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안호근 기자]
"제가 볼넷 안 주는 선수도 아니고..."
시즌 한 경기 최다 사사구를 허용하고도 실점 없이 5이닝을 버텼고 개인 2연승을 달렸다. 제구 불안이 약점으로 꼽히는 오원석(23)은 약점을 불안해하기보다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오원석은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95구를 던져 1피안타 6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4-0의 리드를 안고 6회부터 물러난 오원석은 한두솔(1이닝)과 이로운(3이닝) 무실점 호투 속에 2연승과 함께 시즌 5번째 승리(4패) 째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ERA)도 4.70에서 4.34로 내려갔다.
4회가 승부처였다. 타선의 득점 지원 속에 3-0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오원석은 이성규와 류지혁에게 연속으로 볼넷을 내주고 시작했고 김영웅에게 커브를 던져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이병헌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1사 만루. 홈런 한 방이면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위기.
삼성 벤치에선 대타 강민호를 내보냈다. 오원석에게 강점을 보였던 타자였지만 오원석은 바깥쪽 높은 코스에 커브를 찔러넣으며 강민호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어 김지찬은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만난 오원석은 "잃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위기를 내줬으니까 후회 없이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김)민식 선배님의 사인대로 던졌다"며 그 중 공 하나가 크게 벗어나며 뒤로 빠질 뻔한 상황도 나왔는데 그는 "저도 놀랐다. 전력으로 던져야 되니까 너무 힘이 들어갔다. 순간 놀랐는데 민식 선배님이 잘 막아주셨다. 머리를 살짝 맞았다"고 웃었다.
이어 "1,2년 정도 민호 선배님께 약했고 홈런도 많이 맞았는데 긴장은 되지 않았고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전했다.
삼성 트레이드 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병호에게 삼진 2개를 잡아낸 것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3회 2사 1,2루에서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는데 오원석은 "의식하진 않았고 위기 때 삼진을 잡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원석은 속구를 최고 146㎞를 찍은 포심패스트볼을 42구, 주무기 커브를 41구 던졌다. 평소 사용 비중이 높았던 슬라이더는 포크볼과 함께 6구씩만 던졌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위기 때마다 커브가 위력을 발휘했다. 탈삼진 6개 중 4개의 결정구가 커브였다.
오원석은 "항상 커브를 많이 쓰자고 엄청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면 또 직구-슬라이더 위주로 던지게 됐다. 위기에 몰리면 무조건 직구만 던지게 되는 경향도 있었는데 그런 걸 다 배제하고 커브를 많이 쓰다 보니까 결과도 잘 나오고 타자와 승부하는 데에도 좋은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이젠 계속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브를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많이 쓰는 투수는 흔치 않다. 이에 오원석은 "어쨌든 결과가 잘 나오고 있다보니 저의 피칭 디자인과 맞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더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옥에 티를 꼽자면 많은 사사구였다. 놀랍게도 이날 오원석의 피안타는 단 하나였다. 그럼에도 1회를 제외하면 매 이닝 주자를 루상에 내보냈다. 볼넷이 문제였다.
이숭용 감독도 "원석이의 볼넷이 아쉽지만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고 5이닝 무실점 투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칭찬 속에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작 오원석은 덤덤했다. 그는 "제가 뭐 원래 볼넷 안 주는 선수도 아니고 오늘 많긴 했는데 그전에는 볼넷을 많이 주면 안 좋은 생각을 했다면 오늘은 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며 "어차피 5개, 6개 준 거 점수만 안 주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6개 주나 8개 주나 똑같으니 무조건 막기만 하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볼넷이 많은 투수라는 인식에 대해 오원석은 "다들 놀라시기도 할 것 같은데 저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주자가 나가고 볼이 많아지면 더 (스트라이크 존에) 넣으려고 해서 팔 스윙도 작아지고 그러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똑같이 던져야 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이날은 많은 볼넷에도 자신만의 투구를 했고 결과적으로도 미소지을 수 있었다.
높은 볼 승부가 많았지만 이 또한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오늘은 공이 조금 빠졌다. 전략적으로 높게 던진 건 아니었다"며 "컨디션이 좋지 않고 팔이 잘 안 나오고 (공도) 많이 빠지는 느낌이 있었다"면서도 "그걸 신경쓴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높게 가면 '높게 가네'라고 생각하고 커브가 있으니까 오히려 좋다는 생각도 했다. 직구를 높게 쓰고 그 높이에서 커브를 던지면 괜찮을 것 같아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가 가져야 할 정답에 가까운 마음가짐일 수 있다. 통상 제구가 불안한 투수들은 볼넷을 내주지 않으려고 하다가 공이 몰려서 난타를 맞거나 구속을 줄여 스스로 위력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SSG 유니폼을 입은 오원석은 김광현의 뒤를 이은 좌완 투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2021년 7승 6패 ERA 5.89, 2022년 6승 8패 ERA 4.50, 지난해 8승 10패 ERA 5.23으로 문턱 하나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이숭용 감독은 "고비 하나를 넘을 수 있는 투수인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올 시즌은 일찌감치 5번째 승리를 챙겼다 .특히 연속 경기 선발승을 챙긴 건 2022년 6월 이후 2년여 만이다. 그만큼 꾸준한 투구를 펼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깊은 승리였다.
오원석은 "선발 투수로서 연승을 하면 좋을텐데 오늘 해냈다"며 "타선에서 점수를 많이 내주고 불펜 선배님들이 잘 지켜주셔서 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오원석은 "이러한 위기를 잘 넘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면서 "최근에는 한 고비 한 고비 넘어가다보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좋다. 그만큼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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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오원석이 6일 삼성전 승리를 챙긴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시즌 한 경기 최다 사사구를 허용하고도 실점 없이 5이닝을 버텼고 개인 2연승을 달렸다. 제구 불안이 약점으로 꼽히는 오원석(23)은 약점을 불안해하기보다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오원석은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95구를 던져 1피안타 6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4-0의 리드를 안고 6회부터 물러난 오원석은 한두솔(1이닝)과 이로운(3이닝) 무실점 호투 속에 2연승과 함께 시즌 5번째 승리(4패) 째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ERA)도 4.70에서 4.34로 내려갔다.
4회가 승부처였다. 타선의 득점 지원 속에 3-0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오원석은 이성규와 류지혁에게 연속으로 볼넷을 내주고 시작했고 김영웅에게 커브를 던져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이병헌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1사 만루. 홈런 한 방이면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위기.
위기에서 벗어난 오원석이 포효하고 있다. |
경기 후 만난 오원석은 "잃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위기를 내줬으니까 후회 없이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김)민식 선배님의 사인대로 던졌다"며 그 중 공 하나가 크게 벗어나며 뒤로 빠질 뻔한 상황도 나왔는데 그는 "저도 놀랐다. 전력으로 던져야 되니까 너무 힘이 들어갔다. 순간 놀랐는데 민식 선배님이 잘 막아주셨다. 머리를 살짝 맞았다"고 웃었다.
이어 "1,2년 정도 민호 선배님께 약했고 홈런도 많이 맞았는데 긴장은 되지 않았고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전했다.
삼성 트레이드 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병호에게 삼진 2개를 잡아낸 것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3회 2사 1,2루에서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는데 오원석은 "의식하진 않았고 위기 때 삼진을 잡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원석은 속구를 최고 146㎞를 찍은 포심패스트볼을 42구, 주무기 커브를 41구 던졌다. 평소 사용 비중이 높았던 슬라이더는 포크볼과 함께 6구씩만 던졌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위기 때마다 커브가 위력을 발휘했다. 탈삼진 6개 중 4개의 결정구가 커브였다.
오원석은 "항상 커브를 많이 쓰자고 엄청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면 또 직구-슬라이더 위주로 던지게 됐다. 위기에 몰리면 무조건 직구만 던지게 되는 경향도 있었는데 그런 걸 다 배제하고 커브를 많이 쓰다 보니까 결과도 잘 나오고 타자와 승부하는 데에도 좋은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이젠 계속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투하는 오원석. |
옥에 티를 꼽자면 많은 사사구였다. 놀랍게도 이날 오원석의 피안타는 단 하나였다. 그럼에도 1회를 제외하면 매 이닝 주자를 루상에 내보냈다. 볼넷이 문제였다.
이숭용 감독도 "원석이의 볼넷이 아쉽지만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고 5이닝 무실점 투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칭찬 속에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작 오원석은 덤덤했다. 그는 "제가 뭐 원래 볼넷 안 주는 선수도 아니고 오늘 많긴 했는데 그전에는 볼넷을 많이 주면 안 좋은 생각을 했다면 오늘은 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며 "어차피 5개, 6개 준 거 점수만 안 주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6개 주나 8개 주나 똑같으니 무조건 막기만 하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볼넷이 많은 투수라는 인식에 대해 오원석은 "다들 놀라시기도 할 것 같은데 저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주자가 나가고 볼이 많아지면 더 (스트라이크 존에) 넣으려고 해서 팔 스윙도 작아지고 그러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똑같이 던져야 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이날은 많은 볼넷에도 자신만의 투구를 했고 결과적으로도 미소지을 수 있었다.
오원석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
어찌보면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가 가져야 할 정답에 가까운 마음가짐일 수 있다. 통상 제구가 불안한 투수들은 볼넷을 내주지 않으려고 하다가 공이 몰려서 난타를 맞거나 구속을 줄여 스스로 위력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SSG 유니폼을 입은 오원석은 김광현의 뒤를 이은 좌완 투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2021년 7승 6패 ERA 5.89, 2022년 6승 8패 ERA 4.50, 지난해 8승 10패 ERA 5.23으로 문턱 하나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이숭용 감독은 "고비 하나를 넘을 수 있는 투수인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올 시즌은 일찌감치 5번째 승리를 챙겼다 .특히 연속 경기 선발승을 챙긴 건 2022년 6월 이후 2년여 만이다. 그만큼 꾸준한 투구를 펼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깊은 승리였다.
오원석은 "선발 투수로서 연승을 하면 좋을텐데 오늘 해냈다"며 "타선에서 점수를 많이 내주고 불펜 선배님들이 잘 지켜주셔서 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오원석은 "이러한 위기를 잘 넘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면서 "최근에는 한 고비 한 고비 넘어가다보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좋다. 그만큼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원석이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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