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선장이 된 김경문(66) 감독이 첫 날부터 ‘원팀’을 강조하고 나섰다. 시즌 중 갑작기 부임하면서 선수단 파악도 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성적을 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은 김경문 감독은 트레이드 같은 급격한 변화보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조한 메시지에 대해 “야구는 한 사람이 잘해서 이기는 운동이 아니다. 팀워크가 필요한 종목이다. 특히 지금 팀이 어려울 때이니 한 사람보다 모두의 마음을 같이 모아 한 경기씩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단과 상견례 자리에서도 김경문 감독은 “지금 우리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지만 여러분들 마음의 모임이 중요하다. (5할 승률에서) -8이지만 너무 높게 볼 필요 없다. 하나씩 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가면 된다. 마음만 한 곳에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3월 개막 극초반에만 반짝한 한화는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한 달 반 동안 급격한 침체를 겪으며 1위에서 10위까지 떨어졌다. 8위로 올라왔지만 지난달 27일 최원호 전 감독과 박찬혁 전 대표이사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면서 팀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감독 교체 전후로 5연승을 달리며 반등하긴 했지만 지난 주말 대구 삼성전을 다시 싹쓸이 패하면서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이 부임했다. 5위 SSG에 4.5경기 뒤진 8위로 남은 87경기에서 따라 잡지 못할 격차는 아니지만 가라앉은 팀 분위기부터 빠르게 수습하는 게 중요하다.
김 감독은 지금 당장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했다. 코칭스태프도 변화 없이 지금 형태를 유지하며 선수단을 충분히 파악하는 시간부터 갖기로 했다. 물밑에서 여러 트레이드 가능성이 피어나고 있고, 김 감독도 기본적으로는 트레이드에 열린 마음이지만 “내가 온 지 얼마 안 돼 트레이드를 말하기에 빠르다. 경기를 치르면서 차근차근 (구단과) 상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것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지금 스태프들이 선수들과 가장 가깝게 있었다. 시즌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데 선수들을 동요시키기 싫었다. 지금 있는 스태프들과 마음을 잘 모아서 나머지 경기를 잘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감독 교체만으로도 선수단이 복잡다단할 상황이라 그 이상 변화는 악영햐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당분간 지금 있는 선수 자원들도 승부를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경기가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젊은 선수보다 나이가 있는 선수들을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온 지 얼마 안 됐으니 스태프들과 이야기하면서 차근차근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베테랑 선수들을 중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시즌은 87경기가 남아있다. 어떻게 보면 많지만 팀을 갑자기 맡은 감독 입장에선 극히 부족한 경기수다. 김 감독은 다양한 수치상 데이터보다 현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감을 중시한다. 선수들의 작은 것부터 놓치지 않는 매의 눈을 가졌다. 당분간 선수들을 눈에 담으며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 스프링캠프부터 함께하며 준비 과정을 봤다면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밀어줄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나오겠지만 지금 당장 경험 부족한 선수들을 다양하게 쓰며 테스트할 여유가 없다. 5강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과 NC 시절 늘 성적을 내면서도 젊은 선수들을 육성한 김 감독이라 이 발언을 베테랑에게만 의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순 없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젊은 한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내야 쪽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젊은 투수들이 좋다”며 “젊은 선수들에게 많이 다가갈 것이다. 때에 따라선 형님도 되고, 아버지처럼 해서 선수들이 편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발야구다. 김 감독은 두산과 NC 시절 발 빠른 선수들을 1~3번 타순에 전진 배치하며 공격적으로 뛰는 야구를 펼쳤다. 올해 베이스 크기 확대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팀 도루 9위(30개), 성공률 10위(62.5%)로 저조하다. 김 감독은 “점수를 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빠른 선수가 많으면 강한 팀이라고 본다. 한화에서도 빠른 선수, 도루할 수 있는 선수들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6년 만에 KBO리그에 돌아온 김 감독의 야구는 4일 수원 KT전부터 확인할 수 있다. 신인 좌완 황준서가 선발로 나서 김 감독에게 한화 부임 첫 승을 선물할지 주목된다. 김 감독의 마지막 승리는 NC 시절인 2018년 5월31일 대전 한화전으로 이날 2196일(6년6일) 만의 승리에 도전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