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말꼭' 모친 살해범, 13년만 최초 심경 고백 ''너무 후회된다'' 눈물 [종합]
입력 : 2024.06.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유수연 기자] 모친 살해범 강준수(가명) 씨가 13년 만에 최초로 심경을 전했다.

17일 첫 방송된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서는 '이말꼭'의 진행자이자 영원한 우리들의 아저씨 김창완이 진행자로, 배우 김범이 게스트로 나선 가운데 전 국민을 놀래게 만든 존속살해 사건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여기에 방송인 서동주가 본인의 경험담을 더하고, 정신과 의사 노규식은 사건 속 인물의 심리를 정신과 의사로서 대변했다.

당시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사건은 2011년으로 돌아간다. 고3 수험생 준수(가명)가 집 안에 시신을 방치해오다가 붙잡힌 사건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피해자는 어머니였다. 자고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사망하게 한 것. 심지어는 어머니 시신과 8개월 동안 동거해 왔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안방의 문을 밀폐하기도 했다. 아들의 이름은 강준수(가명). 왜 살인범이 되었을까.

사고 최초 신고자였던 준수 아빠가 기억하는 신고 당일은 이랬다. 그는 "그때가 밤 11시쯤 됐을 거다. 애가 8개월 동안 내 전화를 안 받는 거다. 애를 찾아간 게 계기가 되었다"라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5년째 별거 중이었고, 아버지는 별거 이후 5년 만에 가본 집이었다. 밖에 보니 창문에 불이 켜져 있었고,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는 "애가 안에 있긴 했는데 문을 열어주지를 않는 거다. 뜯고 들어간다고 하는데도 그냥 꿈쩍도 안 하길래 신고했다"라고 떠올렸다.

집 앞에 119 구조대와 경찰이 함께했고, 집안에 들어서자, 집 안에 역한 냄새가 풍겼다. 아들은 거실 한가운데 웅크리고 앉아 온몸을 떨고 있었다. 아빠는 "날씨가 꽤 따뜻한 날이었는데도, 애가 그렇게 떠는 걸 보고, 처음에 물었다. ‘네가 그랬니’라고. 떨면서 ‘내가 했다’고 하더라. 아무 할 말도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안방 안에서는 준수 엄마의 시신이 발견됐고,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부패한 상태였다. 준수는 "아빠 나 버리면 안 돼"라며 아버지에게 말을 건넸고, 그렇게 준수는 긴급 체포됐다.

어쩌다 아들은 괴물이 되었을까. 사건의 내막을 아는 사람은 준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준수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미 준수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존속살해는 최소 7년이지만, 징역 3년을 받았기 때문. 13년 만의 심정 고백을 위해 직접 나선 준수는 "비난하는 분들이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우선 확실히 있다. 잘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조금 있다"라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그는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먼저 너무 무서웠고, 그다음으로는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엌에서 칼을 가지고 어머니가 주무시는 안방으로 가서 어머니를 해쳤다"라고 묘사했다.

준수는 인생의 첫 기억에 대해 "되게 이상한 지점 중 하나이긴 한데, 너무 어릴 때부터 안 그래서 그런지, 제가 친구랑 논다는 개념이 없었다. 아예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어머니의 공부 방법의 일환으로 영어 테이프를 틀어놨었다. 놀 때도 그렇고, 그냥 틀어놨었다. 한 달 반 듣다가, 책 한 권 테이프가 외워져서 자랑했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많이 좋아하셨다. 그리고 여러 희망을 품으셨던 거 같다"라며 "공부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것 첫 번째는, 초등학교 4학년, 쉬는 날 기준으로 11시간 정도 공부 했다.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공부하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라고 떠올렸다.

준수의 수많은 상장들. 국제영어경시대회 등 다양한 교과에서 상을 받아왔었다. 초6 때 토익 점수는 875점을 받기도 했다고. 그러나 비극은 시작됐다. 준수는 "중1 때,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했는데 혼나면서 맞았다. 전교 2등으로 만족했다고.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하시더라. 억울하기는 하지만, 다음 시험에서 1등을 했는데 기쁘게 갔다가 또 혼났다. ‘전국 1등을 해야지. 전국 중학교가 5천 개인데’라고 혼나는 거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말로만 혼난 것이 아니었다. 준수는 “체벌의 시작이 기억나는 건 아니고, 웬만큼 어렸을 때 종아리를 회초리로 맞았던 거. 주로 뭐로 맞았는지가 계속 기억이 난다. 맞는 매가 변천사가 있었다. 초4는 알루미늄 노. 래프팅 보트, 조립식 노지 않나. 찌그러지도록 맞았다. 5, 6학년 때는 대걸레 봉. 쇠로 되어있던 것. 중학교 때는 나무로 된 야구 배트였다”라고 말해 충격을 자아냈다. 준수의 아빠는 뒤늦게 체벌 사실을 알았지만, 나서지 않았다. 준수 아빠는 "애가 목욕할 때 본 적이 있었다. 회초리 자국이 있어서 되게 많이 아내와 싸웠었다. 그런데 이후에 엄마의 성향이 나보다 더 강하다 보니까 거기서 내가 그냥 졌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알면서도 싸워봐야 내가 지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당초 사이가 좋지 않았던 준수의 부모님. 별거 후 아버지는 외도로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게 되었고, 준수 엄마의 '공부 집착'은 더욱 심해졌다. 체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부터 준수는 공부도 싫어졌고, 외고 입시도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부터 7번 아이언이 매가 되었다. 준수는 "준비하라고 하면 바지를 갈아입었다. 맞을 때 입는 바지가 있었다. 엉덩이 부분이 피로 절여져 있었는데, 빨아야 하는 게 빈도 감당이 안 되어서. 그건 빨지도 않고 계속 맞는. 그런 거였다"라며 "기대고 자고, 엎드려서 자다 걸리면 혼났다. 공부하는 데가 거실에 있었다. 어머니는 안방에 계시지만 문을 열어놓고 계셨다. 어머니를 설득하지 못하면 혼나는 게 끝나지 않았다. 낭비한 시간을 줄이려면 시간을 재서 맞아야 한다고 하더라. 시간을 재서 40분에 한 번씩 정산하면서 맞았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준수는 밤을 새우고 혼나고 등교하는 일도 있었다고. 반항도, 가출도 해보았지만, 소용은 없었다. 이미 신뢰를 저버린 아빠에게도 의지하지 못했다. 준수는 결국 자포자기했고, 성적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준수는 성적표에 위조를 하기 시작했다. 2011년 1월, 사건 발생 2개월 전. 준수는 고3 수험생이 되었다. 그리고 그해 봄, 아버지는 정식으로 이혼 통보를 했다. 엄마는 부쩍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사건 발생 3일 전, 새로운 체벌이 추가됐다. 밥도, 잠도 금지됐다. 잠이 쏟아지면 밤이 새도록 훈계와 체벌은 계속됐고, 사건 당일이 되었다.

당시에도 준수는 체벌의 고통을 참으며 의자에 앉았고, 잠시 멍하게 있었다. 그때 탁상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고. 준수는 “그때는 가슴이 철렁했다. 맞자고 할 때 철렁이 아니라. 저 날 세상이 끝난다고 느꼈다. 학부모 입시 상담이 보였다. 입시 면담이 오면 성적 위조를 커버할 수 없을 테니까”라고 회상했다. 그는 “저 날에는 모든 게 다 끝나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엄마한테 맞아서 죽겠구나, 생각했다. 너무 무서웠고, 그다음으로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렇게 어머니를 살해하게 되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준수는 "어머니는 최고의 사랑을 주신 거다. 인생을 갈아 넣어서 저를 키워주신 거다. 저는 저희 어머니께서 점점 더 힘들어하실 때, 점점 더 저한테 푸시를 했을대, 인제야 해석이 되는 건, 어머니께서 점점 더 불안하고 두려워지셨다는 거다. 진짜 후회되는 건, 저희 어머니께 내가 아니어도 어머니는 대단하고, 귀한 사람이고, 어머니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 만약에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었다"라고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yusuou@osen.co.kr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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