것이다. 잘 하는 선수 선택하겠다. 그렇게 해서 살아나면 본인들도 좋은 거고, 나도 좋은 거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구단에서는 반대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를 공개적으로 말하지 말자고 말렸다. ‘지켜보겠다’ 정도로 얘기하자고. 그런데 지켜볼 수위는 넘었다.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봐야지. 무슨 수를 쓰든 살리고 싶었다. 경쟁을 통해 둘이 잘하면 좋은 것 아닌가. 나는 자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어쨌든 둘 다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명석 단장은 지난달 28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외국인 투수를 알아보러 간 것. 투 트랙이다. 지금 켈리와 엔스가 2경기 연속 잘 던졌지만, 다시 부진할 수도 있다.
염 감독은 “지금 교체는 아무도 모른다. (켈리와 엔스)막상막하다”라며 “미국 사정도 봐야 한다. 켈리와 엔스가 못하고 있으면 아무나 데려오겠지만, 조금 좋은 선수를 찾겠지만, 지금 엔스와 켈리가 좋아지면 그들보더 더 좋은 투수를 찾아야 되니까 (대체 선수) 레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둘이 잘해서 살아남는 거다. 나는 그걸 더 바란다. 교체를 하면 대체 선발이 두 세 번 던져야 한다. 비자 받고 하면 최소한 3주는 걸리니까”라고 말했다. 물론 교체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았다. 염 감독은 “엔스, 켈리보다 더 좋은 투수가 나오면 내년도 있으니까 교체를 할 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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